내 안에 숨어 있던 악의 본능이 깨어난다!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선과 악, 그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수작!
최근 몇 년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사이코패스’라는 의학 용어이다. 이는 뇌의 어느 한 부분의 이상으로 인해 슬픔이나 죄의식, 공포 따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이들은 거짓말과 변명에 능하고 충동적이며 폭력 성향이 강한 특징이 있다. 이들의 기질은 주로 범행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별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물섬』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미 19세기에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예견한 듯하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중심 캐릭터 에드워드 하이드는 가히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슨이 창조한 사이코패스 하이드는 환경 등 외부적 요인이 더해져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선과 악의 본성 중에서 순수하게 악한 본성만을 추출해낸, 그야말로 ‘순수한 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칼뱅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스티븐슨은 젊은 시절부터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선과 악의 이중성과 그 극한의 대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인간의 두 가지 본성은 분리될 수 있는가?’라는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이 작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써나갔다.
마우로 카시올리의 삽화와 함께 읽는 전 세계인의 고전 명작!
1886년에 출간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로 자리 잡아온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주제에, 치밀한 구성과 예리한 심리묘사, 예측불허의 결말을 가미하여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출간 6개월 만에 현지에서 4만 부가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고,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두루 읽히는 고전 명작이 되었다. 또한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100여 편이 넘게 제작되어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번역, 출간된 바 있지만, 이번에 문학동네가 선보이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는 아르헨티나의 젊은 화가 마우로 카시올리의 삽화가 곁들여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과연 얼마나 흉측한 몰골일까 궁금증을 품게 했던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섬세한 터치로 담아낸 카시올리의 삽화는 명작의 감동과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줄거리 _ 내 안에 숨어 있던 악의 본능이 깨어난다!
높은 학식과 고귀한 품성을 지닌 헨리 지킬 박사는 인간에게 선과 악의 두 가지 본성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했지만, 선과 악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인류가 짊어진 저주”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 두 가지 본성을 분리시킴으로써 인간이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화학약품을 이용하여 실험에 착수한 결과,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악의 본능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 악의 정체는 바로 흉측한 몰골에 자신과 정반대 성질을 지닌 에드워드 하이드였다. 그러나 ‘순수한 악 그 자체’인 하이드는 죄책감도 못 느낀 채 아무 거리낌 없이 온갖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킬 박사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하이드를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하이드로 대변되는 악의 본성이 더욱 강해짐을 느끼고는 절망하는데……
본문 발췌
“그 사내를 처음 본 순간 전 너무 혐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 가족들도 당연히 그랬고요. (중략) 그런데 말입니다, 그 의사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뭡니까. 사내를 쳐다볼 때마다 얼굴이 하얘지는데, 의사의 눈에서 그자를 죽이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 심정이나 의사의 심정이나 다를 바 없었던 거지요.” _ 본문 13쪽
에드워드 하이드의 외양을 하고 있으면 내 곁에 다가오는 사람은 누구든 먼저 몸부터 떨어댔지. 나는 그 이유가 우리가 만나는 인간은 모두 선과 악이 섞여 있는 존재인 데 비해, 온 인류를 통틀어 유독 에드워드 하이드만 순수한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_ 본문 117쪽
순식간에 지옥의 악령이 내 안에서 깨어나 날뛰었네. 나는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아무 저항도 못하는 사람을 후려쳤고, 한 대 한 대 때릴 때마다 쾌재를 불렀지. 그런 광란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지치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차가운 공포의 전율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네. _ 본문 128쪽
▣ 2009년 3월 6일 발행
▣ ISBN 978-89-546-0771-1 03840
▣ 221*188(무선) | 148쪽 | 12,000원
▣ 책임편집 이은현 (031-955-2653, singing36@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