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인권 감수성 싹을 틔우는 영화읽기
영화는 100년이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대표적인 오락 매체다. 그러나 서사의 힘을 가진 영화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의 관계, 그 안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선택과 결과를 통해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준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삶의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높여 우리 안에 내재된 인권 감수성의 싹을 성큼 자라나게 한다. 이러한 영화보기가 바로『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다.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자의식과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는 청소년기에 더욱 중요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치열한 성적 경쟁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절망과 분노는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점점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자각은 물론, 다양한 인간집단에 대한 이해와 관용, 평등 의식을 함양할 수 없다.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는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라는 오락 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는 소외와 차별로 고통받는 이들, 열악한 삶의 조건에 놓인 이들,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이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며, 경쟁 속에서 무디어진 인권 감수성을 되살리고 있다.
“지금, 여기서 모두를 껴안는” 영화읽기
이 책에서 소개하는 30편의 영화는 작가가 10여 년 동안 학교와 단체, 기관에서 진행해 온 영화읽기 강의를 토대로 선정되었다. 1부 ‘지금, 여기서 모두를 껴안다’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로렌조 오일> <굿바이 마이 프렌드>에서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희귀병 환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장애인의 삶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고 있는 <제8요일> <어둠 속의 댄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대륙횡단>에서는 우리 사회의 큰 구성원인 장애인의 인권이 사람들의 무관심과 편견 속에서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들여다본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는 <중앙역> <길버트 그레이프>, 어른들과 제도에 의해 희생되는 아이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푸줏간 소년> <사람이 되어라>를 통해 인권 문제를 삶의 조건으로 폭넓게 사고한다. <슈팅 라이크 베컴>과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일정한 성취를 이루는 인물을 만나 보기도 하고,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배낭을 멘 소년>에서처럼 편견과 차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목격하기도 한다. 사형 제도의 문제점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 주는 <데이비드 게일>에서는 사형 제도의 모순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찰해 본다.
여기서 선정된 영화 모두 재미와 작품성, 주제 의식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면 다양한 인간 집단에 대한 이해와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관, 즉 세상 모두를 껴안는 자세일 것이다.
“미지의 생명을 껴안는” 영화읽기
미래 사회에서 대두될 인권 문제는 2부 ‘SF, 미지의 생명을 껴안다’에서 가늠해 본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인권은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 투쟁을 통해 단계적으로 얻어 낸 산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미래의 인권 논의는 그 범위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저자는 <가타카> <갓센드> <아일랜드>에서 현재의 유전자 복제와 생명 윤리 논란을 복제 인간의 인권 문제로 확대시켜 논의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진화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갖고 꿈을 꾸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도래를 상상케 한다. <바이센테니얼 맨> <에이 아이> <아이, 로봇> <내츄럴 시티>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인간의 정의(定意)에 도발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미래 우주과학의 발전과 우주시대의 도래는 우리의 시선을 우주의 생명체로 돌린다. 인간과 외계 지적 생명체의 만남과 대결 혹은 교감을 다루고 있는 <화성 침공>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 <콘택트> <E.T.> <천년여우 여우비>같은 영화에서 저자는 인간 존재를 우주의 다양한 생명체의 한 형태로, 즉 ‘우주적’ 시선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영화들 속에서 복제 인간, 로봇, 외계 생명체들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약자와 소수자들과 어떤 공존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고 있으며, 인간의 이기에 의해 희생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영화읽기
청소년과 함께하는 영화읽기를 위해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배경 지식, 토론거리를 마련해 두었다. 각 영화마다 기본 정보(감독, 배우, 제작연도, 배경, 수상 정보, 상영 시간, 관람 연령)를 싣고, 영화를 소개한 후, ‘상식 두 컷’에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배경 지식을 짚어 두고, 영화를 본 후 토론할 거리를 ‘함께 나눌 이야기’에 제시해 놓았다. ‘함께 나눌 이야기’에서 나온 문제들을 활발한 토론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있도록 본문 뒤에 ‘길잡이’를 마련해 두었다. 토론을 시작하고 다양한 토론을 이끌어 내는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추천의 글
영화는 역사가가 설명하려면 한참 걸릴 아주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한 순간에 ‘진하게’ 보여 준다. 이것이 영화의 힘이다.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는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무심한 차별’을 잡아낸다. 경쟁과 돈에 무디어진 우리의 인권감수성을 되살리는데 요긴한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_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평화박물관 상임이사)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따로 있을까? 중요한 것은 어떠한 ‘영화보기’가 삶에 영감을 주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가이다. 이 책에서 추천한 30편의 영화는 보는 이의 인생에 뭔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면, 그 영화에 대해, 아니 그 영화를 본 ‘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게 된다. 이 책의 소임은 그렇게 영화를 본 서로 다른 ‘나’들이 ‘너’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_김종휘(문화평론가, 하자센터 기획부장)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창의력을 높이는 영화읽기)이 영화 함께 볼래?』_윤희윤 지음
영화로 오락적 재미와 교육의 효과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읽기 안내서로, 문명과 문화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역사 영화, 현실과 이상의 갈등을 극복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성장 영화, 예술가들의 삶과 그 작품들을 엿볼 수 있는 예술 영화 등 24편의 영화를 주제별로 엄선해서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