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언가 그토록 바라고 소망한다는 건
그것이 이루어지려고 그러는 거야.”
여러 전시회를 통해 꾸준히 나비 그림을 발표해온 화가 이희정이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를 펴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도 모르는 채 살아온 ‘분홍애벌레’의 고단한 성장을 통해 작가는, 꿈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나오는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알알이 소중한 그 성장의 시간은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들과 함께 더욱더 특별한 빛을 발한다.
꿈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때가 온다
모든 게 괜찮았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별왕나비떼를 보기 전까지는…… 마치 흐르는 구름처럼 보였던 별왕나비떼가 먼 곳에서 꿈을 실어온 듯, 분홍애벌레는 태어나 처음으로 지금과는 다른 자신을 꿈꾸게 된다. 미래는 보이지 않고 당장의 현실을 바꿀 수도 없지만, 분홍애벌레는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었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꿈의 시작이었다.
“나비가 되려면 먼저 꿈을 가져야 해.”
기다림의 길 위에서 만난 하늘무늬나비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존재였다. 분홍애벌레는 하늘무늬나비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 그녀와 함께 먼 바다를 건너게 될 날만을 기다리면서…… 이제 곧 분홍애벌레에게도 침묵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고독하고 외롭더라도 침묵의 시간은 침묵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진실을, 분홍애벌레는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비가 되려면 기다려야 해. 기다린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더구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거든. 기다림의 훈련을 받고 나면 너도 나비가 될 거야. 마치 누군가 너를 꺼내주듯.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해. 그 기다림의 과정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_본문에서
길고긴 기다림 위에 선 모든 영혼을 가만히 토닥여주는 이야기
단지 꿈을 하나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꿈을 통해 다른 존재가 되길 바라는 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몸짓과는 다르다. 더 나아진 내가 되길 원하는 이유는 바로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긴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기다림은 분명 고통스럽다. 시간을 견뎌야 하고, 내가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므로. 하지만 그 시간을 거쳐 나를 사랑하게 되면 자연히 다른 존재까지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라고, 이 짧은 동화가 말해준다. 그러므로 시간을 견디는 힘은, 오랜 기다림 뒤에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나비의 날갯짓만큼이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