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형 아이를 위한 ´나의 첫 철학그림책´ 6권이다.
일상의 사건,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속에 철학의 씨앗이 들어 있다. 철학의 씨앗은 질문으로 비로소 싹이 튼다. 우리의 주인공 마로는 (만)6살. 궁금한 것과 하고 싶은 말은 절대 못 참는 호기심 대장에 묻기 대장이다.
마로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은 마로의 엄마와 아빠는 여러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 주지만, 마로는 늘 요리조리 피한다. 그러나 마로의 창에 날아드는 생각의 새 필로는, 잘 만들어진 대답 대신 질문을 던진다. 필로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마로는 나름의 논리를 세워 가고, 그러면서 자신의 말과 생각이 가진 모순과 무지를 깨닫는다. 질문의 고수 소크라테스가 제자들과 나누던 바로 그 대화법이다. 마로와 필로의 대화를 읽다 보면 아이들도 자신의 경험을 대입시켜 자신의 언어로 문제를 사고하는 철학 연습이 될 것이다.
돈은 요술쟁이, 현금카드는 마법사
아이들에게 돈은 멋진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가져다주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은 다 들어주는 요술쟁이가 아닐까. 특히 지금은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넣으면 돈이 나오고, 갖고 싶은 물건은 카드로 쓰윽 긁어 당장 품에 안아 올 수 있으니, 카드가 돈을 가져다주는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엄마처럼 현금 카드를 갖고 싶어 하는 마로처럼 말이다.
몸으로 익히는 돈의 의미
엄마는 카드가 돈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번 돈을 은행에 넣어 두고 카드로 찾아 쓰는 거라고 하지만, 마로에게는 막연하게 들릴 뿐이다. 특히 엄마 아빠가 노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소비하는 모습만 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돈을 노동의 대가라고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말이 아니라 체험이 그 답이다. 용돈을 그냥 주는 대신, 아이에게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거들게 하고 용돈이나 심부름값을 주자. 돈이 곧 노동의 대가임을 몸으로 익히는 아주 좋은 교육이다.
돈이 펑펑 쏟아지는 마법의 카드를 꿈꾸는 마로에게, 생각의 새 필로는 서랍 속의 동전이 어디서 났는지 묻는다. 그 동전은 마로가 아빠의 세차를 거들고, 이웃집 할머니의 빵 심부름을 하고 얻는 것들이다. 필로가 마로의 동전을 슬쩍 집어 날아오르자 마로는 “너는 나처럼 차를 닦지도 않았고, 심부름도 하지 않았잖아, 이리 내!“라며 항의한다. 마로는 이미 돈이란 일을 해서 얻는 것이고, 일하지 않은 사람은 남의 돈을 함부로 탐낼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새 필로와 이야기하면서 마로는 돈의 정체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돈은 일을 한 대가이지, 어디서 그냥 생기는 게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나중에 커서 무엇을 할 건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기로 한다.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연습
돈의 실체는 모르고 돈이 부리는 마법만 보고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돈의 소중함과 소비의 절제를 알려주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마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마로처럼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연습을 시작하자. 집안일을 돕고, 그렇게 얻은 용돈을 모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쓰는 습관, 아이가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작지만 아주 소중한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