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굶주린 사자가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 듯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칼리가리 유원지로!
의문의 화재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보들레어 삼남매와 유산을 노리고 끊임없이 아이들을 위협하는 올라프 백작, 과연 이 대결의 끝은? 9권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지를 발휘해 올라프 백작이 모는 차 트렁크에 숨어든 보들레어 삼남매는 간신히 불길에 휩싸인 병동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가는 곳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 아이가 얼결에 올라프 백작 일행을 따라 도착한 곳은 유원지라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2퍼센트 부족한 칼리가리 유원지, 그곳에는 수정 구슬로 앞날을 점친다는 마담 룰루가 올라프 백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지금껏 올라프 백작이 자신들이 숨은 곳을 귀신같이 알고 찾아온 건 전부 다 마담 룰루가 점괘로 일러줬기 때문이라는 걸 엿듣게 된다. 자기 차 트렁크에 실려 보들레어 아이들이 따라붙은 줄 꿈에도 모르는 올라프 백작은 이번에도 마담 룰루에게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는 사이 보들레어 아이들 역시 V.F.D의 비밀과 혹시라도 생존해 있을지 모를 부모 중 한 사람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마담 룰루에게 접근하기로 결심, 머리 둘 달린 괴물과 늑대 아기로 변장하고 적진 한복판이나 다름없는 칼리가리 유원지로 찾아가 위장 취업에 나서게 되는데……. 도무지 어디가 문제라는 건지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기형 괴물, 유원지의 부활을 꿈꾸는 동시에 점괘에 대한 복채로 올라프 백작이 끌어들인 굶주릴 대로 굶주린 성난 사자 떼, 그리고 폭력과 추잡함에 좋아 날뛰는 정신줄 놓은 군중들, 과연 이런 환경에서 보들레어 삼남매와 올라프 백작, 마지막에 웃는 건 누구일까?
개성만점 캐릭터, 위기일발 사건, 좌충우돌 모험!
반짝이는 재치와 날카로운 풍자를 더한 세련된 서사!
전 세계를 사로잡은 ‘위험한 대결’만의 매력!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총 7년에 걸쳐 13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완결된 시리즈,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기존 아동문학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캐릭터와 감성으로 전 세계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현란한 마법을 쓰거나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지 않고도 ‘해리 포터’의 인기를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까닭도 지금껏 본 적 없는 그 새로움, 그 신선한 재미에서 찾을 수 있지요.
더욱이 이번 9권에서는 문단 하나하나마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날카롭고 적절한 풍자가 더해져 읽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특히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에는 작가가 진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극중 흐름을 좌우하는 인물 마담 룰루는 사실 알고 보면 어떤 목적을 위해 신분을 숨긴 보통의 여성입니다.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보들레어 아이들에게 마담 룰루는 눈물을 글썽이며 묻습니다. “나도 다시 한 번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고 말이지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것, 무조건 그걸 맞춰 줘야 한다고 하는 마담 룰루의 좌우명은 우리 모두에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뿐인가요? 자기들이 더할 나위 없는 기형이라고 굳게 믿고 칼리가리 유원지라는 주어진 환경에서 온갖 굴욕을 겪지만 조금의 일탈도 꿈꾸지 않는 곱사등이 위고와 양손잡이 케빈, 곡예사 콜레트를 통해서도 작가는 묻습니다. 누가 누구를 기형이라 부를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중에 마음이 ‘기형’인 사람은 없는지 말입니다.
이렇듯 ‘위험한 대결’ 9권은 전체 시리즈에서 극적 긴장을 높여 다음 권으로 이어지는 훌륭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담긴 질문을 던지고 독자로 하여금 그 답을 스스로 극중 인물들과 함께 나서서 찾아보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기나긴 시리즈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잃지 않고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다시 말해 작가 레모니 스니켓의 진짜 빼어난 역량이 아닐까요? 9권을 읽는 순간, 남은 4권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