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스로 특별한 예술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지구이기 때문이죠.
그것을 기록하고 증언하기 때문에 최고로 행복한 예술가 중의 한 명이 되는 게 아닐까요?”_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우리에게 <하늘에서 본 지구>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항공사진을 통해 색다른 각도로 우리 지구별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 이 책에는 항공사진의 거장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을 비롯해 그가 창립한 알티튀드 에이전시 소속 작가들이 찍은 70여 장의 항공사진이 실려 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사진은 아름답거나 경이롭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그의 렌즈는 그저 아름다움만을 쫓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지구의 신호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안으로는 미처 볼 수 없는 지구 곳곳의 자연환경과 인간들의 삶을 포착해 그 안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반성을 동시에 담아낸다. 그런 그가 현재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지구의 모습을 찍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고의 사진 예술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베르트랑은 <소년, 지구별을 보다>에서 아이들의 힘에 대해 언급했다.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아이들에게 있다고 믿은 것이다. 지금 당장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해도, 적어도 아이들은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이를 널리 알리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언제나 입버릇처럼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각자의 편의와 이기심 앞에서는 미루기만 했던 어른들과는 다르다고 믿은 것이다. 그의 생각처럼 아이들이야말로 소리 내어 지구가 당면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걱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힘과 용기를 갖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곳곳의 항공사진을 찍으며 누구보다 지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베르트랑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지구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동시에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알려 주고자 사진을 찍고 한 권의 책으로 모으는 데 앞장섰다. <소년, 지구별을 보다>는 그런 그의 노력이 빚어낸 산물이다. 그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사진들로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소년, 지구별을 보다>를 읽으며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좋을 것이다.
경이로운 사진과 감성 넘치는 글·그림,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책
<소년, 지구별을 보다>에는 경외심과 고발정신이 동시에 느껴지는 항공사진과 더불어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먹빛 하나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려낸 그림과 감성을 잘 살린 글이다. 항공사진과 한 면에 실려 있으면서도 그림은 절대 사진을 방해하거나 능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과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더 크고 아름다운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때로는 사진의 연장선상에서, 때로는 사진에 미처 담지 못한 부분을 조명하면서 책 전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환경 보호 메시지를 형상화해 냈다. 또한 한 편의 시처럼 함축적인 언어로 절제를 담아 소년의 목소리로 풀어낸 글은 그런 그림의 여운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책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가 어느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놀라운 균형을 이룬다. 마치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그들 각각의 자연미와 인공미가 맞물리면서 균형을 이룰 때 지구별이 가장 아름답게 빛이 나듯, 거장의 사진과 예술성 높은 그림, 특유의 감성을 실은 글이 한데 어우러져 지구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일깨우는 소년의 목소리, 『소년, 지구별을 보다』
지금 세계는 지구 곳곳의 여러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을 강타한 지진,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는 화산들, 계절감을 잊게 하는 이상 기후…… 이렇듯 갑자기 들이닥친 자연 재해 앞에서 사람들은 커다란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우리 인간의 생각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재해일까? 어쩌면 지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의 오만함과 무신경함에 꾸준히 경고를 보내 왔는지도 모른다. 그걸 알아채지 못한 채, 혹은 무시한 채 자기 편한 대로 살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까닭은 바로 우리 인간들에게 있는 것이다.
<소년, 지구별을 말하다>는 땅을 딛고 바라볼 때는 미처 몰랐던 지구의 아름다운 얼굴과 함께, 인간의 무신경함이 빚어낸 지구의 고통스런 얼굴을 같이 다루고 있다.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몽글한 구름이 걸린 파란 산과 초록빛 선명한 들판, 오랜 세월에 걸쳐 땅 위에 그 모습을 새긴 구불구불 흐르는 강과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짙고 푸른 바다…… 볼수록 경이로운 지구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인간이 더해지면서 생긴 어두운 그들도 책은 놓치지 않는다. 들판을 망가뜨려 점차 사막으로 바꿔 버리는 거대한 기계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며 사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대도시 주변의 거대한 쓰레기장, 무절제한 개발로 난도질된 숲…… 이렇게 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사이사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책의 목소리를 맡은, 지구의 오늘을 걱정하고 내일을 꿈꾸는 소년은 우리에게 따져 묻고 있다. 계속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빙하는 어떻게 할 건지, 지구온난화가 일으킬 갖가지 환경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만 할 건지, 지역 사람들이 당장 먹을 식량도 없으면서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먹고 즐길 커피와 담배를 왜 여기서 키워야 하는 건지 등을 말이다.
하지만 소년은 인간의 잘못을 탓하고 원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것을 되돌리기에 지금이 너무 늦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때로는 숲을 지키는 정령의 눈이 되어, 때로는 깊은 바다를 가르는 푸른 물고기의 눈이 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구별을 지켜보겠다는 소년의 의지는 읽는 이에게 그 감정을 함께 공유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책 뒤쪽에 따로 모아 실은 ´환경 키워드’는 책을 읽으면서 또는 환경 관련 뉴스 등을 접하며 궁금했던 용어의 자세한 뜻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세대와 국경을 넘어 환경 지킴이로 살아가는 데 꼭 알아두어야 할 단어를 선별해 자세히 정리했다.
하루가 다르게 비약하는 과학 기술과 더불어 어느 때보다 인간을 위협하는 자연 재해에 맞닥뜨린 지금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때 지구별이 가장 건강하게 빛날 수 있다는,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환기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