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랑베르 (세계문학전집 038) 양장
- 원서명
- Louis Lambert
- 저자
- 오노레 드 발자크
- 역자
- 송기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0-05-17
- 사양
- 사양 200쪽| 137*203 (양장)
- ISBN
- 978-89-546-1105-3(양
- 분야
- 장편소설, 세계문학전집
- 정가
- 11,000원
- 신간안내문
-
다운받기
-
도서소개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발자크가 자신의 소설 작품 전체에 이름 붙인 『인간극』은 발자크가 현실의 세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또 하나의 우주라 할 수 있다. 이 중 1833년 출간된 『루이 랑베르』는 『나귀 가죽』 이후 발자크가 두번째로 발표한 "철학 연구"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여덟 살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 "정신적 교도소"인 기숙학교로 보내졌던 발자크 유년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소설로, 절대적 사유에 이름으로써 인간 한계를 극복하려는 한 소년의 욕망과 그에 따른 필연적 좌절을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필치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다.
-
저자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é de Balzac
1799년 5월 20일 투르에서 태어났다. 파리에서 중등교육을 마치고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법률 사무소와 공증인 사무실에서 잠시 견습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공증인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작가의 길을 선택, 자신의 재능을 입증하기 위해 운문 비극 『크롬웰』을 집필하지만 참담한 실패를 겪는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고 창작활동을 이어가며 이른바 ‘상업 문학’ 작품을 양산한다. 이후 문학을 등지고 인쇄업, 출판업, 활자주조업에 투신하지만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되고, 1829년 처음으로 자신의 본명을 써서 『마지막 올빼미 당원 혹은 1800년 브르타뉴』를 출간하면서 여러 신문에 시사 논평을 기고하는 등 다시 글쓰기에 몰두한다. 1831년『나귀 가죽』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명성을 얻은 후 『외제니 그랑데』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잇달아 발표한다. 자신의 소설 작품 전체를 묶어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로 삼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구상하여 1846년 『인간극』을 출간한다. 유례없이 방대하고 비범한 작품을 남긴 발자크는 몇 개월 동안 병상에서 지내다가 1850년 8월 생을 마감하고 페르 라셰즈 묘지에 안장된다.
-
목차
루이 랑베르
해설 - 절대적 사유를 향한 열정, 그리고 광기
오노레 드 발자크 연보
-
편집자 리뷰
『루이 랑베르』는 발자크가 가장 많은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집필한 작품 중 하나이다. 항상 원고에 쫓겨 살았던 발자크는 글쓰기 속도가 무척 빠른 작가로 단 며칠 만에 소설 하나를 완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몇 년에 걸쳐 다른 작품들을 쓰면서도 항상 마음속으로 잊지 않았던, 고심하며 집필했던 작품이다.
『루이 랑베르』는 1832년 『새로운 철학 이야기』에 ‘루이 랑베르에 대한 약력’이란 제목으로 처음 실린 후,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1년 뒤인 1833년에 『루이 랑베르의 지적 이야기』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발자크는 이 책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1835년에 다시 보완하여 ‘철학 연구’에 수록했다. 그리고 ‘철학 연구’에 실린 작품들 중 『루이 랑베르』, 『추방자』, 『세라피타』를 따로 묶어 1835년 말엽에 『신비소설』을 출판했다. 이 3년 동안 『루이 랑베르』의 분량은 거의 두 배가 되었고, 소설의 의미와 가치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문학 천재는 수많은 꿈을 추구했고,
끊임없이 절대적인 것을 탐구하는 위대한 몽상가였다. _ 샤를 보들레르
『루이 랑베르』는 8세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 ‘정신적인 교도소’ 방돔 기숙학교에 보내진 발자크 유년의 불행한 모습이 투영된 자전적 철학 소설이다. 이 작품의 자전적 페이지들은 천재적인 소년, 자신의 천재성으로 인해 현실의 고통을 남들보다 두 배로 앓아야 하는 소년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유년을 묘사하기 위해 발자크는 이중 초상화의 형식을 택하는데, 작품 속에서 ‘시인과 피타고라스’로 함께 불리는 주인공 ‘루이 랑베르’와 화자인 ‘나’는 문학과 철학을 추구하는 바로 작가 자신의 두 가지 모습이다. 젊은 괴테가 자신의 모습을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로 나누어 표현했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루이 랑베르’는 수도원, 더 나쁘게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방돔 학교의 엄격하고 가혹한 훈육에 가차 없이 내맡겨진 어린아이의 운명을 발자크 자신을 여러모로 반영하는 다른 작품 속 인물들, 다시 말해 『나귀 가죽』의 라파엘, 『잃어버린 환상』의 다르테즈, 『13인의 비밀결사 이야기』의 몽트로 장군보다 더 생생하게 그려낸다.
방돔 시 한가운데의 루아르 강변에 위치한 방돔 기숙학교는 어둠침침한 탑과 철옹성 같은 성벽 때문에 학교라기보다는 감옥 같은 인상을 준다. 방학도 없고, 부모가 방문하는 일도 드물다. 외출 또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학교에 머무는 6년 동안 발자크는 한 번도 집에 간 적이 없다고 한다. 발자크-랑베르는 농사꾼같이 투박한 동급생들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민감하게 고통을 받고, 그의 비상한 힘과 천재성을 알아차리지 못한 선생들에게 끊임없이 체벌당하고 벌을 받는다. 그렇게 그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한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했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열두 살의 루이 랑베르가 쓴 「의지론」(발자크의 또 다른 소설 『나귀 가죽』의 주인공 역시 「의지론」을 쓴다)은 정신병리학의 맥락에 관한 거대한 철학 체계가 이 시기에 발자크 사상의 핵심 주제로 발아하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
이렇듯 『루이 랑베르』는 방돔 기숙학교 학적부의 냉담한 기록 말고는 발자크 유년의 흔적을 찾을 길 없는 후대의 독자들에게 유년의 발자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문학적 기록이다.
절대적 사유를 향해 비상하는 천재적 철학자의 집념과 광기
게오르그 루카치가 “19세기 최고의 작가”라고 평가한 발자크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철학소설에 몰두했던 사실이나 철학소설에 대한 그의 애착 등은 발자크 작품에서 철학소설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간극』의 한 장(章)인 ‘철학 연구’에 실린 작품 대부분이 1830년부터 1835년 사이에 쓰여진 것들로, 여기에는 최고의 예술, 과학, 철학을 추구하는 예술가, 과학자, 철학자, 그리고 초월적인 힘과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가 절대를 추구하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넘고자 한다. 이들 작품 중에서 『루이 랑베르』는 인간의 이중성, 즉 육체와 영혼, 그 사이의 갈등, 그리고 육체를 누르는 영혼의 우위성을 그렸다. 정신주의와 물질주의의 결합, 그리고 영혼의 승리를 추구하는 이 작품은 발자크의 철학 사상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 랑베르』에서 발자크는 인간의 지적인 활동이 물질적 열정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소진시켜 인간을 광기와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자인 ‘나’와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천재 철학자 ‘루이 랑베르’의 지적 능력과 집념이 광기로 변하고 결국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은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루이 랑베르가 그의 탁월한 지적 능력을 깨달은 스탈 부인에게 후원을 받는 유년기이다. 두번째는 감옥 같은 학교의 사방 벽 안에 갇힌 채, 반 친구들과 선생들의 몰이해와 적대감 속에 고립된, 광기가 잠재된 방돔 기숙학교의 학창 시절이다. 세번째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파리의 체류 기간이다. 이때 그는 파리의 사치와 쾌락의 한복판에서 지독한 가난과 고독을 겪으며 사막과 같은 황량함 속에서 절대 사유에 대한 갈망을 느낀다. 마지막 네번째 단계는 블루아에서의 칩거 시기로, 이때 만난 부유한 유대인 상속녀 폴린 드 빌누아와의 사랑은 루이가 정신분열증의 광기로 빠져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절대적 사유에 이름으로써 인간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것의 필연적 실패를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루이 랑베르』는 발자크가 가장 많은 애정을 쏟은 작품이자 최고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
1811년 열네 살의 루이 랑베르는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스탈 남작부인의 후원으로, 오라토리오 수도회 교단 소유의 방돔 기숙학교에 입학해, 그와 비슷한 기질의 책벌레인 ‘나’(랑베르보다 두 살 아래)와 단짝 친구가 된다. 하지만 랑베르와 나는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 소외당하고, 우리만의 친밀한 세계, 무한한 관념의 세계를 구축한다.
신부인 선생들은 루이 랑베르의 비상한 눈빛과 천재성을 반발심과 게으름, 오기로 잘못 알고 끊임없이 가혹한 벌을 준다. 나 이외의 그 누구도 이 가냘픈 체구의 허약한 소년이 숨 막히는 학교 공간을 떠나 정신적 비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웅덩이에 고여 썩어가는 물처럼, 랑베르의 정신은 감옥과도 같은 방돔 학교에 갇혀 피폐해져간다. 하지만 ‘나’는 열병 때문에 갑작스레 학교를 그만두면서 그와 이별하게 된다. 그 후 루이 랑베르는 부모를 여의고 6개월이 지난 1815년(랑베르의 나이 18세)에 방돔 기숙학교를 떠나 삼촌 집에 칩거하다가 파리로 간 뒤, 가난의 고통에 쫓겨 다시 블루아의 삼촌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823년 승합마차 안에서 우연히 랑베르의 삼촌을 만난 ‘나’는 랑베르의 비참한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간다. 이미 광기의 조짐을 보이던 랑베르가 블루아에서 가장 부유한 상속녀인 사랑하는 폴린 드 빌누아 양과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극심한 광기에 빠져든 것이다. “쉰아홉 시간 동안 시선을 한 곳에 붙박은 채 꼼짝도 않고 먹지도 자지도 않는” 강경증에 사로잡힌 랑베르는 깊은 명상을 통해 몸과 정신이 분리되고, 육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자기 거세를 통해 육체적 결핍을 시도한다. 육체가 완전히 떠나고 정신만 남은 시체와도 다름없는 랑베르를 약혼녀인 폴린은 지극한 모성으로 보살피며 그와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살아간다.
본문 발췌
랑베르의 한숨을 통해 나는 슬픔에 대한 찬미를 배웠다. 그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가장 아름다운 구절들보다 더 훨씬 더 깊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정당하게든 부당하게든 법에 의해 비난받는 열정으로 인한 베르테르의 고통을 태양의 찬란함과 계곡의 이슬, 그리고 자유를 갈구하는 가엾은 루이의 괴로움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르테르가 욕망의 노예였다면, 루이 랑베르의 영혼은 노예 자체였다. 가장 감동적인 사랑, 혹은 가장 순수하기에 가장 진실된 욕망에 근거를 둔 사랑의 감정은 천재의 비탄을 능가하는 것이다._46쪽
그는 살아 있는, 숭고한 애가(哀歌) 그 자체였다. 그는 체념했고 침묵했다. 늘 고통을 느꼈지만 ‘고통스럽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이 세상 전체를 먹이로 삼고 싶었던 그 독수리는 좁고 더러운 사방 벽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_47쪽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발자크가 자신의 소설 작품 전체에 이름 붙인 『인간극』은 발자크가 현실의 세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또 하나의 우주라 할 수 있다. 이 중 1833년 출간된 『루이 랑베르』는 『나귀 가죽』 이후 발자크가 두번째로 발표한 "철학 연구"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여덟 살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 "정신적 교도소"인 기숙학교로 보내졌던 발자크 유년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소설로, 절대적 사유에 이름으로써 인간 한계를 극복하려는 한 소년의 욕망과 그에 따른 필연적 좌절을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필치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