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실용주의’와 ‘모순을 끌어안는 관용’
우리 시대의 ‘타타(아버지)’ 만델라의 인생철학
“사람들이 나를 메시아라고 생각하는 건 건전하지 못한 거예요. 실망밖에 더 하겠어요? 지도자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똑같은 사람이란 걸 알아야 해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길 원해요.”(254쪽) 만델라의 말처럼 이 책은 ‘성인(聖人)’으로 박제된 모습이 아니라, 때로 좌절하고 겁에 질리며 실수하고 마음을 다치기도 하는 한 ‘인간’이 역경을 극복해가는 과정,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가는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만델라의 정신을 우리 일상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철학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 핵심원칙을 세워라
저자는 만델라를 가리켜 “순결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올바른 목표를 위해서 흙탕물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고결한 실용주의자”라 칭한다. “만델라는 ‘인종,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라는 단 하나의 원칙만 분명히 지켜온 사람”이며 “그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청년동맹을 이끌던 시절, 흑인 외의 인종과 공산주의자의 당 가입에 반대하던 입장을 철회하고 ANC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대의를 선택했던 것, 남아공 정부가 평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며 샤프빌 항쟁 같은 유혈 사태가 벌어지자 기존의 ‘비폭력투쟁’ 노선을 바꿔 ‘무력투쟁’을 천명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만델라는 고귀한 원칙을 위해 적과 기꺼이 타협하고, 변화하고, 적응했다.
▶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만델라는 모순에 관대하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모순에도 관대하다. 저자가 만델라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식의 질문을 던질 때면, 만델라는 곤혹스러워했다. 그의 대답은 거의 항상 “둘 다”였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백인의 두려움과 흑인의 좌절감을 동시에 공감했다. 부족주의의 가치와 근대화의 힘도 동시에 알고 있었다. 국영화의 장점과 자유시장의 매력도 동시에 파악했다. 럭비에 대한 아프리카너들의 애정과 해방운동가들의 혐오도 동시에 이해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행동에는 좋고 나쁜, 고귀하고 천박한 동기가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자신이 가장 잘한 일만큼 선하거나, 가장 잘못한 일만큼 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점을 이해할 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 자신만의 텃밭을 가꿔라
로벤 섬 교도관들은 거칠고 무례했다. 채석장 노동은 허리를 휘게 만들었다. 6개월마다 단 한 번의 면회와 단 한 통의 편지만 허용됐다. 장남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 위니는 늘 위협당하고 있었다. ANC의 투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 초반,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 만델라는 텃밭을 가꾸기로 결심했다. 몇 개월에 걸쳐 교도소 당국을 설득했고, 감방 바로 앞에 작은 땅을 얻었다. 정성스레 밭을 일구고, 원예를 공부하고, 수확한 채소를 재소자의 급식에 보탠 뒤 교도관들에게도 나눠줬다. 텃밭은 만델라에게 세상의 혼란과 소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였다. 후퇴해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소생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만델라는 강조한다.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텃밭을 가꿔야 한다.”
▶ 게임은 길다
“종국에는(in the long run)”. 만델라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27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만델라는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웠다. 단호하게 보이기 위해 서두를 때보다, 천천히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는 편이 거의 항상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만델라가 로벤 섬에 있을 때, 일부 젊은 수감자들은 그가 충분히 빠르게 대처하지도, 당국의 횡포에 제대로 도전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묻곤 했다. “지금 하면 안 됩니까?” 만델라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에는 자네 말이 맞을 거야. 하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종국에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진행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속도는 사람들을 도전하도록 고무하는 것과 크게 상관이 없음을 만델라는 경험을 통해 알았다. ‘인생은 길다. 그러니 천천히 가라.’ 만델라가 현대인들에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다.
■ 만델라의 15가지 인생 수업
1. 때로는 ‘용감한 척하는 행동’에서 진짜 용기가 생겨난다.
2. 신중하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라.
3. 앞에서 이끌 때도 항상 동료들을 생각하라.
4. 능력과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5.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구축하라.
6. 핵심 원칙을 세워라. 다른 모든 것은 단지 전술일 뿐이다.
7. 다른 사람들의 장점에 주목하라.
8. 적을 파악하라.
9. 라이벌을 가까이하라.
10.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11. 게임은 길다.
12. 사랑은 차이를 만든다.
13. 그만두는 것도 이끄는 것이다.
14.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15. 자기 자신만의 텃밭을 가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