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위즈너는 이 작품에서 시작되었다
『이상한 화요일』『구름 공항』등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그림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돋우는 작품들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 그는 미술 학교 시절 프리츠 라이버의 단편소설「주사위 던지기」를 접하고, 그 풍부한 이야기에 감명 받아 이를 토대로 글 없는 그림책 작업을 시도한다. 당시의 작업물을 다듬고, 그림책용으로 원고를 각색한 것이 바로 그림책『주사위 던지기』이다. 데이비드 위즈너가 ‘칼데콧 메달을 세 번이나 받은 역사상 두 번째 작가’ 가 되기 전, 풋풋한 젊은 그림책 작가 지망생으로서 품었던 고민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팬들은 물론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겨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영혼을 거는 한판의 승부, 인간의 욕망을 그리다
주인공 ‘조’는 낡은 것으로 둘러싸인 가난한 가족과의 생활에 염증을 느껴 ‘본야드’로 노름을 하러 떠난다. 그 곳에서 한눈에도 엄청난 내공을 지닌 듯한 ‘큰 노름꾼’을 만나게 되고, 그와 게임을 시작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사위를 던질 수 있다고 믿어 온 조이지만 그는 모든 돈을 건 그 자리에서 난생처음으로 실수를 저질러 게임에서 진다. 큰 노름꾼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자신이 딴 모든 것과, 이 세상과, 이 세상 안에 있는 모든 걸’ 거는 대신 ‘조의 생명과 영혼을 거는’ 승부를 제안하는데…….
파우스트 박사가 인간 지식의 한계를 알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건다든가, 가난한 이가 부자가 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이야기는 서양 문학의 오래된 모티브이며, 그만큼 오랜 시간 사람들을 매혹시켜 온 이야깃거리이다. 특히 이 작품의 소재가 된 ‘크랩 게임’은 주사위 단 두 개와 단순한 규칙 안에서 승부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최대한 자극하는 게임이라 하니,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운명과 대결하는 순간이 더욱 극적으로 부각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 담긴 유혹, 갈등, 스릴은 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뛰어넘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이다. 인간은 곧 놀이하는 존재라고 한다. 놀이에 임하는 자세는 곧 인생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정체성이자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인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는 게임을 통해 자신의 무능력함, 인생의 무기력함을 극복하려 한다.
본격,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이 책의 원작인 단편소설 「주사위 던지기」를 지은 작가 프리츠 라이버는 현대 과학‧호러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이다. 다양한 메타포와 트릭, 언어유희로 가득한 그의「주사위 던지기」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장르문학 마니아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원작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 데이비드 위즈너는 내용을 과감히 압축하거나 결정적인 단서를 그림 속 곳곳에 심어 두는 등 여러 장치를 사용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위즈너가 숨겨 둔 조각들을 발견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유혹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주사위 단 한 판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어른들이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스릴과 인생에 대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질문을 품고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