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20세기의 고전문학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신간
『아가멤논의 딸』은 『부서진 사월』『꿈의 궁전』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알바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85년에 알바니아에서 집필되었으나 2003년이 되어서야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원고의 ‘외부 반출’이 알바니아 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던 시절, 카다레와 프랑스 편집자는 출간이 금지된 그의 원고를 비밀리에 몇 장씩 알바니아 밖으로 빼내어 파리 시(市) 금고에 보관하였다가 후에 출간했는데, 이렇게 해서 출간된 작품 중 하나가 이 책 『아가멤논의 딸』이다.
『아가멤논의 딸』은 2부작 중 제1부를 이루는 작품으로, 제2부인 『후계자』는 문학동네를 통하여 출간될 예정이다. 이 두 작품은 동일한 인물과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를 갖는다.
참고로, 『후계자』에는 『아가멤논의 딸』에서 화자 ‘나’의 사유의 모티브가 되는 것, 즉 ‘수잔나’ 집안의 사건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이 희생은 꼭 필요한 거야……”, 무엇을 위한 희생인가?
소설은 5월 1일 노동절 기념 대회 날 몇 시간 동안의 일을 그리고 있다. 대회 날 아침, ‘나’는 국가의 선택을 받은 인민만이 입장할 수 있는 대회장 초대권을 가지고 아파트에서 연인 수잔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수잔나의 아버지는 지도자 동지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고위 간부로, 딸에게 옷차림부터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다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딸은 아버지의 승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나’에게 이별을 통고한 것이다. “이 희생은 꼭 필요한 거야……” 수잔나의 이 말을 화두로, ‘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떠올리며 이피게네이아의 희생과 수잔나의 희생의 유사점을 찾는 데 골몰한다. 이피게네이아는 무엇을 위해 희생되었던가? 아가멤논은 왜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켰는가?
마침내 ‘나’는 오지 않는 그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대회장에 늦지 않기 위해 집을 나선다.
대회장 가는 길, 권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몰락해가는 인간 군상
소설은 대회장 가는 길에서 ‘나’가 만나는 사람들, ‘나’가 회상하는 사건을 통해 혹독한 전제정권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그리고 권력의 공포 앞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이 각자 어떻게 변질되고 몰락해가는지를 소름끼치도록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전제정권이 명분으로 내거는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의 폐해는 이미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지금, 되새기기에는 너무나 새삼스러운 주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 이 소설은 권력이 창출되고 유지되는 생리와, 권력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비틀어진 모습을 고발함으로써 전(全)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권력의 공포 앞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물이 그저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듯,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 우왕좌왕하며 몰려갈 뿐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이보다 더 비극적으로 처절하게 그린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꿈의 궁전』이나 『H서류』 등의 작품에서 현실을 풍자한 우화로 ‘웃기는 비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카다레는, 이 작품에서는 그간의 작법을 잠시 옆으로 놔두고 작가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회고하는 듯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독재정치와 전체주의를 본격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나’는 국경일 축제 분위기에 들떠 거리를 꽉 메운 인파를 헤치고 대회장을 향해 간다. 대회장 가는 길, 그것은 국가의 ‘간택’을 받은 자의 우월감, 자랑스러움과 ‘간택’받지 못한 자의 시기심, 부러움, 의심의 눈초리(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초대장을 받을 수 있었을까? 누구를 팔아먹은 거지?)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길이다. 국가라는 지고의 권력 하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카다레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서로 낯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눈부신 연대의식이 생성되고 있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모두에게 똑같이 엄숙하고 기쁜 국경일, 똑같은 (국가의) 집게손가락으로 간택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서로에게 말을 걸거나 아니면 은근하게라도 서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싶은 황금빛 동맹 관계를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 맺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다른 사람들, 일반인들,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은, ‘당신이 왜 초대받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당신이 말이야’ 하는 어리둥절하거나 의심에 가득 찬 집요한 시선으로 더이상 우리를 짜증나게 만들지 못하도록 안전선 바깥쪽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본문 34p)
‘나’는 사상적으로나 출신성분으로 보나 결코 대회장 안에까지 들어갈 1급 초대장을 받을 만한 인물이 아니다.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초대장을 받았고, 그 때문에 ‘나’는 대회장 가는 길 내내 모종의 죄의식을 느낀다. 사람들의 비난어린 시선이 모두 자기에게 향하고 있다고 느끼며, 예전에 자신이 연루된 어느 사건 때문에 탄광으로 쫓겨간 사람들이 TV에서 자기 모습을 본다면 자신이 그들을 밀고하여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고 오해할까봐서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부러움과 시기심, 의혹의 눈초리가 팽배한 군중 사이에서, ‘나’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던져야 한다는 피해의식에 빠져든다.
"나는 역정 가득한 시선을 주위 사방으로 던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피를 보고서 이성을 상실하여 군중 앞에서 마구 무차별 사격을 가해대는 테러리스트 같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어차피 그럴 바에야, 저들에게서 내쫓기느니 차라리 내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 편이 더 나았다. 한발 늦는 자는 패자였으니까." (본문 39p)
대회장 가는 길에 ‘나’가 만나는 사람들은 국가의 억압을 겪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질되어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들이다. 전도유망한 과학자였으나 스탈린 추도집회 때 웃음을 터뜨렸다는 이유로 당의 가혹한 처벌을 받은 이웃집 남자는 평생 애원하는 구슬픈 표정으로 폐인이 되어 살아간다.(본문 25~26p) ‘나’의 친구 레카 B.는 연극 연출자였으나 “서른두 가지나 되는 이념상의 오류가 들어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린 죄로 좌천되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그늘도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자신의 쓰라린 과거를 남의 이야기하듯 신바람이 나서 말하며, ‘나’가 초대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시기심이나 조롱의 흔적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이것 역시 억압 하에서 변질된 모습의 하나임을 작가는 행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본문 27~31p)
옛 동화 ‘대머리의 추락’ 이야기와 비유를 이루며 전개되는 ‘나’의 동료 G.Z.의 이야기는, 숭고함을 자아내는 비극적 동화와 추한 현실의 비극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읽는이의 감정을 고양시킨다는 점에서 현실 고발도 이렇게 해서 훌륭한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5장, 본문 53~60p)
어느 날 갑자기 낮은 세계로 추락한 대머리는 다시 위쪽 세계로 올라가기 위해 독수리 등에 타고 비상을 한다. 하지만 조건은 있었으니, 그것은 독수리가 울 때마다 생고기를 먹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기를 충분히 준비하고 독수리 등에 올라탄 대머리는 독수리가 울 때마다 고기를 한 점씩 먹여준다. 하지만 위쪽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고기가 다 떨어지자 대머리는 자기 팔뚝에 칼을 박아 넣어 자기 살을 먹인다. 그리고 다음에는 엉덩이 살, 다음에는…… “음울하게, 그는 깊디깊은 어두운 구렁텅이 속을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독수리가 또다시 먹이를 요구하면 떼어 주어야 할 자신의 몸뚱어리 이곳저곳에 차례로 눈길을 던져보았다. 맙소사, 모두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부위였다!”(본문 59p) 드디어 독수리는 위쪽 세계에 도착했으나 독수리 등 위에는 해골이 타고 있었다는 이 슬픈 동화는, 성공 가도를 달리던 G.Z.가 사촌의 체포로 갑자기 낮은 세계로 추락하자 자신만의 독수리를 집어타고 비상하려는 대목까지 완전한 일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G.Z.는 남의 살로 독수리를 먹인다는 점에서 대머리 이야기와 결정적으로 갈라선다. G.Z.는 추락하자 사촌을 저주하고 부정했으며, 신발이 닳도록 이 사무국 저 사무국을 누비고 다니다가 결국 어느 젊은 극작가를 밀고하여 체포당하게 한 것이다.
"G.Z.는 다른 사람의 살 외에는 독수리를 먹여 살릴 능력이 결단코 없는 사람이었다. 자기 몸뚱어리의 일부를 잘라 준다는 내용으로 인해 이 동화는 비극적인 빛을, 슬프고도 위대한 면모를 띠게 되었지만, G.Z.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그런 위대함은 전적으로 이질적인 것이었다. G.Z. 같은 자가 다른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몸에서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뽑아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문 59p)
희생과 권력의 이중주
이렇게 대회장 가는 길은 여러 사람을 만나며 체제와 인간에 대한 어지러운 상념에 잠기는 길이었다. 마침내 ‘나’는 대회장 안으로 들어가서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 지도층의 초상화와 사회주의 혁명일꾼의 대열이 퍼레이드를 하며 지나갈 때, ‘나’는 간부 자녀 좌석에서 수잔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다시 ‘희생’이라는 본연의 주제로 돌아가 깊은 사유에 잠긴다.
아가멤논은 왜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켰는가? 트로이 전쟁을 목전에 둔 아울리스 항(港), 전쟁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풍문에 전 그리스 병사들의 마음에 들떠 있을 때, 그리스군 사령관 아가멤논이 강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린다. 정말 강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을까?
스탈린은 왜 자신의 아들 야코프를 희생시켰는가? 전쟁포로로 붙잡힌 야코프를, 스탈린은 포로교환을 통해서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군 장성들은 스탈린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으나,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자기 아들이 모든 러시아 병사들과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스탈린의 주장이었다.
"불현듯, 나는 수수께끼의 의미를 파악한 것 같았다. …… 야코프, 그의 영혼에 평화가 깃들기를. 그는 독재자가 주장했듯이 다른 평범한 러시아 병사와 똑같은 운명을 겪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에게나 죽음을 요구할 권리를 독재자에게 부여해주기 위해서 희생된 것이었다. 이피게네이아가 아가멤논에게 학살의 포문을 열 권리를 부여해준 것과 같이……
희생자는 함대의 출항을 가로막는 강풍이 가라앉으리라는 믿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으며, 모든 러시아 젊은이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는 도덕적 원칙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렇다, 그건 단순히 독재자들의 파렴치한 계략일 뿐이었다." (본문 143~144p)
메마른 삶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 수잔나의 희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간부의 자녀라면 일반 인민의 현실과는 괴리되어 승용차도 굴리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나다니며 해변의 개인 별장에서 난잡한 섹스파티를 벌이는 등 온갖 특권을 누리는 것이 당시 알바니아의 현실이었음에도, 왜 유독 수잔나의 아버지만은 딸에게 옷차림새부터 친구들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것일까? ‘나’는 몇 년 전 전국을 몰아쳤던 문화 자유화 반대 운동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다. 방송국 담당자 앞으로 날아온 한 통의 편지, 가요제의 사회를 봤던 한 여성 진행자의 바닥에 끌리는 긴 드레스에 대한 조잡한 항의투의 편지는, 뜻하지 않게 전 방송국, 이어서 전 문화계의 대대적인 숙청작업의 도화선이 되었다. 누구나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결국 피를 부른 그 편지는 과연 정말로 어느 일반 시청자의 소박한 민원이었을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피를 부르고야 만 경험이 골수에까지 박혀 있는 내게 수잔나가 강요당하는 희생의 의미는 무섭게 다가온다. “나는 안다, 당신이 결국 수잔나를 이용하여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지…… 당신의 도끼가 피로 물들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다 해도, 그것 역시 잔인하게 사람을 후려칠 수 있는 무기다.”(본문 144p)
카다레가 이 긴 사유를 통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수많은 사람이 숨죽이며 보낸 밤들이 산더미 같은 시체보다 덜 중요할까? 아니면 숨막히는 늦가을, 무색무취의 가스에 질식된 저녁 시간의 담소, 더러워지고 시큼한 냄새 풍기는 눈과 겨울 향기는 또 어떤가? 쓸모없는 장식품이 되어버린 수영장 주변의 벤치들, 김빠진 맥주처럼 활기 없는 학생 파티, 강렬한 리듬 없는 탱고, 텅 빈 복도를 울리는 한밤의 청동 시계, 그리고 다 해지고 낡은 거울 앞의 헤어브러시와 보석과 모피 코트……
그렇다, 수잔나가 내게 고해온 것은 삶의 영원한 메마름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선인장처럼 고통스럽게 최후의 생명수 몇 방울을 몸속에 응축시키고 있는 삶." (본문 145p)
아가멤논과 스탈린은 딸과 아들의 희생으로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이제 알바니아 정권은 수잔나의 희생으로 사람들의 메마른 삶을 요구할 권한을 부여받으려 하는 것이다. 피 묻은 도끼에 얻어맞기에도 지친 이 나라는 이제 깨끗한 도끼로 새로운 공포정치의 대상이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시작되었고, 이제 메마른 삶에 장애가 되는 것은 더이상 아무것도 없다, 고 카다레는 탄식하며 기나긴 사유의 끝을 맺는다.
해외 리뷰
그로테스크한 현실을 그리고 있음에도 스토리의 핵심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이다. ‘억압된 삶’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소설의 이 두 주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시지에 짓눌린 느낌은 전혀 없다. 그것은 대체로 카다레라는 메타포의 달인이, 마치 지휘봉을 가볍게 흔들어 서정 음악을 연주하듯, 초점이 정확히 수렴되는 정교한 비유를 가뿐하게 구축한 덕분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카다레는 신화와 전설을 차용하여, 흑옥(黑玉)이 빛을 발하듯 황량한 유머를 발산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전체주의의 잔인성을 지적하고 있다. —『인디펜던트』
광기가 휩쓰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말을 아끼면서도 설득력이 강한 그의 글은 카프카를 연상시킨다. 소설이 전하는 풍경은 황량하며 초현실적이다. —『타임스』
지은이와 옮긴이
이스마일 카다레 Ismaïl Kadaré (1936~ )
1936년 알바니아 남부 기이로카스터르에서 태어났다. 티라너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모스크바의 고리키 문학연구소에서 공부했다. 고등학생이던 1953년에 이미『서정시』라는 시집을 출간하여 일찌감치 시인으로 데뷔했으며, 1963년 첫 소설『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등장으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알바니아의 정치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공산 독재정권 하의 조국 알바니아의 혼과 집단기억을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리는 그의 작품세계는 마르케스의 그것에 비견되며, 전제주의와 유토피아의 위험을 고발하는 헉슬리와 오웰의 뒤를 잇는 반(反) 유토피아 가계의 마지막 후예로 꼽히기도 한다. 죽음과 파괴의 그림자가 너울대는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내용들, 우스꽝스러운 비극과 기괴한 웃음의 조화로 세계적 작가의 자리를 굳혔다. 또한 2천 년간의 외세 지배와 혹독한 스탈린 식 공산독재를 겪으며 유럽에서조차 잊힌 나라 알바니아를 역사의 망각에서 끌어낸 ‘문학 대사’로 평가받는다.
원고의 ‘외부 반출’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알바니아에서 카다레는 1986년부터 자신의 원고를 몇 장씩 빼내 비밀리에 프랑스로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의 위임을 받은 프랑스 출판사가 원고를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가 후에 출간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20년 만에 출간된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 『아가멤논의 딸』이다. 호자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몇 달 전인 1990년 10월, 그는 결국 알바니아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여 지금까지 파리에서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 제1회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죽은 군대의 장군』『돌에 새긴 연대기』『부서진 사월』『꿈의 궁전』『H서류』 등이 있다.
옮긴이 우종길
전문번역가. 프랑스 캉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번역서로 『판지셰르의 사자 마수드』 『천사는 두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수단 항구』『태양을 삼킨 람세스』『나일 강 위로 흐르는 빛의 도시』『신-인간 혹은 삶의 의미』『기계』『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37.2도 아침』『사르트르』 외 다수.
▣ 2007년 11월 5일 발행
▣ ISBN 978-89-546-0421-5 03890
▣ 128 * 188(양장) | 156쪽 | 9,000원
▣ 책임편집 조현나(031-955-8857, jelesais@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