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최대 제국을 이루고 찬란한 황금 문명을 꽃피웠던 잉카 제국. 단 180명의 스페인군에 허망하게 무너진 그 미스터리한 비극의 역사를 웅장한 스케일과 거대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복원했다. 이 소설 『잉카』는 16세기 엘도라도를 찾아나선 스페인 콩키스타도르(정복자)의 탐욕에 무너진 잉카 제국의 비극을 배경으로, 신비로운 힘을 지닌 잉카족 공주와 콩키스타도르 스페인 청년의 열정적 사랑과 운명을 그린 대서사시이다.
이 소설은 ‘스페인의 페루 정복사’라는 역사적 사건 위에, 이제는 자취를 찾을 길 없는 당시 잉카족의 생활상과 풍속, 태양제, 종교의식, 잉카 왕들의 화려한 생활, 페루의 장중한 자연환경, 잉카 제국의 전설과 신화를 정확하고도 치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되살려, 500년 전 신비의 잉카 세계를 웅장한 스케일의 영화 장면처럼 세밀하고도 생생한 영상으로 펼쳐 보인다.
비장한 열정과 사랑으로 영혼을 일깨우는 비극의 사가
스페인 정복자들이 태양의 제국 잉카에 몰고 온 거대한 파멸의 바람!
그 인간 군상의 살육과 전쟁, 탐욕과 음모, 맺지 못할 잉카족 공주와 스페인 청년의 운명적 사랑.
비극의 역사 속에서 숭고한 사랑은 어떻게 꽃필 것인가?
『잉카』의 두 가지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스페인의 잉카 정복 전쟁과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다. 황금 제국을 찾아 무모한 원정을 떠난 스페인 모험가들(프란시스코 피사로와 피사로 형제들, 알마그로 데 디에고 등 거의 대다수가 실존 인물이다)과 황금빛 찬란한 제국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잉카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처절한 사투. 그리고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푸른 눈의 잉카족 공주 아나마야와 젊은 콩키스타도르 청년 가브리엘의 이룰 수 없는 격정의 사랑.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 제국의 항구도시 툼베스에 닻을 내린 것은 1532년. 당시는 태양신의 아들들 사이에 벌어진 골육상쟁의 와중에도 잉카 제국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로, 제국의 영토가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었다. 하지만 한줌의 스페인 콩키스타도르 무리는 잉카인들에겐 신물(神物)과도 같은 화기와 말, 믿을 수 없는 역사적 호기(잉카족의 내전)를 이용해, 40년(1530~1570)이란 짧은 시간 안에 잉카인들의 유례없는 고도의 문명을 유린하고 파멸시킨다.
하지만 광기 어린 살육의 전장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스페인 피사로 대장의 용맹과 모험심에 고무되어 꿈을 좇아 미지의 제국에 발을 디딘 청년 가브리엘은, 잉카 왕 아타우알파가 피사로 총독에게 사로잡히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도가니에서 신비한 예지의 힘을 가진 잉카족 공주 아나마야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비극의 역사에서 숭고한 사랑은 어떻게 꽃필 것인가?
베일에 싸인 잉카 제국의 수수께끼
피로 물든 정복 전쟁의 신화,
가없는 인간 탐욕의 신화,
인간과 자연,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초자연적 마법의 신화,
모든 것을 기원으로 되돌리는 사랑의 신화.
잉카 제국의 정복사에는 많은 의문점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가 피사로 총독에게 사로잡힌 1532년 ‘11월의 대전투’, 이 카하마르카 전투에서 60여 마리의 말을 모는 오합지졸의 180명 스페인 병사들이 어떻게 제국 내 왕위계승전쟁으로 전략과 전술에 능했던 조직적인 잉카 대군을 단 24시간 만에 물리치고 잉카 왕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가. 그리고 비밀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유적은 과연 어떤 곳이었으며, 어떻게 스페인 정복자들의 집요한 탐욕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가. 물론 이외에도 의문점은 무수히 많다.
소설 『잉카』는 놀라움과 비밀로 여전히 남아 있는 이러한 역사의 수수께끼를 작품 속에 설득력 있게 녹여내며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잉카 제국의 멸망, 피의 파고에 휩쓸린 땅에서 피어난 두 남녀의 안타깝고도 신비로운 사랑, 정복자와 피정복자 들이 맞이한 생의 파국을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거대한 상상력으로 빼어나게 직조해낸다.
소설 『잉카』가 태어나기까지
『잉카』는 프랑스 굴지의 XO(엑소) 출판사 사장이자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를 위시한 ‘이집트 신화’로 프랑스 문학계에 새로운 역사소설의 장르를 개척한 유력한 베테랑 편집인인 베르나르 픽소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998년 여름, 픽소는 페루의 쿠스코를 찾았다가 그곳에 한눈에 매료되어, ‘잉카’를 이야기하는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를 꿈꾸게 된다. 크리스티앙 자크 같은 소설가를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에 모든 열정을 바치는 작가였기에, 픽소는 ‘잉카’ 이야기를 빼어나게 창조해낼 작가 캐스팅에 나선다(픽소가 작가였다면 아마도 직접 펜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작가가 바로 ‘앙투안 B. 다니엘’이란 이름으로 뭉친 세 사람이다. 잉카 세계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페루 문명사가 베르트랑 우에트, 로베르라퐁 사의 국장이었고 10년간 픽소의 오른팔로 출판계에 몸담았다가 『안녕 내 하나의 사람』(Gallimard, 2000)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변신한 앙투안 오두아르, 페루 정복을 주제로 다룬 『사생아들』(Barrault, 1991) 등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발표한 중견 소설가 장-다니엘 발타사.
픽소의 기획 아래, “내 가족보다 잉카인들을 더 잘 안다”는 베르트랑 우에트가 잉카 제국 정복사의 역사적 진실성을 고증하고, 등장인물들의 완벽한 전기(傳記)를 정리하고, 작품의 모든 배경(문화, 기후, 역사)에 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을 하는 한편, 작가인 장-다니엘 발타사가 글을 쓰고, 편집인 겸 작가인 앙투안 오두아르가 발타사의 글을 더 풍부하고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발타사와 글을 주고받으며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
『잉카』는 미국 포켓북(Pocket Book), 영국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 독일 호프만운트캄페(HoffmannundCampe), 이탈리아 몬다도리(Mondadori), 스페인 플라네타(Planeta), 포르투갈 베르트랑(Bertrand), 그 외에 브라질, 폴란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터키, 카탈루냐, 대만에 판권이 팔렸다. 첫권 「태양의 공주」는 출간되자마자 초판 80,000부가 팔려 나갔고, 출간 1년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2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줄거리
신비한 푸른 눈의 소녀 아나마야는 숲속 마을에서 잉카족의 습격을 받아 엄마를 잃고 생포된다. 노쇠한 잉카 왕 우아이나 카팍은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한 채로 아나마야에게 제국의 미래에 관한 거대한 비밀을 들려주고는 숨을 거둔다. 죽은 잉카의 아내가 된 아나마야는 왕의 미라를 키토에서 쿠스코의 신전으로 옮기는 여정에 오른다. 이윽고 신탁이 내려지고 왕의 상징 볼라를 두른 아타우알파. 하지만 서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궁지에 몰리자, 왕권을 장악하려는 광포한 욕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잔혹한 학살극을 벌인다. 피의 물결이 잉카 제국을 휩쓰는 사이,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 정복대가 도착하고, 아나마야는 운명의 사랑 가브리엘을 만난다.
1532년 카하마르카 전투에서 스페인군에 어이없게 전멸당한 잉카의 대군은 왕인 아타우알파가 사로잡힌다. 피사로는 몸값으로 황금을 주면 풀어주겠노라는 약속을 저버리고 잉카를 교수형에 처한다. 뒤를 이어 쿠스코 출신의 망코가 허울뿐인 잉카의 새 왕으로 등극하지만, 대관식 날 피사로 총독은 스페인의 잉카 통치를 선포한다. 피사로 형제들이 우정과 평화를 명목으로 망코에게 끝없이 황금을 요구하며 모욕하자, 아나마야는 현자 빌라 오마와 함께 인디언 전사를 모아 전쟁을 준비한다. 가브리엘은 빌라 오마를 좇아 살사르 대사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아나마야와 뜨거운 재회를 나눈다.
해외 리뷰
태양신 전사들의 제국이 폐허에서 되살아난다. 안데스 산맥의 마지막 왕족들에게 바쳐진 전설적 사가.—『파리 마치』
우리와 함께한 것은 마법이다. 마추픽추에서, 우리는 영혼마저 지울 듯 짙은 안개가 서린 새벽을 경험했다… 새 날개와 흡사한 산 정상에서 우리는 우주의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앙투안 오두아르
난 너무 흥분해 있었다. 20년 동안 밤낮으로, 나는 이 책을 꿈꾸었다. —베르트랑 우에트(민속학자·페루 문명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