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이야기꾼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소설을 만나는 즐거움
1998년 발표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인 인기 작가로 떠오른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뛰어난 이야기꾼’ ‘이야기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는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대한 찬사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이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이다. 그의 이력에서도 이러한 재능은 엿보이는데, 그는 이미 여덟 살 때부터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이십대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리소설부터 민담집, 철학서, 어린이책, 라디오 드라마 대본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 또한 방대하고 다양하다.
그의 작품들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그가 창조해낸 캐릭터, 즉 인물들이다. 매컬 스미스는 우리의 예상을 뒤집는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인물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길어올린 평범한 소재들을 전혀 색다른 이야기들로 만들어낸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사람들이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누구나 흥미로워 보이는 아주 단순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이는 때로 사람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단편집 『천국의 데이트』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데이트’, 즉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펼쳐지는 아홉 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독특한 듯하면서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쾌하고 독특하며 때로는 속물적이기도 한데, 작가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인물들 속에서 화려한 빛을 발한다.
-스코츠맨
인간생활에서 극히 중요한 하나의 소재, ‘데이트’
『천국의 데이트』는 주로 연작소설을 쓰는 작가 매컬 스미스의 몇 안 되는 단행본 소설집 가운데 하나이다. 하나의 소재 혹은 배경, 인물 등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 매컬 스미스는 이 책에서 하나의 소재로서 ‘데이트’를 선택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세상사와 인간 내면의 풍경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을 써온 매컬 스미스가 이 소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지극히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남녀 간의 만남이기에 누구도 그 만남의 의미, 진정한 목적, 만남 이전과 이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내 진짜 목적은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는 인간생활에서 극히 중요하며 거의 전부라고까지 할 수 있다.
데이트는 원래 구애의식이지만, 데이트를 구애의식으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다른 문화에서 수행되는 구애의식들을 알고 있고, 다른 시대, 다른 종족의 구애의식들을 인정한다. 그러나 데이트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여길 뿐, 그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지 못한다. 데이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 「데이트의 병리에 대한 소고」에서
본문에서 화자의 입을 빌려 데이트에 대해 이러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매컬 스미스가 주목한 측면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작가가 볼 때 ‘데이트’는 현대사회에서 남녀가 서로에게 ‘사랑을 구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부분을 쉽게 간과한다. 그래서 만남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개인을 얼마나 변화시키며, 개인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작용하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는 이 책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데이트의 여러 가지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의 데이트 이야기들은 결코 심각하거나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다. 오히려 작가는 따뜻하고 발랄한, 그리고 재기 넘치는 시선으로 사람들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본다. 매컬 스미스가 마음껏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량을 펼쳐 보이는 이 서로 다른 색채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향기롭고 유쾌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고 아련하게 당신의 마음속에 파고든다.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의 예기치 못한 달콤 쌉싸래한 데이트!
스위스 취리히에서 항상 같은 패턴의 데이트에 지루함을 느끼던 중년의 오래된 연인 헤어 브루글리와 마담 발로랑 반 데르맛이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은 발랄함을 지닌 젊은 남녀를 만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만족감과 순수한 기쁨을 느끼게 되는 「원더풀 데이트」.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간 오스트레일리아 먼 북쪽에서 만난 직장 동료 빌과 첫 데이트를 하는 날, 악어 농장에서 빌이 악어에게 잡아먹히자 졸지에 살인 혐의를 받게 되는 여자의 최악의 데이트. 그러나 그 끝에 미소를 머금게 할 반전이 숨어 있는 「먼 북쪽에서」.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이 세 환자의 데이트와 얽힌 상담 사례를 통해 데이트가 어떻게 사람들의 개인적인 병리를 드러내거나 혹은 그 병리 효과를 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트의 병리에 대한 소고」.
뚱보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곳에서 소개를 받아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 잘 맞는다고 느끼다가 대화 도중 예기치 않게 말다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뚱보를 비하하는 말을 듣고는 다시 서로 의기투합하게 되는 한 편의 시트콤 같은 「뚱뚱한 데이트」.
이탈리아의 중세 분위기를 맘껏 즐기던 주인공 엠마가 포도밭 사이로 난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천사)와 함께 간 소풍에서 환한 빛 속에 서로 포옹을 한 뒤 임신을 하여 천사의 아이를 낳게 되는 신비로운 이야기 「천국의 데이트」.
이 작품들과 함께 『천국의 데이트』에 실린 나머지 소설에서도 작가는 스위스, 포르투갈, 아프리카 남로디지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를 오가며 그 배경과 조화롭게 어울릴 만한 흥미로운 연애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푸근하고 마음 따뜻해지게, 씁쓸하고 가슴 아리게, 고개를 갸우뚱하고 또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이처럼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
- 선데이 텔라그라프
블랙 유머의 차원에서 로알드 달을 연상시키는 이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은 통찰력을 가지고 정교하게 쓰여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 미셸 페이버(소설가)
지은이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Alexander McCall Smith)
1948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나 짐바브웨와 스코틀랜드에서 교육을 받았다. 스코틀랜드에서 법학 교수를 역임했던 그는 아프리카로 돌아가 보츠와나 대학에 로스쿨을 설립하는 데 공헌했으며, 이곳에서 법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또한 미국과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에든버러 대학교 법의학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그는 창작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매컬 스미스는 단편집과 아동문학을 포함해 지금까지 쉰 편 이상의 작품을 출간했는데, 1998년 발표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그해 부커 상 심사위원들로부터 특별 추천을 받았고, 『타임스 문예지』에서 선정한 ‘올해와 밀레니엄을 대표하는 해외도서’에 뽑히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자와 결혼한 소녀』 『이리저리 움직이는 비비원숭이』 『꿈꾸는 앵거스』와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 『일요일 철학 클럽』 시리즈, 『스코틀랜드 44번가』 시리즈 등이 있다.
옮긴이 이수현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학교 안 전공은 인류학, 학교 밖 전공은 환상문학이라고 주장한다.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석사 논문을 썼고, 『패러노말 마스터』로 제4회 한국판타지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환상문학 웹진 거울(http://mirror.pe.kr)의 필진으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빼앗긴 자들』 『로캐넌의 세계』 『멋진 징조들』 『디스크월드』 『크립토노미콘』 『겨울의 죽음』 『거울 속 소녀』 『사자와 결혼한 소녀』 『이리저리 움직이는 비비원숭이』 『꿈꾸는 앵거스』 등이 있다.
* 2008년 1월 10일 발행
* ISBN 978-89-546-0432-1 03840
* 128*196 | 312쪽 | 9,800원
* 담당편집 : 류현영 (031-955-8858, sanja95@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