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매체이론가이자 트렌드 분석가인 노르베르트 볼츠의 역저
독일의 매체학자 노르베르트 볼츠(Norbert Bolz)는 문자를 바탕으로 한 프린트미디어의 종말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으로서 뉴미디어의 도래를 주장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1993)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경제』(1998)는 그의 매체이론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는 역저로서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가치들을 전복하는 급진적인 주장으로 독일 출간 당시 학계 안팎에 격렬한 토론거리를 던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가 매체상황의 미래를 철학적으로 고찰한 결과물이었다면, 이 책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그 논의를 간결하고도 급진적으로 더욱 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래의 시장과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이 책의 자명한 주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오늘날의 경제를 이끌어간다는 “욕망의 경제” 대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상황을 포함해 학문, 교육, 정치, 종교 등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논의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미래의 주도 학문으로서의 디자인학, 매체로서의 화폐에 대한 관점 등 저자는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에서 전개했던 논의들을 이 책에서 확대 연장하고 있다.
저자는 90년대 초 결별을 선언했던 프린트미디어가 미래에는 하이퍼미디어와 각각의 장점을 살리며 공존할 것이라는 새로운 진단을 내놓는가 하면, 과거에 높은 기대를 보였던 하이퍼미디어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또한 하이퍼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비판되었던 매체 소비자의 수동성을 재평가하는 차원에서 브로드캐스팅의 수동성과 인터넷의 능동성을 뒤섞은 웹캐스팅의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는 사용자가 깊이 알려고 하지 않을 때 사용 가능하다는 통찰 아래 하이퍼미디어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기능과 그 미래의 위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포스트 자본주의적 경제는 시장의 조망 불가능성, 극도로 개인화된 고객, 그리고 세분화된 매체로 규정할 수 있다. 이는 곧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멀티미디어 세계커뮤니케이션, 경제의 글로벌화, 정치적 초국가화는 동일한 동력의 다른 이름들일 뿐이다. ‘각 부분들이 모여 이루는 전체’라는 개념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사회는 ‘전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을 하는 ‘개인’을 필요로 한다. 이는 사회가 정치나 학문, 경제와 같은 다양한 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부분들을 네트워크화하는 ‘세계커뮤니케이션’에 접속 가능한 사람만이 자신의 직업과 개인생활에서 성공을 위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새로운 매체를 다루는 능력이 21세기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일이다.
독일에서 1998년 처음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가 예측한 것들은 이미 많은 부분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날카로운 매체현실 분석 등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분명 우리가 오늘날뿐만 아니라 더 먼 미래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전공자만을 위한 어려운 이론서가 아니라,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사회 전반이 새롭게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데 무수한 토론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1998년에 출간되어 저자의 예측이 벌써 당연한 것처럼 일상화되어버린 경우도 발견되는데, 이는 책의 논지대로 현재의 테크놀로지가 어떠한 가속화를 관철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 되기도 한다(특히 한국에서 기술 분야의 불균형한 급성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직도 볼츠의 지적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를 놀라게 할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를 맥월드로 상징되는 아메리카니즘과 이에 저항하는 새로운 구심점이 된 이슬람 근본주의의 대결구도로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라든가, 현실을 다만 보도를 위한 매체현실로만 재가공하는 대중매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는 학문 세계와 독서문화에 대한 비판 등은 다시 읽어도 현재적인 가치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우리 사회에 적용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잣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 유명한 매체이론가 노르베르트 볼츠의 이전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이제 이 책 한 권에서 그가 지금까지 전개했던 핵심적인 내용과 계속되는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다. 시장은 분화되고 있으며, 구매자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판매자는 여기에 반응해야만 한다. 외부로부터의 “방해자”를 내부의 “맹점”을 찾는 작업에 투입하고, 기존의 확신을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혁신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이 책은 어둠 속에서 앞을 밝혀주는 주제들을 탁월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부의 방해자를 안으로 들여놓지 않는 방어적인 구조들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까? 이 책의 수혜자는 기업가들뿐만이 아니다. 단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나 정당의 지도자들에게도 볼츠의 분석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_리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