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세대 작가 중 가장 독특하고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 쿠리에 카드르
“프랑스 문단의 이단아. 독특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엘르
“프랑스 문단의 우디 앨런” 르 텔레그람
“장 자크 상페의 그림 같은 소설을 쓰는 작가” 메트로
다비드 포앙키노스에 관한 설명은 상기 코멘트 안에 거의 다 들어 있다. 1974년생,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열여섯 살 전엔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이 연애편지를 쓰다가 글쓰기에 눈을 떴다. 타고난 영민함을 언제나 ‘제대로’ 발휘하는 이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이해해줄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내고, 데뷔에 성공한다(그가 원고를 보낸 사람은 다니엘 페낙을 담당하는 편집자였다).
몇 년 전부터 프랑스 문단에도 세대교체가 활발하다.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일군의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독특한 자리를 점하고 있다. 그는 삶의 소소한 일면들과 오브제를 포착해 자신만의 독특한 유머로 꿰어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남녀 커플의 사랑을 다각도로 꼬집고 비튼다는 점에서 우디 앨런에, 삶의 작은 기쁨과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명민한 눈을 두고 장 자크 상페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의 유머는 웃음을 위한 억지 상황이 아닌, 잘 짠 골조 같은 내러티브와 보기 좋게 맞물린 좋은 자재와도 같다. 터져나오는 웃음도 웃음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치게 하는 미덕도 그 때문이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은 포앙키노스의 세번째 소설로, 젊고 유망한 작가에게 준다는 로제 니미에 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출간될 때 ‘자전적 소설 아님’이라는 커다란 띠지를 두르고 나온 이 작품은 그 능청스러움으로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안성맞춤인 인용구들과 곱씹을수록 그 고소함이 배가되는 문장, 기발한 상황 설정과 그 안에서 발견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배시시 웃고 말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수집 이야기다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종아리 굵은 영웅’ 엑토르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스펙터클한 걸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그는 지하철역을 장소로 택했고, 또 그의 (무의식적인) 바람대로 자살은 미수로 돌아간다. 이제 ‘살아가기를 선고받은’ 엑토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엑토르는 수집광, ‘물건들 사이를 떠도는 돈 후안’이자 ‘물건관계 복잡한 남자’이다.
그는 우표를, 면허증을, 부두의 배 그림을, 지하철 표를, 책의 첫 페이지를, 아페리티프를 저을 때 쓰는 플라스틱 막대와 과을 조각을 꽂는 플라스틱 꼬치를, 병뚜껑을, ‘너’와 함께한 순간을, 크로아티아 속담을, 킨더 장난감을, 냅킨을, 누에콩을, 카메라 필름을, 기념품을, 커프스 버튼을, 온도계를, 토끼발을, 출생신고서를, 인도양의 조개를, 아침 다섯시의 소음을, 치즈 라벨을, 한마디로, 모든 것을 수집했고 매번 같은 흥분을 느꼈다. (p.22)
그런데 여덟 살 때부터 수집계에 들어선 그가 선거 캠페인 배지 수집 대회 결승전까지 올랐다 어처구니없게 패배하고 만 것이다. 그날로 그는 수집을 끊자고 결심하고, 수집 중독을 끊는 익명의 모임에 나가 마르셀을 만난다. 마르셀은 누구인가? 그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모으는 사내다. 그리고 그에겐 국가대표 탁구선수인 아내 로랑스가 있다. 엑토르와 마르셀은 이내 친한 친구가 된다. 같은 고난을 겪는 것만큼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것이 또 있던가.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로랑스가 엑토르에게 딴마음을 품은 것이다(정확히 말하자면, 엑토르가 로랑스에게 ‘물건’을 잡히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집에 돌아온 엑토르가 예의 그 수집에 대한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난 새벽, 그의 앞으로 한 수집가가 남긴 유품이 배달되어온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이천 개의 샴페인 병마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엑토르, 그런데 무슨 마(魔)라도 낀 것인지 당최 모두들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 고환을 급습당한 충격만으로도 몸이 부서질 듯한데 배달원이 배달해온 수집품으로 완전 녹초가 되자, 그는 이제 거울 앞에 서 있는 이 인생과 그만 연을 끊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59)
자살 미수 후 병원에서 6개월간 치료를 받고 돌아온 엑토르는 거짓말을 한다. 미국에 있다 왔다고. ‘완전무결한 아들의 신화’를 깰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자, 그런데 미국에 대해 엑토르가 아는 거라고는 미국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곳을 ‘스타아아아아츠(States)라고 부른다는 것밖에는 없다. 자료조사차, 그는 미테랑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같은 목적으로 도서관에 온 천생의 배필 브리지트를 만난다. 사회학 박사 과정 중에 있는 그녀는 ‘도시 지역의 고독’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는 거짓말을 하고 6개월 동안이나 말을 하지 않은 채 집에 은거해 있었던 것.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수집도 끊고, 아름다운 아내도 생기고, 부부가 함께하는 사업도 순조롭고…… 엑토르의 삶은 비로소 정상 궤도에 접어든 듯 보인다. 그런데 일은 어느 날 문득 터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유리창이 열려 있다. (…) 브리지트는 나무로 된 발판 위에 올라서 있는데, 두 발이 각각 다른 계단을 딛고 있다. 두 종아리는 각각 다른 두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 두 종아리를 보고 나서 엑토르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아내의 허리를 한눈에 훑어본다. 가벼운 움직임이, 저녁의 고요한 파도처럼 규칙적인 물결이 보인다. (…) 브리지트는 유리창을 닦고 있다. (…) 엑토르는 방금 행복을 마주했는데, 행복이란 그만큼 단순한 것이었다. (…) 나는 행복하다, 엑토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p. 97~98)
엑토르는 오로지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녀, 아내를 수집하기로 마음먹는다. 유일한 대상을 수집한다는 것, 그 아이러니와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광기가 엑토르의 몸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수집’에 나선다.
고독한 도시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깜찍한 판타지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은 소시민적이고 엉뚱한 주인공과 주인공만큼이나 희한한 사연을 지닌 주변 인물들의 소극을 담았다는 데서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한 프랑스영화 <아멜리에>를 떠올리는 구석이 있다. 이 소설에는 ‘고독’에 관한 성찰과, ‘사랑(그리고 커플)에 관한 찬양’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애정과 낙관적 인생관으로 수렴된다.
엑토르가 미쳐 있는 수집이라는 것은 결코 남과 함께할 수 없는, 가장 배타적인 유희이다. 배타적 유희에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나’만이 남고, 온기가 깃든 관계라는 것은 없어져버린다(물론 엑토르처럼 물건에 인간성을 부여해 그 사이에서 무려 바람이라는 것도 피울 수 있다). 고독과 그에 따르는 광기를 떨쳐버리기 위해 그가 자살을 결심하고, 또 6개월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브리지트를 만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운명적으로 브리지트는 ‘도시 지역의 고독’을 연구하는 사회과학도이다. 물론 그녀는 이 아이러니에 금세 수긍하고 새로운 원칙에 입각해 연구를 계속하지만 말이다(사랑의 힘이란 이토록 놀라운 것이다). 그녀가 발견한 원리라는 것은 간단하다. 사랑을 만나려면 고독을 찾아야 한다는 것.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일련의 소동을 거쳐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물론 그 와중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은, 고독한 도시남녀들이 꿈꾸는 깜찍한 판타지다. 정말로 이 소설 안에는 초현실적인(!) 부분이 존재하지만,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가끔씩 찾아오는 환상의 순간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하고, 고독의 집에서 나와 당신들을 만나고, 소통을 하는 것이다.
제목만큼이나 독보적인 소설. ‘포앙키노스의 코믹한 잠재력’이라는 말, 괜한 칭찬이 아니다! 에벤
한 줄 한 줄마다 번뜩이는 영감과 유머가 티격태격한다. 리베라시옹
단지 웃기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참신한 문체와 완벽하게 축조된 내러티브까지 갖춘 소설이다.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심오한 주제를 경쾌한 방식으로 풀어낼 줄 아는 작가다. 마가진 리테레르
다비드 포앙키노스 David Foenkinos
1974년 생. 소르본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별도로 음악 공부도 했다. 재즈 밴드를 결성하려고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집에 책이 없어 16살까지 거의 책 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유일한 문화 체험은 형이 데리고 간 영화관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죽을 정도로 심하게 병을 앓고 난 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스 여행중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쓰다 글쓰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
작품목록: 『백치의 역전―두 폴란드인의 영향을 받아서 씀』(2002), 프랑수아 모리아크 상 수상(아카데미 프랑세즈),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2004, 아셰트 문예창작기금), 로제 니미에 상 수상, 『누가 다비드 포앵키노스를 기억하는가?』(2007, 페미나 상 후보), 장 지오노 상 수상,
『귀와 귀 사이』(2002), 『행복의 경우』(2005), 『자치적인 마음』(2006)
옮긴이 김경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의 ESCP-EAP에서 출판경영으로 전문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노스』를 우리말로 옮겼다.
* 2008년 1월 25일 발행
* ISBN 978-89-546-0502-1 03860
* 128*188 | 208쪽 |9,800원
* 담당편집: 해외문학 3팀 김지연(031-955-8860, livre@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