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치유자’, 대도시 한복판에 눈물의 방을 열다!
휘황한 건물이 즐비하고 마냥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활보하는 강남 한복판. 그곳에 사람들을 ‘울리는’ 치유사가 있다. 스스로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이 울었고, 그 눈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부터 살아남았노라 고백하는 심리치료사 강선영은, 누구나 자신의 상처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며 울 수 있는 ‘눈물의 방’을 열고 ‘눈물 치유’를 시작한다. 그 방에서는 넥타이 맨 중년의 남성이 찾아와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눈물 따위 비치면 안 된다고, 누구 못지않게 강해져야 한다고 자기를 다그쳤던 커리어우먼도 맨얼굴을 가리던 화장이 눈물에 씻겨나갈 때까지 통곡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살면서 갖가지 이유로 억눌러왔던 눈물들, 그 눈물이 분수처럼 터져나와 메말랐던 가슴을 적시는 생명수로 변하는 곳. 이 책은 그 ‘눈물의 방’에 찾아든 상처받은 사람들의 기록이자, 절망의 순간 가슴에 고인 눈물을 터뜨림으로써 새로 태어난 이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이다.
울어야 살아갈 힘이 난다
“어른이든 아이든 눈물에 대한 금기를 풀어야 인생이 자유롭다!”
우리 시대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눈물을 금기시한다. 아이들은 자주 울면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지못하고, 남자는 살면서 세 번 이상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여성성과 교감 능력의 상징이었던 눈물은 어느덧 나약한 이미지와 연결되어 여성들조차 눈물을 꾹꾹 참아낸다.
저자는 이렇게 눈물을 억압하고 금기시하는 관습이 한국인들만의 특수한 질병인 화병을 낳는다고 말한다. 화와 울분을 풀어내지 못하면 삶은 팍팍해지고 나중에는 심신이 병든다. 더 나아가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한국의 오명은 내밀한 감정 분출과 교감의 상징인 ‘눈물’을 억압하는 데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에 꽁꽁 뭉쳐 있던 불안과 슬픔, 분노와 화를 자연스럽게 풀어내 사막 같은 인생살이에 ‘단비’를 적셔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눈물 치유’의 본령이다.
눈물은 최고의 우울증 치료제다
“울지 못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우울증을 겪다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서서히 자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눈물을 흘리기 전과 눈물을 흘린 후-우울증과 자살 충동의 정도는 현저히 달랐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무작정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응시하고 돌보게 하는 ‘눈물의 힘’에 주목하고, 우울증을 치유하는 묘약이 ‘눈물’이었음을 발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우울증 삽화들을 솔직하게 풀어내고 수시로 덮쳐오는 일상의 갈등과 장벽을 어떻게 눈물로 뛰어넘을 수 있는지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눈물의 방’에 찾아든 내담자들의 아픔과 상처들을 섬세하게 묘파해내며, ‘꼭 울어야만 하느냐, 나에겐 눈물이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이들이 끝내 눈물을 터뜨리며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장면들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이 숱한 사연들을 읽어가다보면 어느덧 이들의 상처가 나와 닮아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저자는 상담을 예약해놓고 찾아오지 않아 궁금해했던 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안타까움에 휩싸여 거의 일주일간 식사를 하지 못하다가 그는 생각 끝에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서 놓여나지 못한 이들을 위로해주고, 나아가 그들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져 치유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내가 왜 이러지?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울지 않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우리 사회는 스마일을 강조한다. 늘 웃음 띤 얼굴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웃으면 복도 오고, 웃는 얼굴에는 침조차 뱉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가면 뒤에 숨은 자아는 눈물을 흘리고 있거나 분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충분히 울고 난 뒤에 오는 맑고 깨끗한 웃음이 아닌 필요에 의해 가식적으로 지어 보이는 웃음은 내면의 자아를 억압하여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이렇게 웃음을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병든 사회일 수도 있다.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상처를 받고 살아가기에, 한 시인은 ‘삶은 상처받는 길’이라 노래했다. 그 상처를 꾹꾹 눌러놓고 못 본 체하지 말고 상처를 바라보고 마주하라. 그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 충분히 울라. 삶이 충분히 고통스럽고 우울한 사람일수록, 눈물은 뜻밖에 삶의 새로운 전기와 희망을 선물할 것이다.
-본문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끈적끈적한 늪지대 같았던 그 시절, 캄캄한 어둠 속의 바다 한가운데에 좌초된 배와 같던 그 지독한 우울증에는 늘 자살에 대한 유혹이 매달려 있었다.
늘 지나다녔던 향나무 밑 우물은 자살에 대한 동경을 끌어당기며 매일매일 나를 강력하게 유혹했다. 저 우물 속으로 풍덩 나를 던지는 순간, 이 모든 지상의 고통은 끝나리라는 강렬한 유혹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는 동안 내내 가슴 한쪽을 후벼팠다. 그러면서도 매일 숨 막히는 불행과 가슴을 찢는 듯한 어긋난 가족관계 속에서 몸속의 모든 물을 밖으로 토해내듯 많은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 나만큼 많이 운 사람이 있을까. 매일 밤마다 베개를 쥐어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많이 울었다.
그후 스무 해를 더 넘기면서 깨달았다. 눈물이 나를 살렸다는 것을. 지독한 우울증으로 심장이 썩어들어가는 느낌으로 살았던 그때, 죽음의 유혹을 이기게 해준 것이 눈물의 힘이었다는 것을.
지난 시절 흘렸던 많은 눈물로 인해 나는 죽음을 부르는 우울증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넘어져서 울까 말까 눈치 보는 당신, 이제 당당하게 울어도 좋다. 어릴 때는 신체적으로 넘어졌다면 자라서는 심리적으로 넘어진다. 우리가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넘어지면 아프다는 것도 인정하자.
무엇보다도 상처받을 때마다 흘리지 못한 눈물이 내면에 고이지 않게 하라.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당연히 울게 된다. 아프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껏 울라. 그래야 내일을 위한 희망과 창의력이 샘솟는다.
이제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수없이 받은 상처 때문에 흘리지 못하고 굳어버린 눈물의 흔적을 찾아 탐험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눈물을 인정하고 흘릴 수 있어야 타인의 눈물을 보고 들을 수 있는 힘도 생긴다. 그리하여 상처가 새겨진 가슴이 치유되고 기쁨, 희망, 행복 같은 단어를 새겨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구원의 여망을 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