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운명과 기어이 마주하고 싶다면, 민병헌의 누드를 보라!
『민병헌 사진집 누드(BOOK OF NUDES)』
고요 속의 고요 같은, 물속의 물 같은, 어둠 속의 어둠 같은, 사랑 속의 사랑 같은,
민병헌의 누드……
설렘이 전부인, 뜨거움밖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랑의 몸이 여기 있다……
총 133점의 누드.
초판 한정 민병헌 친필 사인 엽서 증정(5가지 중 랜덤)
우리 사진계의 숨은 거장, 민병헌의 사진집을 펴낸다. 국내보다 유럽 전역과 미국 등지에 그 명성이 더한 민병헌의 이번 사진집은 그가 아끼고 숨겨왔던 몸 연작들로 ‘누드’라는 제목 하에 모두 133점을 수록했다. 삼십 년 넘게 사진을 해오며 여러 풍경 시리즈는 단행본으로 소개한 바 있으나 몸을 엮긴 처음이다. 그만큼 고심했고 그만큼 애정의 폭이 컸다는 얘기인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아름다움에 탄복하게 되느니…… 책도 돈으로 셈하기 바쁜 이 시대에 ‘미’에 대한 숭고함에 온전히 바쳐지기 위해 이 사진집은 태어났다 감히 말하고 싶다.
『민병헌의 누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누드’ 사진과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적나라한 듯싶으나 흐릿하고, 흐릿해서 깊이 들여다볼라치면 벗은 몸을 생경스럽게 구분하는 일 자체를 참으로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무런 고정관념 없이 그저 본다는 일로만 얘기할 때 야기되는 시선의 떨림…… 자연에 경탄하고 자연을 경배하게 될 때처럼 우리 몸을 봄에 있어서도 그러하지 않을까. 민병헌이 만들어내는 자유자재로의 자연, 그 몸이란 곡선들은 우주를 동선으로 하는 큰 비유 속에 진자처럼 흔들리며 사람이라는 물음표에 여지없이 느낌표를 찍게 한다. 그러므로 보다 느리게 몹시도 천천히 이 속살의 사정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어제의 음모가 오늘의 수풀로, 어제의 가슴이 오늘의 산등성이로, 어제의 주름이 오늘의 계곡으로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번 사진집은 총 5부로 꾸려져 있다. 절대로 직업적인 모델은 고용하지 않는다는 민병헌의 고집이 주효했던 것인지 모든 인물들의 포즈도 감정도 몹시 자연스러운 발로로 운동함을 알 수 있다. 인위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 성격답게 한 데 어울려 있는 몸의 경우 실제로 섹스를 하기 전이나 하고 있거나 한 뒤의 풍경들이 꽤 많은데 그 뒤에 오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어찌 보면 그의 사진 전체를 뒤덮고 있는 묘한 한의 정서랄까, 비릿함을 동반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 느낌이 인간이 인간에게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껴안음이 아닐까.
민병헌은 디지털이 미친 듯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 광의 시대에서 카메라의 기원, 그 시작에 여전히 붙들려 사는 자다. 모두가 디지털을 따라갈 때 홀로 아날로그를 지키는 자, 그 뚝심으로 여전히 암실에서 현기증을 일으키는 자. 편하고 손쉬운 요령을 따를 법도 한데 그는 카메라가 빚어내는 변화무쌍함을 외면한 채 오롯이 제 눈과 제 손을 믿을 뿐이다. 사진을 찍고 프린트로 완성하기까지의 온 과정을 직접 해내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그는, 그래서 지금껏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만을 고집해왔던 그는, 덕분에 ‘회색의 달인’이라는 수사를 얻기에 이르렀다. 온통 부드럽고 은근한 잿빛의 변주로 채워진 흑백의 사진들로 그는 채우기보다 비우기에 힘씀으로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의 뒷맛을 남기느라 바빴다. 욕심 없이 문득 가슴에 와 닿는 어떤 대상을 순간의 직관으로 낚아채는 재미 속에 사진을 곧 자신의 눈으로 알고 사는 그, 『민병헌의 누드』로 훔쳐보는 건 결국 너의 몸이 아니라 나의 몸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