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시정詩情, 따뜻한 유머, 기발한 상상력…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가 소곤소곤 전하는
사랑스럽고 비밀스러운 자연의 이야기!
『홍당무』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쥘 르나르의 산문집『자연의 이야기들』이 2002년 국내 초판에 이어 올 가을 개정판을 선보인다. 젊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감각적이고 재치 있는 삽화 30여 편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번 개정판은 쥘 르나르의 산문을 보다 풍부하게 감상할 기회를 마련케 할 것이다.
『자연의 이야기들』은 1896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발행된 이래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산문집의 고전으로, 동시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후대 예술가들에게도 창조적 영감을 제공해왔다. 보나르나 로트레크 같은 위대한 화가들은 기꺼이 이 책의 삽화가로 나섰고, 모리스 라벨은 동명의 연가곡을 작곡하여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레옹 기샤르의 헌사처럼, 이 책은 그 자체로 뛰어난 걸작이면서 또다른 새로운 걸작을 태어나게 한 눈부신 고전의 광휘로 가득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은 끊임없이 쥘 르나르의 숲길을 따라 자연의 축제에 동참하고 있다.
쥘 르나르는『자연의 이야기들』에서 자연을 향한 따뜻한 감성과 애정을 진솔하고 유머러스하게 표출한다. 넓은 정원의 주인이자 수렵가이고 산책가이며 이미지 사냥꾼인 그는 번득이는 통찰력과 기발한 상상력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산문의 전형으로 칭송받는 80여 편의 글들은 독자들에게 감칠맛 나는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민첩한 점화부(點火夫) 다람쥐는
꼬리로 작은 횃불을 들고,
나뭇잎들 사이를 이리저리 내달리며 가을에 불을 놓고 있다.
_본문 p.132「가늘산이 붉은 이유」에서
자연은 세상이 선사하는 가장 커다란 선물!
쥘 르나르는 작가로서 명성을 얻은 뒤에도 유년 시절을 보낸 시골 마을 쉬트리에서 형제 같은 농부들과 어울리며 초원과 들길과 숲을 산책하고 자연을 찬미하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영위했다. 마을에서 ‘면장님’으로 통했던 그는 지팡이 하나를 벗 삼아 흙길을 오가며 산토끼의 잠을 깨우거나 멧도요를 기다렸다. 그는 숲의 진정한 친구로서, 나무들이 얼마나 기쁘게 빗물을 받아 마시는지, 어떻게 나이가 들어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매순간 모든 계절과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찬미했다. 그 사랑과 찬미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의 이야기들』은 탄복할 만큼 섬세한 관찰과 넘치는 유머, 풍부한 시정(詩情)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또한 작가에게『홍당무』를 능가하는 대대적인 성공을 안겨주기도 했다.
면사무소 벽에 붙여놓은 관보를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암염소는 다르다.
그녀는 뒷발로 일어나 앞발을 신문 아래 벽에 대고는, 뭔가를 읽는 할머니처럼 뿔과 수염을 움직이며, 머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갸웃갸웃한다.
독서가 끝나면, 그녀는 먹음직스러운 신선한 풀 냄새 풍기는 신문을 뜯어먹는다.
마을의 소식들이 사라져버린다.
_본문 p.90「염소는 독서광」에서
“나에게 기적이란, 어떤 작은 새가 내게 다가와 뭔가를 얘기하는 것이다.”
깃털 하나하나에 일일이 풀을 먹이며 고상한 기품을 가꾸는 칠면조 부인, 심통 사나운 뿔닭, 꽁지 드레스의 도도한 공작새, 가벼운 깃털 방석을 탄 백조, 종이를 먹는 독서광 염소, 메뚜기 경찰……
르나르의 시각적 메커니즘은 가히 놀랄 만하다. 그는 한 사물에서, 그것에 정확하게 겹쳐지는 또다른 사물을 본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독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잔잔한 울림을 일으킨다. 르나르는 동물들에게 인간의 옷이 아닌 인간의 외양을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사성을 시사한다. 그러면서도 동물들의 삶을 소설화하거나 시화하지 않으려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의 글은 단 한 줄로 된 이미지와 이야기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순서를 정해 자신의 글들을 배열하려고 고심했다.
우선 맨 앞부분에는, 빨강머리 아이가 매일 저녁 문을 닫으러 가는 닭장 안의 닭들에서 비둘기에 이르는,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들이 배치된다. 그다음에는 잔디밭과 연못의 명예로운 주인들인 공작과 백조가 자리 잡고, 그 뒤를 이어 개에서 집토끼에 이르는 가축들이 나온다. 비둘기가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들과 고상한 새들을 이어주듯, 집토끼는 가축에서 야생동물에 대한 글로 넘어가는 과정을 연결시켜준다. 그다음에는 파리의 동물원에서 얻어낸 스케치와 물고기들에 대한 글, 르나르의 정원에서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하는 새들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끝으로 「나의 진정한 가족, 나무들」은 최초의 산책으로 우리를 이끌던 어떤 풍경 속으로 우리를 다시 돌아오게 함으로써, 하나의 원을 완성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르나르는 교묘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미지와 인상들을 탐색하고 사냥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냥의 ‘열림’과 ‘닫힘’을 다룬 두 글(「이미지 사냥꾼」, 「사냥의 끝」) 사이에 본문의 글들을 배치했다.
붓으로 그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마음의 고향’의 이야기
간결한 장면들의 나열, 가는 필치의 정연한 구성은 마치 이미지의 사냥꾼이 붓을 들어 자연의 숨결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작가의 탁월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수편의 글들은 시각적이고 은유적인 이미지들을 포착한다. 그는 동물들에게서 관찰되는 인간의 태도와 표정―족제비는 이 굴에서 저 굴로 유료 교습을 하러 다니는 가난한 가정교사이며, 공작은 연미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왕가의 약혼자다―을 그려낸다. 준엄하고 예리한 관찰의 산물인 『자연의 이야기들』은 작가 자신의 감성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화려한 치장을 삼가는 대신 섬세한 문체로 자연을 읊조리는 한 편 한 편의 글에는 쥘 르나르만의 따뜻한 감수성과 세심함이 녹아 있다.
“쥘 르나르는 나를 얼마나 감탄하게 하는지. 나는 마치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라도 한 양, 그를 찬미하고 있다. (…) 나는 그의 글을 고전처럼 되풀이해 읽고 있다.” _앙드레 지드
쥘 르나르의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묘사한 그 수많은 진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내 곁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 사실을 느끼는 순간 세상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_알라딘 독자 dohyosae
이 책에 간간이 들어 있는 삽화보다도 오히려 시에 가까운 글들이 더 그림같이 느껴진다. 비록 가본 적은 없지만, 그가 나의 유일한 고향이라고 인정하는 그 동네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연히 그려진다. _YES24 독자 꿀짱구
이 작은 이야기들이 나를 매혹시킨다. 쥘 르나르는 작은 동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에 대해 아이의 상상력으로 이야기한다. 이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문체로 글을 쓰는 작가는 없다. _프랑스 아마존 독자 리뷰
지은이 쥘 르나르 Jules Renard
1864년 프랑스 샬롱 뒤 멘에서 출생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인 쥘 르나르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우울한 유년기를 보냈다. 한때 플로베르 모파상을 위시한 사실주의, 자연주의 소설에 몰두했던 그는 소설집 『마을 범죄』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1889년에는 상징파 잡지 <메르퀴르 드 프랑스>의 창간에 참여했다. 희곡으로 각색된 『홍당무』가 파리에서 상연되어 대단한 호평을 얻었으며, 1907년에는 프랑스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명징하고 간결한 언어로 자연의 감수성 짙은 언어들을 읊조리는 『자연의 이야기들』은 대대적인 성공을 가져다준 작품으로, 툴루즈 로트레크가 파리 동물원에서 스케치한 석판화 작품 22점이 수록된 1896년 한정판은 현대 북아트는 물론 일러스트 분야에서도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포도밭의 일꾼』(1894) 등을 비롯하여 자연주의극 분야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평가받는 『이별의 기쁨』(1897) 『집에서 구운 빵』(1898) 『비고트』(1909)등을 발표하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문학 세계를 열어갔던 르나르는 명성을 얻은 뒤에도 소박하고 단출한 삶을 살다가 1910년 동맥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는 작가가 24년간 써왔던 일기가 출간되었다.
옮긴이 박명욱
1964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시적 모험』『폭력적인 삶』『현대 미술』등이 있다.
그린이 김연주
1981년 출생. 고려대학교 미술학부 공업디자인과를 졸업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SI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본격적인 그림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 2008년 10월 20일 발행
* ISBN 978-89-546-0678-3 03860
* 150*190 | 248쪽 | 12,000원
* 담당편집: 김진경(031-955-2652, moonriver6@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