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숨그네 * 헤르타 뮐러 | 박경희 옮김
『숨그네』는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렬한 시적 언어로 밀도 있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숨그네』는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루마니아 독재 치하에서 비밀경찰에 협조를 거부하며 독일로 망명한 헤르타 뮐러가, 자신처럼 망명한 시인이자 실제 수용소 생존자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구술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증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헤르타 뮐러의 2009년 대표작이다.
32 우리 시대의 영웅 * 미하일 레르몬토프 | 김연경 옮김
19세기 러시아의 천재 작가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연작소설과 액자소설의 형식을 통해 이야기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접근함으로써, 작가 스스로가"우리 세대 전체의 악덕들로 구성되고 그것이 완전히 발현된 초상"이라고 밝힌 "우리 시대의 영웅"의 형상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귀족들의 위선과 속물성에 조롱과 냉소를 날리며, 치기 어린 염세주의로 세상에 맞서는 주인공 페초린의 모습에서 당시 러시아에 만연해 있던 바이런주의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으로 레르몬토프는 "러시아 문학이 시에서 산문으로 이행하는 것을 성취해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가이자 서울대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연경의 유려하고 살아 숨쉬는 번역으로 선보인다
33~34 실낙원 * 존 밀턴 | 조신권 옮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로 평가되는 『실낙원』은 구약 성서의 ´낙원상실 모티프´를 토대로 한 대서사시로 10,565행에 달한다. 밀턴은 서사시라는 일정한 형식에 격조 높은 문장과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17세기 정신세계와 인문적 교양을 작품 속에 훌륭히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밀턴은 셰익스피어 다음가는 대시인이라는 지위를 얻었고, 『실낙원』은 종교적 통찰을 보여주는 최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논문 「실락원에 나타난 밀턴의 인간관」으로 국내 제1호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일생 동안 밀턴의 생애와 문학을 연구해온 조신권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35 복낙원 * 존 밀턴 | 조신권 옮김
예수의 확고한 순종으로 되찾은,『실낙원』그 이후의 이야기
인간의 원죄를 주제로 한 종교 서사시로서 영국 르네상스시대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명작『실낙원』의 후속편인 『복낙원』은 전 4편 2,070행으로 구성된 간결한 서사시이다. 유혹하는 사탄과 이를 물리치는 예수의 격렬한 논쟁을 통해, 메시아의 등장과 낙원의 회복을 알리는 지적 서사로 이루어진 이 작품을 통해 밀턴은 결국 구원의 길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굳건한 신앙인이자 불굴의 혁명가였던 밀턴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걸작으로 꼽힌다.
36 포로기 * 오오카 쇼헤이 | 허호 옮김
일본 현대문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전후 문학의 기수 오오카 쇼헤이의 『포로기』는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일본 문단에 등장한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06년 요코미쓰 리이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포로수용소에서조차 우스꽝스런 권력구조를 만들어내고 그에 휘둘리는 인간군상, 구속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37 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 조지 오웰 | 김기혁 옮김
"정치적 저술가"로 20세기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지 오웰. 그의 젊은 날 접시닦이와 노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처녀작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과 20세기 최고의 정치 풍자소설로 꼽히는 그의 후기 대표작 『동물농장』을 한 권에 담았다. 실제 5년간의 빈민 경험을 통해 도시 빈민 문제를 예리한 통찰력과 특유의 유머로 그린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과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혁명의 타락 과정을 명쾌히 보여주는 『동물농장』, 이 두 작품으로 독자들은 평생을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폭군들에 대항했던 조지 오웰의 문학성과 정치 사상가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8 루이 랑베르 * 오노레 드 발자크 | 송기정 옮김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발자크가 자신의 소설 작품 전체에 이름 붙인 『인간극』은 발자크가 현실의 세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또 하나의 우주라 할 수 있다. 이 중 1833년 출간된 『루이 랑베르』는 『나귀 가죽』 이후 발자크가 두번째로 발표한 "철학 연구"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여덟 살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 "정신적 교도소"인 기숙학교로 보내졌던 발자크 유년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소설로, 절대적 사유에 이름으로써 인간 한계를 극복하려는 한 소년의 욕망과 그에 따른 필연적 좌절을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필치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된다.
39 코틀로반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 김철균 옮김
"러시아의 조지 오웰"로 불리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디스토피아 소설로,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1930년에 완성되었으나, 체제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작가 생전에 출간되지 못하고 1987년에 이르러서야 발표되었다. 공장에서 해고된 후 삶의 의미를 찾아서 길을 떠난 한 남자가 모든 노동자들의 유토피아인"전 프롤레타리아의 집"을 건설하기 위해 공사용 기초 구덩이 "코틀로반"을 파는 일을 하며 겪는 갈등과 좌절을 그린 이 작품은 1920년대 후반 정권을 잡은 스탈린이 사회주의를 구축하면서 진행한 농촌 집단화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풍자하는 한편, 암울한 현실 속에서 이상향을 꿈꾸며 힘겹게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플라토노프의 문학을 꾸준히 연구해온 부산외대 김철균 교수의 번역으로 선보인다.
40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파트릭 모디아노 | 김화영 옮김
파트릭 모디아노가 자신의 여섯번째 소설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출간했을 때, 프랑스 언론은 모디아노가 마침내 이 작품으로 자국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 예상은 실제로 들어맞았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현대 프랑스 문학이 거두어들인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 평가받는 모디아노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흥신소의 퇴역 탐정인 작중 화자는 조악한 단서 몇 가지에 의지해 마치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그러나 탐정소설의 외형을 입고 소멸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태어나 모든 과거를 상실한 세대로 자란 모디아노는 이 책을 통해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멸한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 악몽 속에서 잊어버린 대전(大戰)의 경험을 주제로 하여, 그는 프루스트가 말한 존재의 근원으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인 언어로 탐색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