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간행 개시한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제2권!
옥스퍼드 대학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한국어판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 누적 판매부수 600만 부!
지식의 우주로 안내하는 우리 시대의 생각 단추, <첫단추> 시리즈
새해 들어 교유서가에서 간행하기 시작한 <첫단추> 시리즈는 각 학문 분야와 주제에 다가서는 길을 안내하는 입문서 총서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정평 있는 〈Very Short Introductions〉(옥스퍼드대 출판부)를 중심으로 짜인다. 동아시아 등 다른 언어권의 입문서도 소개한다. 역사와 사회, 정치, 경제, 과학, 철학, 종교, 예술 등 여러 분야의 굵직한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는 1995년에 간행을 개시해 현재 350여 종에 달하며, 컴팩트한 입문서 시리즈로 널리 호평받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매부수는 전 세계에 걸쳐 600만 부가 넘고,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전문학자들이 각 분야의 학문적 내용을 소개하고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며 난해한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금 무엇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지 알려주면서 친절한 독서안내와 함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역사는 과정이자 논쟁이다
과거 자체는 역사가 아니다
‘과거 자체와, 과거와 현재의 관계 이해하기’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개
역사가는 진실을 복원하는가, 아니면 그저 이야기를 들려줄 뿐인가? 이 책은 역사가가 양쪽 일을 다 하며, ‘진실’과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들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부터 현대 학자들의 다양한 접근법까지 두루 살펴보는 이 책은 ‘역사’라는 주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려줌으로써 역사와 우리의 관계를 보여준다. 시대구분과 인과관계 같은 개념을 논하지만 무미건조하거나 추상적인 방식은 피한다. 오히려 중세의 살인자, 17세기 식민지 개척자, 한때 노예였던 여성 같은 역사적 실례를 들어 우리가 역사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여러 방식을 제시하고 설명한다. 이 책은 역사가 왜 중요하며 역사 탐구에 어떤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흥미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논한다.
‘과거’와 ‘역사’ 간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역사가 E. H.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즉, 현재에 속하는 역사가와 과거에 속하는 사실들의 상호작용이 역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가는 사회적 존재이고 과거의 사실 또한 사회적 사실이므로 이 대화는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아널드는 역사란 ‘진실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역사가 ‘진실한’ 까닭은 “증거와 합치해야 하고 사실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이야기’인 까닭은 “‘사실’을 더 넓은 맥락이나 서사 속에 배치하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카의 답변과 비슷하면서도 사실이 아닌 진실의 복수성(複數性)과 서사를 만들어내는 역사가의 역할을 좀더 강조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과거’와 ‘역사’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자체는 역사가 아니다. 과거의 흔적을 전해주는 사료는 투명하고 순진한 사실이 아니라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한 목표를 위해 특정한 독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사료는 지나간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사건인 것이다.
‘단 하나의 진실한 이야기’란 없다
저자는 역사서술이 보편적 확실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누구나 동의하는 ‘단 하나의 진실한 이야기’란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보편적 확실성을 결여한 것은 학문으로서의 역사학의 약점이 아닐까? 역사란 본질적으로 픽션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역사학을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의혹은 오히려 역사학의 존재조건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빈틈과 문제가 없다면 과거를 완성하기 위해 역사가가 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존재하는 증거가 언제나 꾸밈없고 진실하고 분명하게 말을 한다면 역사가만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논쟁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 역사는 다른 무엇보다 논쟁이다. 역사는 픽션과 구별된다. 픽션의 저자는 인물과 장소, 사건을 지어낼 수 있지만, 역사가는 결코 사실을 지어내지 않으며 언제나 증거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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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널드는 헤로도토스에서 홉스봄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상술하고 활용한 갖가지 방법을 명쾌하고 열정적으로 살핀다. 그의 지식과 관심 범위는 경이로울 정도이지만, 지식을 전달하는 솜씨 덕분에 역사학의 역사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닐 애셔슨(Neal Ascherson) 스코틀랜드 저널리스트, 작가
* 이 책의 주요 대목
‘추측’은 역사서술 과정이 어느 정도 불확실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역사가들이 때때로 틀린다는 것까지 시사할지도 모른다. 역사가들은 당연히 틀린다.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잘못 읽거나 잘못 기억하거나 잘못 해석하거나 잘못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넓게 보면 역사가들은 언제나 ‘틀린다.’ 우리가 틀리는 이유는 우선 결코 완전히 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적 서술에는 빈틈과 문제, 모순,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우리가 ‘틀리는’ 다른 이유는 서로 언제나 동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틀릴’ 필요가 있다. (28∼29쪽)
이 장을 사람들이 과거에 관해 쓰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는 ‘진보’ 이야기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읽는다면 요점을 놓치는 셈이다. 이 장에서 말한 역사가들은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과거를 최대한 잘 이해하려 시도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위치에서 일부 시도가 다른 시도보다 정확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럴 때 우리는 무엇이 ‘진실하다’는 우리의 생각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58쪽)
기번은 문서고를 방문한 적이 없고 문헌을 인쇄한 판본들에만 의존했다. 기번의 글은 우아하지만 때로는 짓궂다. 아울러 『로마제국 쇠망사』의 큰 문제는 로마가 쇠락한 이유를, 또는 문명의 ‘멸망’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리에게 적절히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번은 최초는 아닐지언정 탐구하는 역사가의 가장 완전한 사례였을 것이다. 기번은 철학자도 아니고 연대기 편자도 아니고 지역지리학자나 골동품 연구자도 아닌 역사가였다. (88쪽)
역사가는 사료의 ‘편향’도 고려하라고 배운다. 그렇지만 여기서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신사 클럽’의 문제 중 하나는 사료를 다루면서 ‘편향’이라는 관념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것이다. ‘편향’(필자의 편견, 필자가 서술을 왜곡하는 방식)을 찾는 사람은 ‘편향되지 않은’ 입장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이 문제다. 누구에게나 있는 특색이 ‘편향’에 포함된다면, ‘편향되지 않은’ 문헌이란 없다. (113쪽)
동의하든 깨부수든 무시하든, 역사가는 다른 역사가들의 서술과 논증도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과정은 건축물이 생길 때까지 그저 벽돌 위에 벽돌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그 과정은 기술하는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결정하는 일, 다른 역사가들이 이미 말한 것과 교섭하는 일, 이야기의 의미를 논증하는 일을 포함한다. (135쪽)
미국 소설가 팀 오브라이언(Tim O’Brien)은 내가 감탄해 마지않는 작가다. 베트남전에 군인으로 참전했던 오브라이언의 글은 ‘진실한 전쟁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문제, 그리고 그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문제와 씨름한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라는 표현에 담긴 역설의 엄청난 중요성을 오브라이언은 나보다 훨씬 잘 포착한다. 그러니 그에게 마지막 발언을 넘기겠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진실하다. 이야기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