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호수
- 저자
- 이시영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4-05-20
- 사양
- 152쪽 | 변형사륙판양장
- ISBN
- 89-8281-823-5
- 분야
- 시
- 수상내역
- 백석문학상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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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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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시집에는 냉정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선이 작동하고 있어, 그것이 마치 내시경처럼 기억의 지층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 과거지향이 이 시들에 일정한 서사성을 부여하고 설화적 친근성을 만들어낸다. 이시영의 최근 시들이 대체로 늦가을 같은 쓸쓸한 정조를 지니면서도 온기와 해학을 잃지 않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염무웅(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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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만월』『바람 속으로』『길은 멀다 친구여』『이슬 맺힌 노래』『무늬』『사이』『조용한 푸른 하늘』『은빛 호각』 『바다 호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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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1부 ]
장래 희망 / 사바나 / 청진동에서 / 겨울 / 집 / 메기 / 방학 / 당숙모 / 수학여행 / 8.15 / 아프리카 / 종언 / 아침 / 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몽골 시편 1 / 몽골 시편 2 / 몽골 시편 3/ 사냥 / 울란바토르 시장에서 / 여름 / 동몽골에서 / 광대탈 / 여름밤 / 변함없는 일 / 고향 / 737번지의 1 / 바닷가 사진 / 호수 / 60년대 / 무연고자 묘역 / 격렬 비행 / 관촌수필 / 말 / 새벽 운동장을 돌다 / 최영숙 / ´민중의 소리´ 방송 / 들독 / 여의도의 봄 / 낮술 / C선생, 화나시다 / 어느 세배
[ 2부 ]
꽃 / K 이야기 / 추모 / 따뜻한 사람 / 반체제 / 어느 토요일 오후 마포 생맥주 집에서 / 화신극장 / 날근이 / 아홉 켤레 / 장한몽 / 베를 날다 / 이발사-장의사 / 뽕 / 박영근 시인 / 커다란 슬픔 / 제1회 민족문학의 밤 / 인연 / 우리동네 장씨 / 어느 문상 / 김정환 / 덴찌 이야기 / 하이볼 / 고무신의 사표 / 시인의 흉상 / 강아지 한 대 / 의왕시의 봄 / 전화 / 소풍 / 황길산 / 1974년 11월 / 아침 / 타는 목마름으로 / 건망증 / 잠실시영아파트 살 때 / 김장환씨 / 1982년 여름 / 회비 노트 / 아버지의 모자 / 국밥 / 베스트셀러 시인들을 위하여 / 리치몬드 제과점 / 유정다방 / 친구들 / 어제 불던 바람 / 서울의 봄 / 영도 어느 세밑 / 예술대학장 김동리 / 강은 흘러서 바다로 / 세모 / 겨울밤의 서사 / 토일 드라마 / 고향 사람 / 문화 스피커 / 손춘익 선생에게서 들은 이야기 / 라지오 / 협객 / 답장 / 교육방송 / 두어 말 / 경찰은 물러가라! / 천하태평 / H씨 / 김욕택 / 즈가버지 / 고발 / 갈매기 / 취미 / 은행 / 게 서방 /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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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가난한 마음을 밝히는 따뜻한 시편들 『바다 호수』는 간명한 언어와 맑은 서정에 삶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아름답게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시영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이다. 문단 데뷔 35주년을 맞아 『은빛 호각』(창비, 2003)을 펴낸 것이 채 일 년도 되지 않았으니, "시가 무슨 보복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自序)는 시인의 말이 이해될 법도 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바야흐로 "내시경처럼" 정밀한 시선을 가지고 기억의 지층을 더듬어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긴 시간을 함께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내어 시 속에서 다시 살게 한다. 그리하여 일상에서 건져올린 무심한 스케치 같기도 하고 옛날이야기 같기도 한 시편들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턱 놓이고" 어느새 "가난한 우리의 가슴들도 덩달아 따스해"진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 시절을 시로 호출하다 『바다 호수』에는 자전적인 색채가 짙게 깔려 있다. 시인은 지난 세월의 기억, 인물들을 시 속으로 불러낸다. 막막한 세월, 그 아픔은 시로 옮겨지는 순간, 우리의 미소를 자아낸다. 바로 시인의 따뜻한 시선, 온기와 해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인이 들려주는 문단 안팎의 풍경, 문인들의 소소한 뒷이야기는 이 시집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고등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엔 장래희망이 法官으로 되어 있으나 끝내 법관이 되지 못하고 대신 법관과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뒤엎는 해방전사가 된 김남주 시인(「장래 희망」), 휘파람 잘 부는 송영 부용산을 잘 부르는 방영웅, 추임새를 잘 넣는 신선생(「청진동에서」), 소설가 김춘복 선생의 아들 결혼식 가는 길에 만난 두 사내(「광대탈」), 우이동 계곡에 살 때 밤새도록 단편을 쓰다 지쳐 새벽녘 머리를 식히려고 밖으로 나오면 눈밭 위에 호랑이 발자국이 찍혀 있더라는 "좀 쎈 구라"의 주인공 황석영 선생(「노변 정담」), 어느 상갓집에서나 가장 늦게까지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는 소설가 이문구와 그 곁에서 얼떨결에 같이 밤샘한 박영근 시인(「박영근 시인」), 월드컵 축구 한국-폴란드 전이 있던 날, 그런 것하고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한 스님과 술을 마시고 있던 김정환 시인(「김정환」)…… 또한 아픈 시대를 몸으로 살아낸 이시영 시인이 그려 보이는 기억의 풍경은, 한 개인의 자전을 넘어선다.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증거이다. (……) 1974년 11월 18일 저녁 종로경찰서 정보과 조사실. 고은 선생은 긴급조치하에서, 그것도 백주 대낮 종로 한복판에서 일어난 문인들의 기습 시위에 놀란 서장인지 누구인지 모를 정복 입은 사내에게 무릎을 걷어채이고 있었고 송기원은 돼지 판 돈을 갖고 올라와 등록을 안 하고 거기 온 게 잘못이었고 나는 가방에서 나온 대학원 제출용 리포트 이용악론이 문제였다. (……) 늦은 밤 종로경찰서 숙직실 골방. (……) 후루룩거리며 불어 먹는 설렁탕의 뜨거운 김으로 우리들의 안경에도 뽀얗게 김이 서리는 밤이었다. ―「아홉 켤레」 중에서 옛날 동숭동 서울 문리대 시절, 교련반대 시위로 교문을 사이에 두고 학생과 경찰이 지루하게 장기 대치중일 때였다.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학생 하나가 대열에서 뛰쳐나오더니 맨 앞의 핸드마이크를 빼앗아 쥐고 경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물러가라! 경찰은 물러가라!" 놀란 경찰이 후다닥 방패를 챙겨들고 일단 진격 자세를 취하자 핸드마이크가 다시 한번 외쳤다. "경찰은 물러가라! 경찰은 물러가라! 만약 안 물러가면, 만약 안 물러가면 안 물러가는 걸로 간주하겠다!" 그래서 경찰도 와르르 웃고 학생들도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었다는데 그 학생의 이름은 뒷날의 유명한 소리꾼인 임진택이었다. ―「경찰은 물러가라!」 전문이렇듯 이시영 시인은 일견 "관찰일기 같기도 하고 순간적인 착상의 메모 같기도 한" 시편들 켜켜이 고통의 세월, 아픈 기억을 새겨놓았다. 그러면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 특유의 어법 때문에 읽는 이는 따스함과 위로를 느끼는 것이다. 시인의 시력(詩歷)이요, 시의 힘이다. 온기와 해학으로 그려 보인 지난 세월의 풍경 은빛 호각이 화사하게 빛나는 시각을 통해 한 시절의 청각적 소도구를 조형한다면, 바다 호수는 경험적 공간 너머에 존재하는 동화의 세계 또는 몽환적 영상을 환기시킨다. 전자가 인상주의적이라면 후자는 말하자면 초현실주의적이다. 시집들의 제목은 이렇게 대조적이지만, 그러나 새 시집 『바다 호수』는 어떤 의미에서 앞 시집 『은빛 호각』의 속편이고 다른 의미에서는 그것의 몸통이다. 언뜻 보기에 이 시집의 시들은 평면적인 관찰일지 같기도 하고 때로는 순간적인 착상의 메모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이 시집에는 냉정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선이 작동하고 있어, 그것이 마치 내시경처럼 기억의 지층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 과거지향이 이 시들에 일정한 서사성을 부여하고 설화적 친근성을 만들어낸다. 이시영의 최근 시들이 대체로 늦가을 같은 쓸쓸한 정조를 지니면서도 온기와 해학을 잃지 않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염무웅(문학평론가)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만월』『바람 속으로』『길은 멀다 친구여』『이슬 맺힌 노래』『무늬』『사이』『조용한 푸른 하늘』『은빛 호각』등이 있다. * 2004년 5월 20일 초판 발행 * ISBN 89-8281-823-5 02810 * 116*186|152쪽|값 7,000원 * 담당편집 : 황문정(031-955-8863)
이 시집에는 냉정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선이 작동하고 있어, 그것이 마치 내시경처럼 기억의 지층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 과거지향이 이 시들에 일정한 서사성을 부여하고 설화적 친근성을 만들어낸다. 이시영의 최근 시들이 대체로 늦가을 같은 쓸쓸한 정조를 지니면서도 온기와 해학을 잃지 않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염무웅(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