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숨겨진 명장면을 찾는 청소년을 위한 24편의 명작 영화읽기
영화는 사회에 가장 파급력이 큰 대중 예술이다. 영화가 오늘날에 가지는 위상은 1895년 영화가 처음 탄생한지 한 세기만에 이룬 성취다. 영화의 저력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의 경험을 넘어 나와 타자의 삶, 그리고 세상의 일면을 만나는 경험을 제공할 때 드러난다. 영화는 그 찰나를 통해 오래도록 고민해 왔던 질문에 답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지 못했던 일에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우리를 세상과 만나게 하고 시대와 공감케 하는 통로로 기능한다.
특히 영상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영화는 무엇보다 가까운 매체다.다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타인의 감정과 삶에 대해 무뎌지고 자신의 정체성마저 소외되고 마는 아이들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영화의 진면목을 즐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영화 함께 볼래?』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조명하는 명작 영화를 소개한다. 2001년 국내 최초로 영화읽기지도사 과정을 개설하고 초중고교와 대안학교에서 영화읽기 강의를 진행해 온 영화교육가 윤희윤이 선정한, 재미와 작품성, 주제 의식을 두루 갖춘 영화들이다. <곡스> <1492 콜럼버스> <인생은 아름다워> <아름다운 시절> 등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명과 문화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역사 영화 8편, <오즈의 마법사> <포레스트 검프> <빌리 엘리어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현실과 이상의 갈등, 장애 등을 극복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 영화 8편 그리고 <피카소> <아마데우스> <샤인> <서편제> 등 예술가들의 질곡 많은 삶과 작품들을 엿볼 수 있는 예술 영화 8편 등 모두 24편의 영화를 살펴보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을 통해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삶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 ‘영화읽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영화읽기란, 영화에서 시작한 인문학적 사유를 말한다. 저자는 영화읽기를 통해 영화가 레크리에이션은 물론 교육의 성과까지 끌어안는 최적의 에듀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를 읽는 방법론을 제시하거나 획일적인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품었던 의문들이 모두 영화읽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영화 주변의 상식과 정보 들을 제시해 독자의 시야를 넓혀 나간다. 일례로 1999년에 나온 영화 <아스테릭스>에 등장하는 카이사르의 모습을 살피면서, 우리는 로마의 위대한 영웅이라고 배웠던 카이사르가 우스꽝스러운 늙은이, 그저 폼 잡기 좋아하는 침략자로 그려질 뿐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저자는 이 영화가 제작국인 프랑스 국민의 관점에서 기원전 50년에 일어난 갈리아 전투를 묘사한 것이기에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정보를 짚어 준다. 아이들은 <아스테릭스>라는 영화를 통해, 한 가지 정답만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았던 그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재미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순간, 독자는 자연스럽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으며, 저자가 사려 깊게 배치해 둔 배경지식을 징검다리 삼아 숨겨진 세상을 만나는 시각을 키워 가게 된다.
● ‘함께 나눌 이야기’를 통해 영화에 말 걸기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소개뿐 아니라 영화를 감상한 뒤 영화 속 인물들을 탐구하고, 영화 안팎의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함께 생각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꼭지마다 영화의 기본 정보(감독, 등장인물, 배경 및 상영 시간 등)와 줄거리를 싣고 알고 넘어가면 좋을 몇 가지 상식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를 제시해 청소년 독자들의 더욱 깊은 사유를 유도했다. 또한‘함께 나눌 이야기’의 문제들을 어떻게 토론해야 할지 난감해할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를 제시하여 토론을 시작하고 다양한 토론을 이끌어 내는 훌륭한 시작점이 되도록 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영화로 세상을 알게 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하는 책이 될 것이다.
● 추천의 글
윤희윤 씨의 글은 쉽기도 하거니와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바로 내가 원하던 글이다.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글, 나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다니! 정말 꿈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_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
윤희윤 씨의 글을 읽고 난 뒤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자상한 태도와 그들의 자기 계발을 이끄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잘 어우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이 자녀와 학생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동의 장도 적절하게 배치해 놓았습니다. 이는 그간 저자가 영상문화 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온 결과일 것입니다. _이용관(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