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영화 30편)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영화읽기
현재와 미래의 인권 문제를 폭넓게 아우르다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는 현재와 미래의 인권 문제를 폭넓게 아우르는 영화 30편을 소개하고, 우리의 인권 감수성을 싹 틔우도록 돕는다. <로렌조 오일> <어둠 속의 댄서> <E.T.> <화성 침공> 등 재미와 작품성, 주제 의식을 갖춘 영화를 엄선하여 다각도로 접근한 이 책은 익숙하면서도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인권’이라는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크게 두 개의 부로 나눠, 소외와 차별로 고통 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 16편과, 미래 사회에 대두될 인권 문제를 조망할 수 있는 영화 14편을 다룬다. 영화와 관련한 주요 상식부터 인간과 삶, 사회로 나아가는 깊이 있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자의식과 세계관의 성숙이 이뤄지는 청소년기 독자들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토론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담고 있다.
저자 윤희윤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영화읽기지도사 과정을 개설하고 10여 년간 초중고교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서 영화읽기 강의를 진행해온 저력 있는 영화교육가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영화읽기 교육을 통해 만난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존재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데 바친 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역지사지(易地思之) 혹은 역지감지(易地感之)의 능력”을 강조한 저자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점점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무감각해져가는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변화무쌍한 영화 시장과 교육 현장의 사정과 요구에 맞춰 2009년 출간된 같은 제목의 책을 새로 다듬어 내놓았다.
‘지금, 여기서 모두를 껴안는’ 영화읽기
1부 ‘지금, 여기서 모두를 껴안다’에서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 노동자 등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관심과 편견 속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소외당한 이들의 삶에 다가간다. 이를 테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희귀병 환자들의 고통을 면밀히 비추거나(<로렌조 오일> <굿바이 마이 프렌드>),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여섯 개의 시선> 중 대륙횡단) 영화를 소개하면서 말이다. 인권 차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섯 개의 시선> 중 배낭을 멘 소년, <여섯 개의 시선> 중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를 이야기하는 장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미처 몰랐거나 알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의 무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청소년 독자들이 인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은 물론 타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지켜나가려면, 인권의 개념을 바로잡고 모두의 인권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보장하는 등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바탕 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연하게 인권 침해가 일어날 뿐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인권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이어지는 오늘날,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가치관 등을 배워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인권의 관점에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힘, 즉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청소년들의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방법으로 자신과 타인의 의견을 교차시키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영화읽기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로서의 매체가 아니라, 나와 타자의 삶, 그리고 세상의 이면과 진실에 다가가는 새로운 통로가 되어 준다. ‘인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하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읽기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인간 집단에 대한 이해와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관, 즉 세상 모두를 껴안는 자세를 얻게 될 것이다.
‘미지의 생명을 껴안는’ 영화읽기
2부 ‘SF, 미지의 생명을 껴안다’에서는 외계 생명체, 로봇, 복제 인간 등 과학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대두된 타자들을 마주한다. 인간과 같이 욕망을 느끼고 꿈을 꾸는 로봇(<바이센테니얼 맨> <A.I.> <아이, 로봇> <내츄럴 시티>)은 인간의 정의(定意)를 뒤흔들고, 외계 지적 생명체의 만남과 대결 혹은 교감(<화성 침공>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 <E.T.>)은 인간 존재를 우주적 시선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또한 유전자 복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가타카> <갓센드> <아일랜드>)은 생명 윤리와 결부해 인권 문제를 확대시켜 생각하도록 돕는다. 미지의 존재들을 만나는 영화읽기를 통해 청소년들은 당연시 여긴 인간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됨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인권은 더 넓은 범위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읽기란,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러 관점을 공유하면서도 자신의 눈으로 새롭게 텍스트를 읽어내는 영화읽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도래할 존재들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그린 영화들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지한 물음을 던지며, 오늘의 우리가 지녀야 할 공존 태도와 인권 감수성을 되살리는 데 귀한 걸음이 될 것이다.
‘함께 나눌 이야기’를 통해 영화에 말 걸기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소개뿐 아니라 영화를 감상한 뒤 영화 속 인물들을 탐구하고, 영화 안팎의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함께 생각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꼭지마다 영화의 기본 정보(감독, 등장인물, 배경 및 상영 시간 등)와 줄거리를 싣고 알고 넘어가면 좋을 몇 가지 상식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를 제시해 청소년 독자들의 더욱 깊은 사유를 유도했다. 또한 ‘함께 나눌 이야기’의 문제들을 어떻게 토론해야 할지 난감해할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를 제시하여 토론을 시작하고 다양한 토론을 이끌어 내는 훌륭한 시작점이 되도록 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영화로 세상을 알게 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하는 책이 될 것이다.
* 추천의 글
영화는 역사가가 설명하려면 한참 걸릴 아주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한순간에 ‘진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힘이다.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는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무심한 차별’을 잡아낸다. 경쟁과 돈에 무디어진 우리의 인권 감수성을 되살리는 데 요긴한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_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평화박물관 상임이사)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따로 있을까? 중요한 것은 어떠한 ‘영화보기’가 삶에 영감을 주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가이다. 이 책에서 추천한 30편의 영화는 보는 이의 인생에 뭔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면, 그 영화에 대해 아니 그 영화를 본 ‘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게 된다. 이 책의 소임은 그렇게 영화를 본 서로 다른 ‘나’들이 ‘너’들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_김종휘(문화평론가, 성북문화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