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이었습니다 (문학동네시인선 077)
- 저자
- 이덕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5-11-20
- 사양
- 120쪽 | 130*224 | 무선
- ISBN
- 978-89-546-3843-2
- 분야
- 시, 문학동네시인선
- 정가
- 10,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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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문학동네시인선 77권. 1998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한 시인 이덕규의 세번째 시집이다. 좀 늦다 싶은 데뷔 이후 꾸준한 시작 활동을 해온 이덕규 시인의 세번째 시집 제목은 ´놈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본 적이 있거나 그의 얼굴과 체구를 마주해본 이가 있다면 딱 이거구나 할 제목 속의 ´놈´. 그는 그만큼 사내답고 그만큼 정이 크고 넘치며 그만큼 시의 스케일 또한 넓고도 깊다. 어쩌면 투박하다 할 그의 시가 다 읽고 난 뒤에 호주머니 속 꼬깃꼬깃 적어 넣은 편지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쁨으로 느껴지는 건 그가 어루만지는 시의 세계가 인간 사이의 어떤 ´뜨거움´, 어떤 ´결의´, 어떤 ´정의´를 향해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같이 미세하나마 정확함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주목한 건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맺혀 떨어지기 직전, 담겨 건네지기 직전, 흘러넘치기 직전, 끌어안기 직전, 끓어 넘치기 직전, 예컨대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를 유심히 귀에 담아냈듯이 말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한 그의 이러한 두 얼굴이 어쩌면 그의 시를 이루는 주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착하게 그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호기롭게 그는 시를 쓴다. 무엇보다 그는 뺏기려고, 주려고 시를 쓴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탈탈 털어 네게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래서 그는 부자다. 그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가 달라붙었으니 지금도 내 옷자락 끄트머리에서 그의 시가 자란다.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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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61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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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이슬의 탄생
여름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
민들레 처형
끙게질
그 푸르던 봄 언덕
힘이 남아도는 가을
밥값 개값
금자 고모
개가(改嫁)
겨울비
탈상(脫喪)
저녁의 익사체
늦가을 소묘
갈근탕을 다리는 저녁
투명
호박
일기 예보
한 통에 이천 원
공장 지대
2부
포옹
야광
에쿠스
죽자 죽자 죽어버리자
울컥
허공
몸에 쓰는 편지
비 맞는 사람
상감 청자
놈
꽃뱀 울음
연꽃방
춘삼월
봄날의 비빔밥
키 큰 밤나무 아래에서
사랑이라니
눈물을 위한 탕약 한 첩
역주행
오빠
어떤 임종
당신은 누군가를 닮아간다
3부
사람이 꽃피던 시절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혹성 탈출
낮 꿈
그림자
비둘기
명함, 혹은 통성명
미끼
이웃 동네 사람들
강변 유정
김만철
밤길
일번국도
싸움하는 법을 잊었다
근황
무인도
눈사람 장례식
매미, 울음을 말리다
명명백백
문자 몸살
고슴도치
설파(說破)하는 뱀
발문|사내의 대지
|김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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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98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한 시인 이덕규의 세번째 시집이다. 좀 늦다 싶은 데뷔 이후 꾸준한 시작 활동을 해온 이덕규 시인의 세번째 시집 제목은 ‘놈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본 적이 있거나 그의 얼굴과 체구를 마주해본 이가 있다면 딱 이거구나 할 제목 속의 ‘놈’. 그는 그만큼 사내답고 그만큼 정이 크고 넘치며 그만큼 시의 스케일 또한 넓고도 깊다. 어쩌면 투박하다 할 그의 시가 다 읽고 난 뒤에 호주머니 속 꼬깃꼬깃 적어 넣은 편지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쁨으로 느껴지는 건 그가 어루만지는 시의 세계가 인간 사이의 어떤 ‘뜨거움’, 어떤 ‘결의’, 어떤 ‘정의’를 향해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같이 미세하나마 정확함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주목한 건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맺혀 떨어지기 직전, 담겨 건네지기 직전, 흘러넘치기 직전, 끌어안기 직전, 끓어 넘치기 직전, 예컨대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를 유심히 귀에 담아냈듯이 말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한 그의 이러한 두 얼굴이 어쩌면 그의 시를 이루는 주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착하게 그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호기롭게 그는 시를 쓴다. 무엇보다 그는 뺏기려고, 주려고 시를 쓴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탈탈 털어 네게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래서 그는 부자다. 그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가 달라붙었으니 지금도 내 옷자락 끄트머리에서 그의 시가 자란다. 자라고 있다.
책 속으로
조금만 참아라
다 와간다 좋아진다
이제 따뜻한 국물 같은 거
먹을 수 있다
멀리서 가까이로
개 짖는 소리 들리고
언뜻 사람들 두런거리는 소리도
지척에까지 가까워졌다가는
이내 다시
아득히 멀어졌다
어머니
누비 포대기 속에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마흔아홉번째 겨울이 간다
- 「밤길」 전문
사람을 따돌리고
사람을 반성하는 중
- 「무인도」 전문
주로 식물에 기생한다 입이 없고
항문이 없고 내장이 없고 생식이 없어
먹이사슬의 가장 끝자리에 있으나 이제는
거의 포식자가 없어 간신히 동물이다
태어나 일생 온몸으로 한곳을 응시하거나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한순간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진다 짧은 수명에
육체를 다 소진하고 가서 흔적이 없고
남긴 말도 없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일설에,
허공을 떠도는 맹수 중에
가장 추하고 험악한 짐승이 일 년 중
마음이 맑아지는 절기의 한 날을 가려
낳는다고 한다 사선을 넘나드는
난산의 깊은 산통 끝에
온통 캄캄해진 몸으로 그 투명하게
반짝이는 백치의 눈망울을 낳는다고 한다
- 「이슬의 탄생」 전문
문학동네시인선 77권. 1998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한 시인 이덕규의 세번째 시집이다. 좀 늦다 싶은 데뷔 이후 꾸준한 시작 활동을 해온 이덕규 시인의 세번째 시집 제목은 ´놈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본 적이 있거나 그의 얼굴과 체구를 마주해본 이가 있다면 딱 이거구나 할 제목 속의 ´놈´. 그는 그만큼 사내답고 그만큼 정이 크고 넘치며 그만큼 시의 스케일 또한 넓고도 깊다. 어쩌면 투박하다 할 그의 시가 다 읽고 난 뒤에 호주머니 속 꼬깃꼬깃 적어 넣은 편지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쁨으로 느껴지는 건 그가 어루만지는 시의 세계가 인간 사이의 어떤 ´뜨거움´, 어떤 ´결의´, 어떤 ´정의´를 향해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같이 미세하나마 정확함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주목한 건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맺혀 떨어지기 직전, 담겨 건네지기 직전, 흘러넘치기 직전, 끌어안기 직전, 끓어 넘치기 직전, 예컨대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를 유심히 귀에 담아냈듯이 말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한 그의 이러한 두 얼굴이 어쩌면 그의 시를 이루는 주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착하게 그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호기롭게 그는 시를 쓴다. 무엇보다 그는 뺏기려고, 주려고 시를 쓴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탈탈 털어 네게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래서 그는 부자다. 그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가 달라붙었으니 지금도 내 옷자락 끄트머리에서 그의 시가 자란다.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