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큰형들
- 저자
- 전성태
- 출판사
- 난다
- 발행일
- 2015-05-25
- 사양
- 288쪽 | 135*205
- ISBN
- 978-89-546-3572-1
- 분야
- 산문집/비소설
- 정가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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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5년 전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윤종석 화가의 드로잉으로 새 옷을 입혀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 계간 「문예중앙」 연재 당시부터 선후배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그의 산문은 그의 소설과 연장선상에서 세상의 비루하고 아픈 것들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데서 그 미덕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전 지구상을 돌지 않는다. 그는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친밀한 데서, 가장 만만한 데서 이야기의 수명을 따진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한 여자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는 없지 않은가. 그 빤하면서도 놀라운 이름의 ´어머니´ 또한 그가 부르면 다르다. 더 아프고 더 짠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엄살을 부리지 못하는 그가, 예의를 중시하는 그가, 말을 아끼는 그가 제 어미로부터도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어미가 내 어미로 읽히고 그의 아비가 내 아비로 읽히며 그의 형이 내 형으로 그의 동생이 내 동생으로 그렇듯 그의 가족이 내 가족으로 투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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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6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매향(埋香)』『국경을 넘는 일』『늑대』『두번의 자화상』, 장편소설『여자 이발사』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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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자서 008
1부 세상의 큰형들
젖동냥 …… 012
어머니가 잡아준 새 …… 018
아버지의 셈법 …… 026
유구한 거짓말 …… 030
그리움은 때로 묻힌다 …… 034
선물 …… 038
담배의 스승들 …… 042
세상의 큰형들 …… 050
소풍 1 …… 054
어머니와 함께 걷는 길 …… 058
가끔 옛이야기를 할 때 …… 063
살림 …… 066
부엌의 권력 …… 070
슈퍼마켓에서 집을 샀어요 …… 074
2부 아이들의 집
아이들의 집 …… 080
연탄 …… 086
젯밥에 눈멀다 …… 090
불로장생약 …… 094
칠이 아저씨 …… 099
소풍 2 …… 105
국어 수업 …… 112
『선데이 서울』과 연애편지 …… 118
갈치 …… 127
방앗간과 사탕 …… 132
오월 손님 …… 136
퇴역 레슬러와 함께 …… 142
늦은 소식 …… 146
3부 풍경의 안팎
감잎 석 장 …… 152
치자 …… 158
고독한 사람 1 …… 164
고독한 사람 2 …… 170
풍경의 안팎 …… 174
평양식당 목란에서 …… 186
춘원春園의 길 …… 190
몸을 내려놓는 일 …… 194
두번째 왈츠, 그리고 세 겹의 여자 이야기 …… 198
4부 고수高手
봄볕에 글을 말리다 …… 210
맹랑한 평양 아가씨 …… 216
몽골로 간 홍어 …… 220
이상한 나라의 문인실태조사 …… 224
돼지와 더불어 …… 230
고독한 사람 3 …… 246
말씀들의 수난 …… 250
열여덟 구멍으로 해가 뜬다 …… 254
노을 자리에서 나락을 거둔다 ……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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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옛맛 그대로 우려내고, 손맛 그대로 주물러낸
타고난 얘기몰이꾼 전성태의 새뜻한 이야기백과
『세상의 큰형들』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을 다시금 세상에 꺼내놓습니다. 5년 전에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화가 윤종석의 세심한 드로잉으로 새 입을 갈아입혀 꺼내놓은 이 책은 애초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것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과작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전성태, 그래서 더 믿고 기다리던 그의 소설들. 그러나 그의 산문 또한 소설 못지않게 그 뿌리가 단단하고 그 심지가 굵으며 무엇보다 그의 소설적 토양에 젖줄을 대어준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정말이지 간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혹시나’ 하는 의심은 불필요한 에너지였습니다. 과연, ‘역시나’였습니다. 뭐랄까요, 그는 소설적 이야깃거리와 산문적 이야깃거리의 구분을 하지 않는, 아니 그런 분간을 애초에 계산할 수 없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맞았습니다. 정직했습니다. 글 앞에서 겸허했습니다. 멀리 있는 데서 삶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데서 삶을 찾았습니다. 한없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삶이 놀랍도록 객관적인 우리들 삶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특유의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는 그 역할을 묵묵히 해냈습니다. 솔직했기 때문입니다. 도통 꾸밀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연재를 시작한 이후 그의 산문을 빨리 보고 싶다며, 그 다음 얘기가 궁금하다며 다음 계절 계간지 출간 시기를 묻는 독자들 및 동료 작가들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이야기꾼이 이 사람 전생태, 맞구나!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이야기가 없어졌다. 이야기 없어진 자리에는 흉흉한 사건만 남았다. 재담 자리에 개그가, 풍류 자리에 유흥이 판을 친다. 본디 이야기는 재미와 더불어 민심을 만들고, 이야기에 뼈를 심어 사는 이치를 전하였다. 도둑처럼 달려가는 시간을 웃음으로 잠시 잡아세우고 한숨 돌리기도 했다. -213쪽 「봄볕에 글을 말리다」에서
한 차례 출간되었다가 일찌감치 절판의 상황을 맞은 이 책의 운명에 새 피를 수혈하여 살리고픈 욕구에는 독자로서의 개인적인 욕심보다 편집자로서의 의무감이 더 가까웠습니다. 세상에 비루하고 아픈 것들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데 있어, 웬만하면 우리 주변인들 가운데 그 운명으로부터 빗겨날 수 없는 가운데 읽힐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아서였습니다.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전 지구상을 돌지 않습니다. 그는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친밀한 데서, 가장 만만한 데서 그 이야기의 수명을 따집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한 여자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는 없지요. 그 빤하면서도 놀라운 이름의 ‘어머니’ 또한 그가 부르면 다릅니다. 더 아프고 짠합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엄살을 부리지 못하는 그가, 예의를 중시하는 그가, 말을 아끼는 그가 제 어미로부터 둔 ‘거리’라는 힘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어미가 내 어미로 읽히고 그의 아비가 내 아비로 읽히며 그의 형이 내 형으로 그의 동생이 내 동생으로 그렇게 그의 가족이 내 가족으로 투영되는 것입니다. 비단 가족만이 그럴까요. 친척이며 친구 또한 그런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쫀쫀하게 읽힙니다.
알리는 것도 알리지 않는 것도 불효인 것이 부모 앞서는 자식의 부음이다. 일을 당해 보니 새삼 뼈저렸다. 자식들끼리 머리 맞대고 고민했다. 당장은 알리지 않는 게 도리라고 의견을 모았다. 전화로 알릴 일도 아니고 먼길 모셔 올 수도 없는 분들이라 차차 찾아뵙고 말씀드리기로 했다. 우리로서도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일단 장례 치르고, 그 유가족부터 챙겨놓고 봐야 했다.
시골 사는 처형은 자식이 세상 떠난 사실을 모르고 사는 노인들이 자기 동네에 여럿이라고 전했다. 믿기지 않지만 그 작은 마을에도 그런 집이 세 가구는 된다는데 미국으로 돈 벌러 갔다, 원양어선을 탔다, 그리 알고 지낸다는 거였다. 더러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와 소식 없이 지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도 하였다. 다 옛 드라마 같은 얘기였다. 그 노인네들 중에는 끝내 모르고 가는 노인네들도 있을 테고, 더러는 짐작하고도 내색 않고 사는 노인들도 있을 터였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우리는 어른들을 뵈러 갔다. 어른들의 안색을 살피고 나서 어렵게 말씀을 드렸다. 뜬금없는 소식에 노인들은 충격이 커 보였다. 그래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견디어주었다. 그 순간에도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슬픔을 속으로 새기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식들 가고 나면 두 양주는 서로 모르게 밤이면 베갯잇을 적실 것이다. 당신들에게 무슨 죄가 있었는지 시름이 깊을 것이다. 한데도 약속이나 한 듯이 그 불쌍하고 무정한 사위는 끝내 들먹이지 않을 것이다. -147쪽?149쪽 「늦은 소식」에서
총 4부로 나뉘어 차곡차곡 포개놓은 그의 산문은 어머니가 내게만 몰래 주려고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만 원짜리 지폐 같습니다. 한 장 한 장 접힌 모양새가 제각각인데다 돈의 냄새가 아닌 오래된 좀약 냄새 같은 게 배어 있는 어머니의 쌈짓돈. 가슴이 아파 술값이나 옷값으로 쉽게 써버릴 수는 없을 것만 같은 돈,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기부하는 자리라면 기꺼이 남몰래 내놓고 모른 척할 수 있을 돈. 전성태의 산문은 그런 지점에서 단연코 자부할 수 있는 우리 문학의 힘입니다. 그의 산문을 사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산문을 존경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바로 그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렇게 글을 써야 했습니다. 아니 우리는 이렇게 글을 써야 합니다. 쓸쓸하고도 허망한 생, 그러나 사랑이 삶의 어느 한 밑바닥인 것은 분명함을 아는 작가인 까닭입니다.
누구나 인생이란 무엇이다, 하는 대답을 갖고 산다. 대놓고 인생에 대해서 캐물으면 하나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겠지만, 살아온 내력을 가만히 풀어놓게 하면 모두가 그 대답을 가지고 산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사랑이란 그런 것이야, 하는 평범한 말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불가해함이 숨어 있는가? -166쪽 「고독한 사람 1」에서
관록의 작가 전성태의 유일한 산문집. 5년 전 출간되었던 것의 제목을 바꾸고 윤종석 화가의 드로잉으로 새 옷을 입혀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 계간 「문예중앙」 연재 당시부터 선후배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그의 산문은 그의 소설과 연장선상에서 세상의 비루하고 아픈 것들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데서 그 미덕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전 지구상을 돌지 않는다. 그는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친밀한 데서, 가장 만만한 데서 이야기의 수명을 따진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한 여자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는 없지 않은가. 그 빤하면서도 놀라운 이름의 ´어머니´ 또한 그가 부르면 다르다. 더 아프고 더 짠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엄살을 부리지 못하는 그가, 예의를 중시하는 그가, 말을 아끼는 그가 제 어미로부터도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어미가 내 어미로 읽히고 그의 아비가 내 아비로 읽히며 그의 형이 내 형으로 그의 동생이 내 동생으로 그렇듯 그의 가족이 내 가족으로 투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