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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너는 왜 나를 그리 빤히 쳐다보는 걸까? 고양이 너는, 왜 넓고 편한 소파를 두고 좁아터진 상자에 찌그러져서 자는 걸까? 고양이 너는 왜 내가 책을 보려고만 하면, 노트북을 쓰려고만 하면 그 위에서 식빵을 굽는 걸까? 고양이 너는 네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알기는 알까? 고양이 너는 왜 평범한 나를 그렇게나 특별한 방식으로 사랑해줄까? 고양이 너는…….’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고, 알아도 알아도 더 알고 싶은 고양이의 매력을, 그들이 쓴 시로 만난다면? 그건 보통의 글 읽기와는 조금 다른 경험일 것이다. 글 읽기보다는, 어쩌면 ‘고양이와 놀기’에 더 가까운. 이 책에 실린 장난스럽고 엉뚱하고 귀여운 고양이의 시들을 그들의 동그란 눈, 세모난 귀, 촉촉한 코, 수염과 앞발, 꼬리, 펑퍼짐한 배, 요염한 몸짓과 순수한 표정들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읽을 때면, 몽테뉴의 말처럼, 우리는 구분을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고양이와 놀아주는 건지, 고양이가 나와 놀아주는 건지. 시간은 순식간에 날아가고, 고양이와 나는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그 기분 좋음 때문인지 전작 『고양이의 시: 망가진 장난감에게 바치는 엘레지』를 읽은 독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도, “너무 아쉽다” “더 읽고 싶다”였다. 그래서 더 많은 고양이의, 더 많은 시로 돌아왔다. 고양이 시인들의 서기가 되기를 자처한 마르치울리아노는 『고양이의 시 VOL.2: 인간들, 힘내』에서 또다시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고양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네가 왜 화를 냈는지 벌써 까먹었어.”
“내가 지켜보는 거 다 알지?”
“난 무관심한 게 아니야. 난 단지 무심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진짜, 진짜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거야.”
“난 정말 멋져. 난 진짜 근사해. 나처럼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놀랍게 매혹적인 고양이는 이제껏 없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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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고양이 시집에 실린 시 한 편 한 편은 전 세계 고양이 동거인과 고양이 마니아를 ‘고양이의 시’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여러 나라의 고양이 시인과 그의 인간 독자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사진, 동영상 등 팬덤 콘텐츠를 업로드했으며, 고양이와 무심하고도 게으른, 엉뚱하고도 신나는 시간을 보내며 사는 많은 이의 마음을 간지럽게 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는, “나만 고양이 없어”를 부르짖는 인간들조차 그 시간을 궁금해하고, 부러워할 만큼. 고양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듯, 그들의 인간 독자들이 열광하는 시도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짖궂음에, 어떤 이는 발랄함에, 어떤 이는 태평함에, 어떤 이는 포근함에 빠져든다. 또 그렇게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고양이 시인들’을 더 사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떤 시가 됐건, 독자는 이 책에서 그들이 아는 고양이, 그들이 사랑하는 고양이를 발견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고양이와 놀(고양이가 놀아줄) 때처럼. 고양이가 사는 것처럼.
◆ 책 속으로
만약 내가 네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너무 거리를 둔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만 알아둬
난 네가 3주 전에 발가락 찧은 것까지 다 봤어
네 발이 어떤지 살펴보러 지금 왔을 뿐이야
_「이것만 알아둬」
내버려둬
수요일이야 빤히 지켜보기 해야 돼
내버려둬
목요일이야 하품하는 날이라고
내버려둬
금요일이야 기지개를 켜는 날
_「내버려둬」
오늘도 내가 거꾸로 매달린 채
다른 고양이를 쥐어박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냥 그래야 할 분위기라서 그랬던 거야
알았지?
_「그게 궁금하다면」
오랫동안 고양이와 동거해온 저자가 고양이의 시선에서 고양이가 말하듯이 쓴 이 시들은 고양이 반려인을 위한 암호문과도 같다. 고양이와 살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시는 뜻 모를 말들의 나열일 수 있지만, 고양이와 살아봤거나 살고 있는 이라면 그 뜻을 바로 알아채고 킥킥 웃어가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_「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