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인의 말
“선물은 주는 사람이 즐거운 동작이지요.”
이원 시인이 보내온 편지에서 한 구절을 머리에 얹으며 글을 시작합니다. 손편지를 받은 것이 얼마만의 일이던지요. 감격이 컸습니다. 잊지 않으려고 ‘선물’과 ‘동작’이라는 단어에 밑줄을 긋는데 그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문턱에서는 따르게 되는 관습도, 지켜야 하는 날도 많습니다. 잘 털어 보내고, 깨끗이 맞이하고 싶은 것은 옛사람이나 요즘 사람이나 같을 테니까요.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분은 아마도 팥죽을 끓이지도, 김장을 담그지도, 한시 한 수 짓는 것도 더는 하지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그런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만큼은 잊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강릉 바다가 전처럼 차지 않아 명태의 씨가 마른 지 오래지만, 러시아에서 공수한 명태를 덕장에서 말려 강릉 명태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처럼, 이제 더는 한자를 배우지 않고, 한시를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4세부터 시를 짓던 민족의 자부심조차 잃어가는 것이 아쉬워 한시를 오늘의 언어로 해석하는 학자가 있는 것처럼, 변하는 그 과정조차 전통이 이어지는 일부라는 것과 그걸 잇는 매개체가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서운함, 미안함, 아쉬움 같은 묵은 감정을 털고 새하얀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는 했습니다. 그 끝이라는 데서 시작이 행해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 이번 호의 키워드를 ‘선물’로 정한 데는 그 시간의 귀함을 잊지 말자는 다짐도 컸습니다. 시작과 끝이 한데 물려 있음은 삶과 죽음이 한데 엉켜 있음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기에 다시 새기는 오늘입니다.
2023년 계묘년을 앞에 두고 선보이는 『TOKEVI』는 표지부터 내지까지 앞선 호와는 또다른 모습임에 다소 놀라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우리는 도깨비라서요, 우리들만의 방망이가 있어서요, 이제 내 방망이다 할 때까지는 아마도 계속 휘두름의 휘휘 소리를 낼 것도 같습니다. 특히 다음호부터는 김민정 시인이 출판사 난다의 식구들과 함께 『TOKEVI』를 만들어주시기로 했어요. 변화무쌍한 도깨비의 정신을 무엇보다 귀엽게 그려내실 예정이라니 저는 무척이나 기대가 큽니다. 귀여움이라니요, 참, 이번 겨울호 표지로 만든 토끼와 한나의 두고두고 보자기 굿즈는 어떻게, 마음에들 드셨으려나요. 『TOKEVI』를 발행하는 호호당은 매 호마다 굿즈에도 더한 애정을 뿜어볼 참입니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합니다. 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봄에 춘분에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모두 건강하셔야 합니다.
양정은(호호당 대표·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