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달팽이
- 저자
- 전기철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08-14
- 사양
- 152쪽 | 121*186
- ISBN
- 89-546-0168-5 02810
- 분야
- 시
- 정가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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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세상의 개구멍 하나
꿈은 어둠 속에서 싹튼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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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기철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1988년 『심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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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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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88년 등단 이후 시, 소설, 동화, 문학평론 등 각종 분야를 넘나들며 활발한 집필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전기철 시인의 세번째 시집 『아인슈타인의 달팽이』가 발간되었다. 1부 「종이 해바라기」 2부 「김소월 살인사건」 3부 「인형 수술」 4부 「플라스틱 피플」 5부 「모자이크 방」으로 나뉘어져 담겨 있는 64편의 시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허구성과 혼란스러운 도시풍경을 냉소적인 관찰자의 시각으로 그려내며 한층 심화된 정신주의적 시세계를 보여준다.
무한히 지연되는 욕망의 알레고리
시인이 사는 곳은 “비밀 집회로 가득한 도시”(「( )」), “목마른 인적으로 유리만 까칠해지고/핏기 잃은 거리”(「박물관 도시」)이다. 그곳에는 노숙자가 있고 일용직 노동자가 있고 자폐아가 있으며 버스기사와 불량청소년이 있고 그 중심에 분열된 자아가 있다. 이것들은 비단 시인에게만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불특정 다수의 도시인들에게 시시각각 신체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날카롭고 선명한 이미지들이지만, 시인의 언어의 이면에는 짓궂은 꿈과도 같은 비현실성이 있다. 「마네킹」에서는 외출에서 돌아와 방 안에 들어선 자신의 옷을 뺏아입는 또 하나의 자아가 등장하고, 「유리도시」 「서울 오딧세이」 「택시기사 류씨, 콧구멍을 후비다」 등의 시에서는 거리를 걷는 일상적인 행위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병렬 서술하는 것만으로 오히려 현실보다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연출된다. 또한 「팝콘」에서는 두세 개의 시퀀스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미디어의 내용과 현실이 교착되는 혼란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잡다한 풍경,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풍경조차 모자를 눌러”(「당나귀」)쓰는 도시 현실 속에서 시인의 내면은 추상적인 형태의 성찰보다 훨씬 본질적인 욕망에 가까운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시인의 시선은 이윽고 치유와 비움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그것은 때로는 불교적 사상 혹은 소재에 대한 형태로 나타나며(「콜라주」), 때로는 자신뿐만 아니라 시대의 혹은 타인의 상처를 일부러 적나라하게 터뜨려 고발하는 것으로 그것의 해소를 열망하게 한다. (「노숙일기」 「하얀 페인트로 남은 사내」) 그리고 시인에게 있어서 가장 익숙하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도시의 욕망을 풀어내는 의식은 무엇보다 시, 혹은 시를 쓰는 행위 그 자체라는 사실이 고독과 방황의 도시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다.
두 눈을 충혈시켜 비상등을 켜고
종이로 만든 해바라기를 키운다네.
(……)
가슴속 해바라기를 가꾼다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가.
세상의 개구멍 하나
꿈은 어둠 속에서 싹튼다네.
―「종이 해바라기」중에서
종이로 만든 가상의 해바라기는 시인에게 있어 아마도 시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욕망과 마음을 비워내고 치유하는 “세상의 개구멍”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바로 그것. 시인 박찬일은 이에 대해 “상처받지 않고 충격받지 않고 타인을 얘기할 수 없다. (……) 시인은 ‘상처받기’의 명수이다. 상처받아 시를 쓴다. 상처받지 않은 이들에게 시를 게워낸다”라고 말한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 에 묻히지 않도록 전기철의 시는 그렇게 상처와 치유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또 도시 어딘가에서 새로운 방황을 시작할 것이다.
오늘의 우리가 처한 삶의 고발과 그 구원의 문제의 형상화
전기철의 이번 시집을 관류하는 열쇠어들은 욕망, 여자, 대도시, 분열 들이다. 이것들이 상호관계적으로 존재하며 시집에 다층적 의미를 부여한다. 욕망은 대도시와 관계 있고, 또한 여자와 관계 있다. 여자에 대한 욕망(혹은 여자가 야기하는 욕망)과 대도시가 야기하는 욕망은 필연적으로 분열과 관련을 맺는다.
_박찬일(시인)
파격적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전기철의 시는 독특하다. 상상력의 전개가 그렇고 언어의 운용이 그렇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그러하다. 예컨대 해체된 자아를 통해 다음성적(多音聲的)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든가, 날카로운 도시적 이미지를 서정적 감성과 결합시키는 기술이라든가. 불교적 직관으로 산업사회의 모순을 파헤치려는 시도 등을 들 수 있다. 이 모두는 한마디로 오늘의 우리가 처한 삶의 고발과 그 구원의 문제를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전기철의 시만이 지닌 그의 뚜렷한 개성이라 할 수 있다.
_오세영(시인)
전기철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1988년 『심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이 있다.
* 2006년 8월 14일 발행
* ISBN 89-546-0168-5 02810
* 121*186 | 152쪽 | 7,000원
* 담당편집 : 조연주, 양수현(031-955-8865, 8863)
세상의 개구멍 하나
꿈은 어둠 속에서 싹튼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