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바다를 건너
- 저자
- 조원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09-08
- 사양
- 120쪽 | 121*186
- ISBN
- 89-546-0169-3 02810
- 분야
- 시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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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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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묻지 말렴 그것뿐이야
날갯짓에 일일이
무슨 이름이 있겠니
어두운 새들은
밤의 바다에 씌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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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원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신비주의 문학을 전공했다. 198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고, 시집 『이상한 바다』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 『그리고 또 무엇을 할까』 『아담, 다른 얼굴』, 산문집 『꿈속의 도시』, 그외 다수의 번역서를 냈다. 현재 열린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중이며, "치유와 신비"를 주제로 한 연구 및 강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umbri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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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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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시인으로 번역가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조원규 시인이 오 년 만에 다섯번째 시집 『밤의 바다를 건너』를 펴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무게 없이 떠다니는 가벼움 속에서, 시인은 섬세한 눈길로 고르고 고른 낱말들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펼쳐 보인다. 때로는 관념적인 신비로움으로, 때로는 애수 어린 동화로 다가오는 편편의 시들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만드는 마법을 건다. 아직 와야 할 것, 또는 들리지 않는 것을 위해 쓰다 『밤의 바다를 건너』의 시들은 빛과 어둠, 밤과 낮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떠돈다. “밝은 맨발로 환한 곳을 밟아/어둠까지 빛나는 그런 잠”(「그녀의 말」), “상처의 거리에서 거리로 이어지는 불빛들의 너른 바다”(「잠시 적막」)와 같은 배경을 뒤로 펼쳐지는 시인의 언어는 언뜻 관념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감각만은 무척이나 생생하며, 간결한 시어와 공백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세계에는 욕심 부리지 않고 골라낸 시어들만이 자신의 생명을 부여받아 숨쉬는 듯한 정갈함이 살아 있다. “소리없는 오후가 흘러나오는/네 가는 줄기, 아직도 떨려”(「초록 줄기」),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오후/설탕 같은 아이들은 투명한 비명을”(「작은 주제들」), “주머니 속 동전 찰랑이는/먼 소리에 귀가 찢기는 것만 같다”(「꽃 파는 소녀」) 등의 묘사에서 볼 수 있는 시인의 섬세한 시선, 대상을 향한 소박한 애정과 그리움의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소재들의 선택에 대해 시집의 해설에서 박성용은 “씌어지지 못한 채로 남겨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시인이 시를 쓰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미처 종이에 옮겨지지 못하고 펜 끝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차례차례 모여들고 다시 새어나가며 시인의 상상력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문장이 끝나질 않아 나는 도끼로 내리쳤고 비로소 조용해졌다/잘린 문장 틈새로 무언가 흘러나오며 나는 강렬한 사랑을 느꼈다.”(「만남」)는 문장은 그래서 더욱 우수에 찬 고백으로 느껴진다. 나아가 시인의 궤적은 좀더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무언가를 향해 그 꼬리를 길게 드리운다.
밤바다를 날 때? 난 출발했다고 생각하지 돌아갈 수 없다고도 묻지 말렴 그것뿐이야 날갯짓에 일일이 무슨 이름이 있겠니 어두운 새들은 밤의 바다에 씌어질 뿐 -「밤의 바다를 건너」 전문
빛이 사라진 세계. 끝이 없는 바다에서 시인의 세계는 무한히 확장되고 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수수께끼들은 하나둘씩 예민한 감각의 촉수 끝에 걸려 표현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읽는 이들의 마음에 하나의 주술과도 같은 신비로 작용할 것이다. “마법이라 해도 좋고 이제는 치유와 신비라고 해도 좋을 무엇이 시 안에는 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말이다. 아름다워서 두려운 미결정의 비밀스러움 『밤의 바다를 건너』에서 조원규는 아직 와야 할 것 또는 들리지 않는 것을 향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신비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언어를 갈고 닦는 금욕적인 시인이다. 언어는 그에게 조건이자 한계이다. 그 테두리 속에서 그가 ‘문득’ 보았을 초월의 순간을 열어가려 한다. 때로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감각적이지 않고 관념적이어서 그러한 순간을 추상적으로 남겨놓기도 하지만, 그의 언어에는 환기하는 능력이 있어서, 그러한 초월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_박성용 시인 조원규는 자신의 시의 제목대로 ‘몽환 소년’을 닮은 점이 있다. 그러나 그의 몽환은 단순한 개인적 몽환이 아니라 자본과 역사가 짓이기고 간 이 반도의 도시에서 피 흘리며 살아남은 자로서의 ‘생존자의 몽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의 몽환은 역사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외침에 닿아있다. 그의 시적 언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고요하고 섬세한 머뭇거림과 파울 첼란의 ‘밀폐시’적 종말의 심연을 가지고 있다. 시는 어디까지나 단독범행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의 시는 한국시에서도 가장 해체주의적인 언어관과 로고스중심주의의 적막한 붕괴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해체주의적 시가 불량하고 언어를 남용, 혹사하는데 반하여 그의 시는 아름다워서 두려운 미결정의 비밀스러움을 가지고 있고 세계는 듬성듬성 촬영한, 맥락의 골절상을 보여주는 흐릿한 공백으로 화한다. 시인 조원규의 외롭고도 경건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_김승희(시인)
* 2006년 9월 8일 발행 * ISBN 89-546-0169-3 02810 * 121*186 | 120쪽 | 7,000원 * 담당편집 : 조연주, 양수현(031-955-8865, 8863)
묻지 말렴 그것뿐이야
날갯짓에 일일이
무슨 이름이 있겠니
어두운 새들은
밤의 바다에 씌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