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S 노트 - 홍콩, 추억하거나 동경하거나
까우끼 식당은 국내에서 발간된 홍콩여행 가이드북 여럿에도 소개된 집이이게 한국 관광객들도 참 많다. 혼자 ‘쇠고기 안심 국수’를 먹고 있던 날도 옆 테이블에 있는 한국 사람들을 봤다. 그들의 얘기를 엿듣자니 셩완 지역 얘기를 하면서 ‘괜히 왔다’고 했다. 지저분하고 길도 복잡하고 캣 스트리트 외에는 볼 것이 없다, 는 게 요지였다. 나에게는 거리 곳곳이 주성치와 장국영의 추억이 깊게 배어 있는 곳이기에 참 씁쓸했는데, 어쩌면 그날의 기억이 이런 책을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홍콩 영화가 우리 삶 속에 절대적인 순간이 있었다. 남자들은 주윤발이 질겅이는 성냥개비와 포마드에 넘어갔고, 여학생들은 장국영의 우수에 찬 눈빛 하나에 쓰러졌다. 그 후 유덕화와 사대천왕, 그리고 왕가위와 양조위, 금성무 등등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바로 옆에서 보고 자란 사람들에게 홍콩 영화란 추억 속, 그때 그 시절의 사진 한 장과도 같다. 그렇게 멀고 높게만 느껴졌던 홍콩이 어느덧 비교적 손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게 되었고, 홍콩 영화는 중국 반환과 맞물려 점차 쇠락하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홍콩을 떠올리면 여행과 영화가 어느 것이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책의 콘셉트는 명확하고 간단하며, 많은 사람들이 떠올렸지만 아무도 실현시키지 못한 영화와 여행을 하나로 엮는 것이다. 영화 속 장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라니 웬만한 오타쿠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데 저자는 구글웹의 도움 없이 두 발로 이를 해냈다. 홍콩이 신비로운 것은 워낙 밀도가 높은 도시이기에 영화 속 장소만 찾아다녀도 그 누구보다 홍콩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타 가이드북과 다른 스팟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며, 홍콩의 실핏줄처럼 얽히고설킨 영화 속을 걷다보면 홍콩영화가 주었던 감수성이 다시 되살아난다.
홍콩영화가 주는 추억어린 편린과 그 시절의 향수에 빠져 있다 보면 여러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지금의 홍콩이 보인다.『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은 홍콩을 여행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제시한다. 홍콩 영화 전문가이기에 앞서 지극한 홍콩 영화 팬보이인 저자가 담아낸 애정 어린 이야기들은 홍콩 영화에 대한 매혹과 지금 현재 오늘날의 홍콩의 모습을 매끄럽게 연결 짓는다. 그러면서 영화의 배경을 설명하고 영화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생동감 넘치는 홍콩의 변천사와 홍콩인들의 생활문화상을 아우른다. 새로운 홍콩의 모습, 가장 홍콩다운 홍콩을 느끼기. 이 책은 관광만이 아닌 홍콩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안내서이다.
※ 이 책을 활용하는 법
이 책은 홍콩을 다녀온 사람이거나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적화된 책이다. 다시 말해 홍콩여행 심화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장소에 대한 설명과 접근하는 방법, 여행 동선 추천 등은 가이드북이란 이름에 걸맞게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숙박이나 쇼핑 등의 정보는 세세하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홍콩을 아직 잘 모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의 묘미는 여행지에서만 유용한 실용서가 아니라 읽고 나면 떠나게 만드는 것에 있다. 이 책에 담긴 홍콩의 풍경과 이야기는 우리의 추억과 맞물려 홍콩이란 도시를 새롭게 보여준다.
즉,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센트럴과 같은 쇼핑 명소는 물론이요 홍콩대학교나 이소룡, 장국영의 생가, 주성치의 <도학위룡>속 학교나 홍콩 택시기사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로퉁 같은 홍콩 시골 마을로 우리를 초대한다. 책 속에 있는 지도는 여행하기 편하게 동선을 제안해놓았고, 영화 속 장면 캡쳐와 저자가 찍어온 실제 로케이션 사진을 비교해 보여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들을 다시 한 번 본다면 이 책의 진가가 훨씬 배가될 것이다.
※이 책을 두 번째 읽게 된다면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은 홍콩 가이드북이지만 국내에 출간된 그 어떤 책보다 홍콩영화에 대한 정보와 해설을 많이 담고 있다. 관광 가이드북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상 홍콩영화를 알고 싶은 홍콩영화에 관한 설명서이다. 홍콩 영화팬들과 영화학도, 추억을 고증으로 간직하려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홍콩영화에 관한 가장 박학하면서도 재밌는 영화정보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