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이 아니어도 괜찮아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그 이름만으로 찬란한 청춘이라는 날들의 기록
누구나 자신만의 사전이 있다.
사랑, 기억, 미소, 아침, 크리스마스, 노래, 사진, 꿈, 고통……
하지만 이것들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닌, 나의 사랑, 나의 기억, 나의 미소, 나의 아침을 기록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의 정의보다는 스스로 기억하는 단어에 대한 추억 혹은 관련된 에피소드, 일상 생활의 단상, 내밀한 혼자만의 생각과 고민들을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글쓴이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혼자만의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어딘가는 우리네 청춘의 모습과 그대로 닮아 있다. 가령, 여행지에서 만난 택시 기사와의 작은 신경전, 광화문에서 아이폰이 없어 길을 헤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회사에서 선배에게 질문을 던졌다가 곤란했던 기억,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수다 엿듣고 혼자 킥킥거렸던 어느 날,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감상 등 지금이라도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들이 속속들이 들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개별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단어로 집약되어 표제어가 되고, 자연스레 이 이야기들의 묶음은 이렇게 평범한 한 사람의 평범한 날들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하나뿐인 ‘청춘사전’이 탄생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혹은 자주 들을 수 있는 141개의 단어들이 모여, 한 명의 뜨거운 ‘청춘’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배제하고 철저히 현실의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새로운 감성의 에세이로 재탄생되었다.
이 책을 쓴 필자는 지방도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10년 남짓 학생 또는 직장인이었던 평범한 한 사람.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청춘의 순간은 있으며 특별한 날들이 있었다. 옛날 흑백 사진을 들추듯 하나하나 꺼내어 펼친 청춘의 풍경, 그 속에서 느끼는 공감이 우리네 가슴팍에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특별한 일들만 이벤트처럼 기억하는 건 수많은 평범한 날들을 무의미하게 묻어버리는 행동 같아서 내키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국 매일 딱 한 장만씩만 어떤 사진이든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순간도 아닌, 특별한 순간도 아닌, 그저 하루의 어느 토막이든 사진이라는 형태로 기록해두자고. 그렇게 일생의 나를 하루씩만 찍어 모으겠다고. 평범한 문장들이 모여 긴 울림을 만드는, 단편소설 같은 일상을 만들고 싶다고.
_ 본문 80쪽, 시간 사진 찍기 중에서
서른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아프고 방황하는 ‘청춘’의 내밀한 일기장을 훔쳐본다. 그 끄트머리에 하나씩 적혀 있는 단어들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도 한마음이 된다, 아파도 괜찮아, 아프면 아픈 대로 그 자체 또한 ‘청춘’이니까. 그렇게 걸어가는 그 길이 꽃길이 아니라, 자갈밭이고 진흙탕길이어도, 그 또한 의미 있는 흔들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