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인문학
- 저자
- 김담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13-03-18
- 사양
- 440쪽 | 신국판 변형 | 무선
- ISBN
- 978-89-6735-043-7
- 분야
- 산문집/비소설, 교양
- 정가
- 18,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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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숲의 인문학』은 2007년 가을부터 2012년 가을까지 강원도 고성 인근의 숲이 한 사람의 내면에 쌓인 기록이다. 집과 숲을 오가는 산책에서 만난 생명들에 대한 사색이다. 손톱 위의 반달보다도 작은 풀꽃들을 정월 보름달보다 더 크게 끌어당긴 미시적 관찰이다. 두세 뿌리와 대여섯 뿌리 사이를 방황하는 약초꾼의 욕심과 풀꽃엄마의 마음이 교차하는 연속이다. 산골짜기 배추농사에서 약을 두 번이나 치고 콩나물국에 미원을 풀어 넣는 시골 어른들의 변화된 삶에 대한 허탈감이다. 고욤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성동격서 식으로 살모사를 따돌리는 타잔의 모험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그린 풍경화이면서 느닷없는 낭떠러지에 간 떨어지고 늘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숲의 마술과 진화에 대한 놀라움이다.
『숲의 인문학』은 에세이면서 일기체다. 강원도 사투리겠지만, 보다 내밀하게는 인간이 숲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성어, 의태어들이 날것으로 살아 움직인다. "작벼리에 짐승이 매닥질 친 흔적" "나뭇가지와 줄기들이 에넘느레하게 흩어져 있었다" "무두룩무두룩 한 바퀴를 돌아도"와 같은 구절에서는 가만히 눈을 감게 된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눈을 감고 그려보면 모두 이해되는 게 이 책의 방언이다. 인간의 몸에 내재된 숲의 유전자가 이 책을 읽기 위한 사전인 셈이다. 그리고 저자의 산문이 보여주는 감칠맛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종의 불규칙성의 규칙에서 오는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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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부모를 따라 1978년 ‘광주대단지’라고 불리던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십수 년을 살며 학교를 다녔다. 도시에서 사는 일은 지질했다. 이미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부모를 따라 1994년 ‘대하소설’을 쓰겠다는 거창한 꿈을 안고 귀향했다. 고향이었지만 이미 고향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발밤발밤 숲정이로 향하는 날이 많아졌다. 꽃들 이름을 익히고, 나무를 배우는 시간이 늘었다. 농사꾼처럼 아예 봄부터 가을까지 숲정이에서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며 그것을 밑절미 삼아 ‘백초효소 발효액’을 만들기 시작했다. 봄 숲과 가을 숲은 같은 숲이었으나 또 다른 숲이었다. 마을 숲정이에서 이제 다시는 하얀색 꽃이 피는 산작약을 만날 수 없게 된 것처럼, 비가 오거나 긴 겨울이 시작되면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2000년 김영민 선생께서 주관하시던 ‘장미와주판’을 만났다. 함께 공부하며 꿈꾸던 인문학술공동체인 ‘장주학숙’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다. 지은 책으로 『산책』과 『그늘 속을 걷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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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가을 꽃잎 말리는 시간
몹시 놀라 넋을 잃다
봄 봄꽃들
노루귀 꽃밭에서 노루 울음소리를 듣다
뱀을 만나는 사이 나무는 베이고
봄빛에 물들다
감자난초
열쭝이는 어디로 갔을까
"목우산방" 나들이
여름 줄풀
중복물 지다
봉숭아물을 들이다
가을 싸리버섯
능이버섯 사이로 노인 모습이 어른거리고
머루는 어디에도 없고
초롱단은 용담
송이전골 냄비를 가운데 두고
겨울 항아리를 얻다
패름이 돌듯
설해목
생활 속 속도
봄 직박구리 떼 날다
물장구치는 수달
멧돼지
산불
찔레꽃머리
여름 쌍무지개
벌과 곤충이 사라진다면
멧돼지 새끼를 사로잡다
복달임
꾀꼬리 한 쌍
아무렇지 않게 전해진 부음
가을 고기를 먹는다는 것
벌에 쏘이다
저녁산책
대포알이 날아가도
가을가뭄
만산홍엽
"추곡수매"하던 날
어이딸
겨울 콩 두 말로 메주를 쑤다
프랑켄 푸드(유전자 조작 작물)
화진포호수 한 바퀴
봄 건봉사 가는 길에
생강나무 꽃
진달래꽃
아무도 찾지 않는 나물들
솔 싹
간장을 달이고 된장을 담그다
여름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가을단호박 두 통에 얹힌 인정
겨울 겨울 입새
죽임을 당하는 짐승들
말똥가리 날다
어정섣달
가든한 삶
그때 그 동무들은 다 어디로 떠났는지
봄 봄이다
어린 나무를 심다
산개구리들
공사 중
꽃샘잎샘
제비 돌아오다
꽃 무덤
귀룽나무는 구름나무
삼지구엽초
학생 하나에 유인 둘
비안개
조화 붙은 날씨
꽃배암들
참나물
천마
여름 장마 예보
구름타래
고양이는 나비를 쫓고 나비는 꽃을 탐하는 사이
가을 더넘바람
한가위 보름달
죽은 복작노루
오후 두 시
새품, 갈품
착살스럽다
신생이 탄생하는 순간
김장김치 260포기
겨울 선물 받은 도루묵
봄 불알고비
노란 고양이, 검은 고양이
송홧가루 날리고
여름 산작약 흰 꽃을 그리워하다
뽕나무 심다
개똥장마
잘고 어린 꽃들에게도 눈길을
까막까치
언젠가는 그리워질 한여름
가을 구름버섯(운지버섯)
죽은 이들은 어디로 가는지
기이한 하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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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보통 인문학 한다는 사람들은 도시와 가깝고 숲과 멀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도시야말로 인문일렁이는 공간일 것이다. 어찌 보면 인문학은 카페에서 지식과 담론을 펼치는 향연의 부산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세상과의 불화를 생리화한 글쓰기가 다락방처럼 자기 존재를 얻을 때 인문학은 꼭 ‘무관의 제왕’처럼 영광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문학이 영광스러운 지적 성취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은 ‘과정으로서의 인문학’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면이 있다. 그 과정이 전개되는 공간 역시 확연하게 상징적이다. 숲의 길은 때로 단조롭지만 여러 갈래로 펼쳐진 잎맥을 닮았다. 이파리를 주워 그 귀퉁이와 촉감을 구분하는 인간의 눈길이 섬세해질 때 우리 내면에서 두 배 세 배로 확장되며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그 잎맥과 꽃잎의 굴곡 위를 걸어가는 인간의 발길이 스스로의 쟁기질로 실핏줄 같은 길을 내다가 열고 나오는 문이 참으로 다양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얻으려면 먼저 줘야 하고, 너무 곧은 것은 굽어 보인다”라고 노자가 말했다. 몸에 각인된 앎, 이른바 ‘체식’을 익혀가는 일은 강인함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마음의 보드라운 속살이 계속 자라날 수 있다. 저자의 산책길 따라 매일매일 마음의 보드라운 살이 새싹처럼 계속 자라나는 모습이 우리에게 인문학하기의 가치를 충분히 되새겨주게 하리라고 믿는다.
『숲의 인문학』은 2007년 가을부터 2012년 가을까지 강원도 고성 인근의 숲이 한 사람의 내면에 쌓인 기록이다. 집과 숲을 오가는 산책에서 만난 생명들에 대한 사색이다. 손톱 위의 반달보다도 작은 풀꽃들을 정월 보름달보다 더 크게 끌어당긴 미시적 관찰이다. 두세 뿌리와 대여섯 뿌리 사이를 방황하는 약초꾼의 욕심과 풀꽃엄마의 마음이 교차하는 연속이다. 산골짜기 배추농사에서 약을 두 번이나 치고 콩나물국에 미원을 풀어 넣는 시골 어른들의 변화된 삶에 대한 허탈감이다. 고욤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성동격서 식으로 살모사를 따돌리는 타잔의 모험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그린 풍경화이면서 느닷없는 낭떠러지에 간 떨어지고 늘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숲의 마술과 진화에 대한 놀라움이다.
『숲의 인문학』은 에세이면서 일기체다. 강원도 사투리겠지만, 보다 내밀하게는 인간이 숲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성어, 의태어들이 날것으로 살아 움직인다. "작벼리에 짐승이 매닥질 친 흔적" "나뭇가지와 줄기들이 에넘느레하게 흩어져 있었다" "무두룩무두룩 한 바퀴를 돌아도"와 같은 구절에서는 가만히 눈을 감게 된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눈을 감고 그려보면 모두 이해되는 게 이 책의 방언이다. 인간의 몸에 내재된 숲의 유전자가 이 책을 읽기 위한 사전인 셈이다. 그리고 저자의 산문이 보여주는 감칠맛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종의 불규칙성의 규칙에서 오는 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