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명작에게 길을 묻다』의 송정림 작가,
이번엔 그 두번째, ‘신화’에게 길을 묻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명작에게 길을 묻다』로 고전 명작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삶의 따스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송정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리스로마신화를 통해 고된 현대인들의 삶에 희망과 위안이 되는 이야기들을 묶어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를 펴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전작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신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지혜들을 건져올려 특유의 따뜻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결코 우리의 삶과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질투하고 후회하고 싸우는 그저 우리네 인간과 똑같은 삶의 한 부분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이 된다. 신화는 그렇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고, 아름다운 예술이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이다.
마음이 고이는 곳에서 삶은 시작되었다
인생의 모퉁이마다 만나는 신화 속 이야기
신은 한쪽 창문을 닫으면 다른 쪽 창문을 열어두신단다.
_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대사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변하지 않고 힘들기만 하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불안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 답답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힐링’을 원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한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한숨만 나온다.
작가 송정림은 고전 명작에 이어 이번엔 신화 속에서, 인생의 모퉁이마다 숨어 있는 물음표들에 필요한 느낌표를 찾아 정리했다. 선배처럼,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50가지 지혜를 이야기하듯 나긋나긋하게 들려준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려다 추락하는 날개가 있다. 미덕이냐 쾌락이냐,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남자가 있다. 미궁에 빠진 남자를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버리는 여자도 있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단결하고 때로는 상심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그 주인공이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때로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인간적인 희로애락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크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시, 소설, 영화, 미술 작품 등에도 스며들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해석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제우스, 아프로디테, 아테나와 같은 신들의 이름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갈림길에 멈춰섰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맬 때, 삶이 힘겨울 때, 많은 사람들은 신화를 들여다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신들은 그런 인간들에게 미궁에 빠졌을 때는 우리처럼 사유하라고, 기쁠 때는 우리처럼 춤추라고, 슬플 때는 우리처럼 울어도 좋다고,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을 때는 우리처럼 사랑하라고, 그렇게 우리의 등을 토닥여준다.
인간의 희로애락과 함께 호흡하는 그리스로마신화
삶, 사랑, 사람…… 신화에게 길을 묻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는 지혜과 희망, 사랑과 이별, 과욕과 상실, 노력과 도전, 행복과 개성 등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총 5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신화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화 속 모든 이야기들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우스와 가이아의 권력 대결에서 탄생한 티폰이라는 괴물은 제우스와의 싸움에서 져 도망을 친다. 이때 티폰이 낳은 괴물 중 하나인 스핑크스는 후에 헤라의 명령으로 테베의 길목에서 나그네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다가 그 문제를 맞힌 오이디푸스 때문에 높은 벽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의 운명 역시 순탄치 못하다. 인간은 신탁이나 예언에 의해 혹은 자신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여기에 스핑크스가 던진 수수께끼의 본질이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오이디푸스는 방랑 끝에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어쩌면 오이디푸스의 인생 자체가 그에 대한 답은 아닐까. 주어진 운명에 따라 우쭐대다가 슬퍼하다가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존재가 인간은 아닐까.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수수께끼는 계속되는 물음표를 낳으며 아직도 진행중이다. 우리는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스핑크스 앞에 선 존재들이다.
_ 본문 35쪽 ‘내 인생의 수수께끼는 내가 풀어야 한다’ 중에서
이 책은 이러한 그리스로마신화 속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신화를 제대로 알고 느끼고 감동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신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것도 아니고 인간이라고 해서 다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그리스로마신화 속에는 어리석은 신도 있고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도 있다. 작가는 이들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또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오만에 대한 신의 경고는 가차 없다. 잔인하다. 벨레로폰에게 있어서 페가소스는 빌린 말이다. 벨레로폰 자신의 것이 아니다. 목적을 이루면 그것을 돌려줬어야 했다. 그러나 돌려주지 않았고 마치 자기 자신의 힘인 양 오만해졌다. 우리 중에 누가 과연 벨레로폰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금 가진 것이 영원한 것인 양 어깨를 세우고 우쭐대는 현대판 벨레로폰들이 참 많다.
_ 본문 231쪽, ‘마음에는 두 마리 늑대가 산다’ 중에서
그 옛날 신들의 세상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단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되는 예는 참 많다. 마키아벨리 역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다. 그래서 즐기기 전에 먼저 노력하는 법을 배웠다.” 마키아벨리는 그렇게 가난했기 때문에 노력하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자신의 분야에서 일인자가 될 수 있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 박사인 강영우 박사는 강연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저는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게 아니라 장애인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런 신체적인 약점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활동할 수 있겠습니까.”
_ 본문 345-346쪽, ‘즐겁게 사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중에서
신들은 때로는 햇살로, 때로는 번개로, 때로는 물결로 등장하고, 동물로 변신해 인간들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신화 속 인간들이 벌을 받아 강으로 변하거나 나무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변한 이들은 고스란히 꽃이나 나무, 별자리의 이름이 된다. 그만큼 신화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때문에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신화를 알고 나면 자연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작품, 그리고 속담 하나까지도 새롭게 읽히고 새롭게 들리며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끝없이 도전하는 젊은이의 패기를 뜻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욕심과 욕망의 참담한 말로를 뜻할 때 쓰인다. 바빌로니아신화 속에서 에타나 왕이 타고 갔던 독수리도, 그리스신화 속에서 이카로스의 등에 달았던 날개도 결국 아주 잠깐 동안 빌린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몸에 달린 자신의 날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빌린 것은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빌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교만해지고, 더 크고 높은 것을 끝없이 추구하다가 몰락하고 만다.
_ 본문 190쪽, ‘빌린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 중에서
이 책은 자칫 단편적일 수도 있는 신화 이야기에 현재의 세태와 여러 문학작품을 접목해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신들도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웃고 춤추고 사유하며, 울고 사랑한다. 그 모습을 보며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삶의 진리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 봄, 어디선가 피어나는 수선화를 보며 자신을 사랑하느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몰랐던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신화를 다시 들여다본다면, 당신의 얼굴을 닮은 신들이 오래된 시간 속에서 걸어나와 말을 건넬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어떤가요.”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