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이야기꾼 서정오 선생님이 6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창작 동화집 『불만 고백』
『불만 고백』은 서정오 선생님이 『언청이 순이』(1995) 『꼭 가요 꼬끼오』(2007) 이후로 6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창작 동화집입니다. 주로 옛이야기를 다시쓰고 그 가치를 들려주는 일을 해온 선생님이니 창작 동화집이 더욱 반갑고 소중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서정오 선생님의 창작동화에는 옛이야기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옛이야기 속에는 변치 않는 세상의 미덕이 살아 있듯, 서정오 선생님의 창작동화 속에는 무한경쟁 시대에도 빛을 발하는 아이들의 착한 마음씨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맑은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힘이 됩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듣는 일은, 공평하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 세상에서, 그 반대쪽에 작고도 큰 추를 실어주는 일이겠지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서정오 선생님의 자연스러운 우리 입말이 만들어낸 넉넉하고도 시원한 이야기는 쉴 틈 없는 공부와 숨 막히는 경쟁에 지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다 함께 지친 어른들의 마음에 위로와 휴식을 안겨줍니다.
오해받는 아이들의 속 깊고 특별한 다섯 가지 자기소개서
이 책에는 자타공인 사고뭉치 창수, 동네 대표 겁쟁이 영도, 마음만큼은 모범생인 용수, 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서기대장 승일이, 착하게 살기를 무한실천 중인 외톨이 무호 등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다섯 아이들의 가지각색 속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1.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 창수의 이야기
창수는 자타공인 말썽쟁이입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도 “또 너냐?”하고 오해받으면 누구라도 억울하지 않겠어요? 나름 노력해서 잘해낸 일에도 선생님은 칭찬은커녕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라고만 합니다. 그런데 창수는 불안합니다. 진짜로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하면 어쩌지요?
2. 겁쟁이도 뿔난다! : 영도의 이야기
영도에게는 십년지기 동무가 있습니다. 바로 영도의 단짝이자 사촌인 영구입니다. 그런데 영도는 영구와 원치 않는 싸움을 해야만 합니다. 무서운 동네 형들이 영도와 영구를 사이에 두고 편을 나눠 싸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영도는 보여줄 것입니다. 겁쟁이 영도에게도 분명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요.
3. 괴물이 떴다 : 용수의 이야기
용수는 거울 속에서 온 얼굴이 시뻘겋고 이마에 큰 뿔이 돋은 괴물을 봅니다. 끔찍하지만, 용수는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굴이 변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별일은 없었습니다. (가는 곳이라곤 학교와 학원뿐이고 하는 일이라곤 시험을 치르고 문제집을 푸는 일뿐인걸요.) 하지만 친구들과 신 나는 시간을 보낼 때만큼은 용수 얼굴에 괴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괴물 얼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4. 나는 두 표 반장 : 승일이의 이야기
승일이는 반장 한번 돼보는 게 소원입니다. 하지만 선거에 나갔다 하면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하는 말이나 듣고 말지요. 하지만 듣는 사람 없이도 꿋꿋이 연설을 마친 어느 아주머니를 만난 후, 풀 죽었던 승일이의 마음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5. 착하게 살기는 힘들어 : 무호의 이야기
어려운 집안 사정과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 때문에 학교와 동네에서 외톨이가 돼버린 무호. 친구들은 슬금슬금 무호를 피하고, 어른들마저 색안경 낀 눈으로 무호를 보곤 합니다. 하지만 무호는 자신을 오해하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무호는 착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합니다. 어딘가에 진심을 알아주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무호는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내 마음을 알아주는 속 시원한 이야기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야기들이니까요. 과열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웃음을 잃어버린 「괴물이 떴다」의 주인공 용수, 친구와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의도치 않은 오해만 사는 승일이의 마음을 그린 「나는 두 표 반장」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친근한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주인공들을 불쌍한 아이로만 그리지 않고 아이가 위기를 여봐란듯이 넘어서는 모습에 초점을 맞춥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이란 말에 상처 받은 창수가 훤하게 밝아 오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희망을 얻고(「해가 동쪽에서 뜬다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주머니가 씩씩하게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모습에 다시 꿈을 갖는 승일이의 모습(「나는 두 표 반장」)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인 모습은 웃음과 짠한 감동을 주는 동시에 편견과 이해타산에 젖은 어른들의 마음보를 꼬집어내기도 하지요. 절망과 상처를 견디는 아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과장되지 않게 짚어나가는 작가의 사려 깊은 마음은 행간마다 머무르며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격려합니다. 이 책의 끝에서, 아이들은 어느새 자기 고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따듯한 긍지의 씨앗을 저마다의 품에 안게 되겠지요. 아이들을 절망 속에 고립시키지 않고 아이들이 제 힘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은 점은 이 책의 큰 미덕입니다.
가지가지 색에 담긴 진짜 마음 이야기
화가 오윤화 선생님의 그림은 노랑, 초록, 빨강, 연두, 분홍 등 각 작품마다 주색을 달리해 보는 이에게 연극 한 막 한 막을 보는 듯한 풍성함을 줍니다. 다양한 구도와 대담한 색감은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과 주인공의 내면세계까지 적확하게 담아내지요.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상상력과 이야기를 파고드는 해석이 돋보이는 그림 속에서 더 깊숙한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힐끗 봐서는 화가 나 있거나 비뚤어져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 마음이 건네는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글이든 그림이든 언뜻 봐서는 그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예쁜 건 누구나 같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