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권은 황석영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
2008년 초판이 출간된 이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자전적 성장소설로,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소외된 인간에 대한 이해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설세계를 가능하게 한 비밀의 시공간을 열어 보인다.
황석영은 이 소설에서 그간 가슴속에 묻어둔 상처를 헤집어 그 시절과 다시 대면한다. 4·19의 현장에서 목격한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자퇴, 방랑, 일용직 노동자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에 이르는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의 경험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인 준과 그의 친구들인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처럼 방황하고 있을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고,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작가가 젊은 시절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기도 할 것이며, 마침내 우리 모두의 젊은 시절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개밥바라기별』은 한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이자 편력시대이다. 한 거장의 예술관과 세계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과 그의 문학의 원형이 생생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도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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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청춘의 한 시절로 왔다. 고교를 자퇴한 뒤 베트남전에 차출되기까지 황석영의 소년 시절이 드디어 소설의 옷을 입게 되었다. 엘리트 인생의 궤도에서 이탈해 황량한 거리를 떠돌며 낯선 세상의 온갖 풍속과 사람들을 껴안고자 애쓰는 이 소년은 그의 문학적 원형이다. 이 원형에 이르러 황석영은 비로소 자기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어머니를 불러낸다. 아들의 원고를 불에 던져넣어버린 어머니, 그러나 결국은 그 아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말한다. 소설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제 팔자를 다 내주는 일이라고. 그래서일까. 『개밥바라기별』은 황석영 소설 중에서도 유독 아프다. 신내림을 받는 무당을 지켜보는 마음이 이럴까. 문득 그의 문학이 이운명의 화려한 발화라는 것을 알겠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개밥바라기별』이 그리는 자아의 탐구는 작가 황석영의 문학연대기를 생생한 체험으로서 담고 있지만, 그것은 어느 한 개인의 특정한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그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던 각자의 청년 시절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그 시절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의 첫 기억들로 충만한 이 서정적인 기록들은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 가 닿는 아득한 모험의 심연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_백지연(문학평론가)
■ 황 석 영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중 단편소설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떠돈다.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며 떠돌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단편소설 「탑塔」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방북하여 귀국하지 못하고 베를린예술원 초청 작가로 독일에 체류했고, 1993년 귀국 후 방북 사건으로 7년 형을 선고받았다가 1998년 사면 석방되었다.
1989년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변혁을 꿈꾸며 투쟁했던 이들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1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사건’을 모티프로 한 장편소설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손님』에서 황석영은 망자들이 가슴에 맺힌 한을 토해내는 ‘넋굿’ 형식을 빌려 과거 리얼리즘의 전면적이고도 풍부한 재구성을 보여주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등이 있다.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오래된 정원』 『객지』 『손님』 『무기의 그늘』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이 번역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