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경험이나 기능 등의 ‘능력’을
당신에게 없는 누군가의 ‘능력’과 교환해드립니다.
방문 바랍니다.
_바쿠리야
길에서 받은 판촉물, 공중화장실에서 주운 광고지, 텔레비전 화면에 스쳐간 자막에서 눈에 들어온 짧고도 기묘한 문구에 이끌려, 홋카이도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바쿠리야’를 찾은 사람들. ‘바꿔주는 가게’라는 뜻의 그곳에서는 내가 가진 능력을 다른 누군가의 능력과 교환할 수 있다. 단, 어떤 능력을 받을지 미리 알 수 없고 일단 교환된 후에는 돌이킬 수 없으니 불평 없이 받아들일 아량을 지닐 것. 비정상적으로 이성의 호감을 사는 능력, 가는 곳마다 악천후를 불러오는 능력, 들어가는 회사마다 망하게 만드는 능력, 사소한 일에도 금방 눈물을 흘리는 능력, 이벤트 당첨 운이 지나치게 좋은 능력 등으로 지금까지 적잖은 고충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은 무엇인지 모를 남의 능력과 무작위 교환을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쓸모없고 번거로운 능력 대신 유용하고 매력적인 능력을 얻을 줄 알았던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아이러니한 결과가 찾아오는데……
악의 없는 이기심이 빚어내는 도시 속 희비극
호러, 미스터리, 드라마를 넘나드는 일곱 색깔 엔터테인먼트!
앞서 국내에 소개된 소설집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NHK 드라마로 제작된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에서는 유령을 주인공으로 한 힐링 판타지를 선보인 이누이 루카는 그에 앞서 올요미모노 신인상 수상작인 「여름 빛」을 비롯한 장르색 짙은 작품들로 이름을 알렸다. 『당신의 능력을 교환해드립니다』는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부터 섬뜩하고 찝찝한 뒷맛을 자아내는 호러 미스터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이누이 루카의 다채로운 매력을 접할 수 있는 연작 소설집이다. 각자 숙명적인 고민거리를 지닌 등장인물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쇠락한 상점가를 찾아가, 정체 모를 액체가 든 유리병이 즐비하고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와 우아한 검은 고양이가 반겨주는 ‘바쿠리야’에 들어선 순간, 독자들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경험을 함께하게 된다.
「달아나고 달아난 끝에」 학창시절부터 주위 여성들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 시달려온 미나미.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부러워할 능력이겠지만 이제 그만 이 운명에서 벗어나, 반강제로 동거중인 요코와도 헤어지고 싶은 마음에 ‘바쿠리야’의 문을 두드린다.
「비가 내린다」 여행이든 견학이든 길을 나서기만 하면 기차가 멈춰 설 정도로 날씨가 궂어지는 탓에 평생 동네를 벗어나본 적 없는 나가이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보는 것이 꿈이다. 어학연수를 가는 직장 후배를 공항에 바래다주고 온 날, 기다리던 능력 교환의식이 이루어진다.
「전부 사랑 때문이야」 직종 불문 들어가는 회사마다 족족 망하게 만드는 능력 대신 동물에게 사랑받는 능력을 얻은 아이카와. 시립 동물원에 사육사로 취직해 꿈에 그리던 안정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닥친 뜻밖의 시련은?
「노리는 대로는」 한때 주목받는 신인 야구선수였으나 성적 부진으로 구단에서 방출당한 기라와 엑스트라를 전전하는 무명 연예인 아카리. 서로의 창창한 앞날을 예상하고 연인이 되었으나 이미 애정이 식은 지 오래인 이들은 ‘바쿠리야’를 통해 인생 역전을 꿈꾼다.
「안녕, 규숀」 어린 시절부터 툭하면 눈물샘이 터져서 ‘규숀(소 오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요시오. 사회생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능력을 교환한 덕에 회사 안팎으로 승승장구하지만, 대신 무언가를 잃게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운이 없지도 않다」 평범한 회사원 노조미는 의도치 않게 사내 커플들의 밀회 장면을 맞닥뜨리거나 고대하던 여행 전날 사고를 당하는 등, 묘하게 타이밍을 못 맞추는 징크스 탓에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연히 광고지를 보고 찾아간 ‘바쿠리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마침 잘 오셨습니다」 당첨운을 타고난 가시와바라는 가는 곳마다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는 데 신물이 난다. 여자친구와 이만 헤어지고 싶지만 데이트 날마다 무언가에 당첨되는 탓에 이별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 누가 봐도 탐낼 만한 이 능력을 교환하러 ‘바쿠리야’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