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다」는 제 만화의 좁았던 표현 영역을 넓혀준 대표적인 작품이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해준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기쁨입니다.”
_에세이 「기억나는 일들」 중에서
■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따뜻하고 애틋한 일상을 그린 코믹 에세이
2017년에 별세한 일본 만화계의 거장 다니구치 지로. 그는 만화가이자 반려인이었다.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는 작가가 별세한 후 출간되었다. 일본 현지와 국내에서 출간된 적 있는 단행본 『개를 기르다』의 에피소드 한 편을 생략하고, 작가가 생전에 만화 잡지에 연재한 단편과 반려동물 잡지에서 공개했던 에세이를 새롭게 수록했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 「개를 기르다」와 두번째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의 제목을 이어서 표제작으로 하였다.
「개를 기르다」는 작가의 반려견이 죽기 전 1년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만화로 발표 당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만화 잡지에 연재할 단편 원고를 의뢰받았을 때, 이런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작가의 의견에 담당 편집자가 힘을 보태었고 그들의 진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만화 속 반려견의 이름은 톰이지만, 작가가 이 원고를 그릴 땐 그의 반려견이었던 사스케를 떠올렸다. 사진을 찍을 때 마음이 담기듯, 함께 지낸 반려동물들을 떠올리며 온 마음을 담아 원고를 그려나갔을 작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에는 모두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고, 동물들과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개를 기르다」는 1991년에 발표한 이야기임에도 어느 한 장면 어색함이 없다. 그림을 만지면 털의 감촉이 느껴질 것 같은 섬세하고 생생한 그림체, 잔잔하고 담담하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내러티브가 건네는 편안함 덕분일 것이다.
작가에게 큰 의미가 있는 만화이기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다시 한번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출간되었으리라― 만화 단행본에는 처음 수록된 에세이 「사스케와 지로」를 읽으면, 그들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함께였기에 행복했던 그들의 시간을 글과 사진으로 전하며 애틋함을 더한다.
반려동물과의 깊고 따뜻한 유대를 담아낸 다니구치 지로의 새로운 만화는 더이상 만날 수 없지만, 절판되었던 그의 귀중한 작품을 다시 만나게 해준 더없이 소중한 책이다. 하늘의 별이 된 거장 다니구치 지로를 그리워할 독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의 죽음도 동물의 죽음도 그 슬픔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사람과 개의 사랑 사이에 단 한 가지 불행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과 개의 수명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어느 애견가는 말했다.
요즘도 가끔 내 꿈에 사스케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_에세이 「사스케와 지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