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하며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문학동네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에 대하여
1.
빛나는 시의 정수를 맛보는 문학동네의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의 7차분 열 권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61번부터 70번까지 최문자, 장옥관, 이사라, 노태맹, 양선희, 이홍섭, 김상미, 함명춘, 류인서, 고찬규 시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길게는 35년 세월을 거슬러 복간되는 이 귀한 시집들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서가와 시사(詩史)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올해 선보이는 문학동네포에지는 만듦새에 변화를 주어 더 가볍고 더 투명한 스타드림 표지 종이로 커버를 한 겹 더 입혔습니다. 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을 지키면서도 정성을 겹으로 두른 방식을 고심한 결과물입니다. 7차분에서는 최문자 시인의 첫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를 61번으로 내세우며 올해 이어갈 포에지의 시작을 알립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여성 시인이 시리즈의 선두에 나선 만큼 숨어 있고 숨겨져 있던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 시대를 앞서 묵묵히 제 시의 발성으로 온몸을 써왔던 여성 시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고 손을 내밀 참이기도 합니다.
2.
이번 7차분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최문자 시인이 1989년 문학세계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를 34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1번으로 복간합니다.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장옥관 시인이 2006년 문예중앙에서 출간한 네번째 시집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를 17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2번으로 복간합니다. 198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이사라 시인이 1988년 문학사상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히브리인의 마을 앞에서』를 35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3번으로 복간합니다. 1990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노태맹 시인이 1995년 세계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유리에 가서 불탄다』를 28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4번으로 복간합니다. 1997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한 양선희 시인이 2001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두번째 시집 『그 인연에 울다』를 22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5번으로 복간합니다. 1990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한 이홍섭 시인이 1998년 문학동네에서 묶었던 첫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을 25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6번으로 복간합니다.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김상미 시인이 1993년 세계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를 30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7번으로 복간합니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함명춘 시인이 1998년 문학동네에서 묶었던 첫 시집 『빛을 찾아나선 나뭇가지』를 25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8번으로 복간합니다. 200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류인서 시인이 2009년 문학동네에서 묶었던 두번째 시집 『여우』를 14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69번으로 복간합니다.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고찬규 시인이 2004년 문학동네에서 묶었던 첫 시집 『숲을 떠메고 간 새들의 푸른 어깨』를 19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0번으로 복간합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 파스텔톤의 열 가지 컬러로 출간됩니다. 해설이 따로 실리지 않는 시집 시리즈, 추천사도 따로 박히지 않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약력과 시인의 자서와 시인의 시로만 꿰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시 가운데 미리 보기로 어떠한가 싶어 고른 한 편의 시를 책 뒷면에 새겼습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시간을 거슬러 찬찬히 행하는 시로의 이 뒤로 걷기를 통해 파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집을 발굴하고, 숨어 있기 좋았던 시집을 골라내며, 책장 밖으로 떨어져 있던 시집을 집어 서가에 다시 꽂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시사를 관통함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시의 독본들을 여러분들에게 친절히 제공해드릴 참입니다. 출발의 본거지는 제각각 달랐으나 도착의 안식처는 모두 한데로, 문학동네포에지 안에서 유연성 다해 섞이고 개연성 있게 엮인 가운데 한 차에 열 권씩 펼친 시의 병풍은 저마다 다양한 개성으로 저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저마다 특별한 사유로 시리즈라는 줄자에서 보다 큼지막한 테두리로 우리를 시라는 리듬 속에 재미 속에 미침 속에 한껏 춤추게 할 것입니다.
포에지(Poesie)는 프랑스어로 ‘시’를 뜻하는 말이지만 크게는 ‘시, 라는 정신, 시, 하는 태도’까지 어떤 정취로 그만의 격으로 느껴지고 보이길 바랐습니다.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현시되는 장을 여는 일이 되기도 할 것”(문학동네포에지 기획의 말)이라는, 우리 스스로 선언한 책임과 의무의 말이 실은 얼마나 큰 무게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올해는 문학동네 3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시인선 200번과 문학동네포에지 100번을 출간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책장에 꽂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시집들을 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