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로스트가 걸어온 10년의 길, 그 마지막 이야기의 시작
개인의 심리를 넘어 사회의 심리를 진단하다!
2011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닥터 프로스트』는 심리학과 상담을 소재로 전문적인 세계를 그린 첫 웹툰이었다. 이종범 작가는 심리학을 전공한 자신의 이력을 포함해 스토리와 심리학 자문은 구하며 탄탄한 취재와 스토리로 여러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과 치유의 과정을 그려냈다. 작품의 초반에는 이제는 많이 알려진 공황장애부터 흔히 앓는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심리적 현상 등, 복잡하고 긴장으로 가득찬 현대 사회의 마음 상태를 조명했다. 감정을 모르는 프로스트 교수와 진심을 다한 상담을 목표하는 윤성아. 두 캐릭터의 합, 입체적인 변화와 전개는 『닥터 프로스트』가 만화로서의 재미까지 고루 갖추며 의의와 작품성을 모두 챙긴 수작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닥터 프로스트』가 걸어온 이력은 화려하다. 연재를 시작한 2011년부터 각종 만화상에 선정, 연재를 마친 2021년 오늘의우리만화상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물이 흔한 지금보다도 앞서 2014년 드라마화로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종범 작가 역시 2012년 TED×Seoul에 한국 웹툰을 알리는 연설자로 초빙, 2013년 프랑스 만화축제 앙굴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에 참여했다.
『닥터 프로스트』는 마지막 네 번째 시즌에 이르러 한층 폭넓고 성숙해진 시선을 보여준다. 개인의 심리를 넘어 사회의 심리를 진단하며 한국 사회에 도래할, 혹은 이미 도래하고 있는 ‘혐오 범죄’를 짚었다. 단순한 편견과 미움이 어떻게 혐오가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다루며 오늘날 필요한 물음을 던졌다. 동시에 감정을 모르던 프로스트 교수는 타인과 함께하며 감정을 되찾고 자신의 어두운 면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한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언정,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다면. 『닥터 프로스트』가 걸어온 10년의 길, 그 마지막 이야기를 함께 걸어가보자.
[추천평]
“첫 삽을 뜬 2011년, 〈닥터 프로스트〉는 전문가의 세계를 진지하게 담은 첫 웹툰이었다. 공들인 취재에 바탕한 흥미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심리학을 풀어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일 테지만 시즌이 이어짐에 따라 모든 것이 진화하고 성과도 배가되었다.
천상원 교수는 ‘모든 상담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걷는 사람들’이라며 어린 백남봉에게 심리학을 공부해보라고 권유했고, 남봉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감정을 모르는 소년 남봉은 심리학 박사 프로스트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걷는 일은 광원을 등에 업을 때 가능하다. 프로스트에게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람이야말로 빛이다. 프로스트는 감정이 없었지만, 타인들과 함께하며 감정을 되찾고,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걸을 수 있게 됐다.
〈닥터 프로스트〉는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10년간 형식과 톤을 바꿔가며, 또 인물을 성장시켜가며 차근차근 걸었다. 시즌4는 개인의 심리만이 아닌 사회 심리까지 겨냥하며 혐오 범죄를 정면으로 다룬다. 개별 시즌의 형식과 온도를 이만큼 달리하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입체적인 캐릭터와 올곧은 메시지의 힘이다. 규모와 형식을 통틀어, 한국 웹툰 사상 가장 깊은 고민과 공부가 투여된 작품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재미있다.”
_조익상 만화평론가 「만화로 보는 세상 - 닥터 프로스트 :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걷는 일」 『주간경향 1513호』 & 2021 올해의합정만화상 특별언급 추천평 중에서
[줄거리]
“미움이란 손잡이 없는 칼날을 쥐는 것.
그 칼날에 손잡이가 달려 마음놓고 휘둘러도 자신은 다치지 않는 것.
혐오란 그런 거지.”
윤성아는 대선을 앞두고 폭탄 테러를 일으킨 범인을 심문해 사건을 신속히 해결한다. 하지만 이번엔 성아의 청소년 내담자였던 지성이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황산 테러를 일으킨다. 성아는 자신이 상담했던 지성이 테러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테러의 공통점과 시발점은 어디인가. 연속된 테러로 혼란스러운 성아의 앞에 나타난 것은 7년 전 종적을 감춘 프로스트 교수.
반가움도 잠시, 성아는 프로스트 교수와 테러 사건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집단을 대상으로 폭발하는 개인의 심연,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는 수상한 움직임. 사태를 진단한 프로스트 교수는 한국 사회에 혐오 범죄 시대가 올 것을 예고하며 성아에게 ‘이 일에 더이상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