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나무공부의 시작!
코로나 대유행 이후 ESG라는 용어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바로 환경, 소셜, 거버넌스의 약자로 이 세 가지가 향후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그중 환경은 전염병과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으로 가장 초미의 관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환경, 환경 노래를 불렀지만 인류 존립의 기로에 서서 심각하게 환경 문제를 모든 이들이 절실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여기서 환경이란 자연 생태계의 다른 말이다. 지구가 원래 갖고 있는 건강한 자연 생태계의 모습, 그 원초적 리듬을 되찾는 것이 이제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 자연생태계의 핵심이 바로 숲이고 숲은 나무와 온갖 동식물들의 조화로 이뤄진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나무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져왔고 이제는 나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사람들이 나무와 숲이 주는 근원적인 치유의 힘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기존의 나무도감과 다른 점!
나무에 대한 책은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고 할 도감 류의 출판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게 우리 출판의 현실이다. 게다가 기존의 나무와 식물도감들은 사진의 크기가 작고 양도 적어 해당 나무의 특징을 전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진과 글이 떨어져 있어 사진을 본 다음에 해당되는 내용을 한참동안 찾아봐야 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라 불편함을 야기해왔다. 또한 용어가 전문적이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명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자연 현장에서 나무를 만나고 공부하는 이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다루는 종수도 너무 적고, 새롭게 들어와 정착한 외래종, 원예종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현실이 그렇고, 사진이나 설명도 개괄적이라서 세세한 부분까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이런 답답함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한 게 바로 이번에 출간된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전8권)이다. 1998년부터 2020년까지 23년 동안 자연 현장을 다니며 나무의 종별로 그 특징을 보여주는 고화질 사진을 150만 장 이상 찍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편집에만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무는 계절마다 모습이 다르고, 날마다 지거나 피기 때문에 한 나무의 모든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진에까지 담아낸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 중에서 4만 장을 골라 1500종의 나무(주로 나무이지만 풀도 포함)를 전체 8권으로 묶어냈다. 이번에 먼저 출간된 1권과 2권에는 총 409종의 나무가 담겨 있다.
사진·편집·설명의 삼차원 혁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무 도감계의 기존 틀을 깨는 일대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그 혁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사진이다. 이 책에서는 나무 종별로 15장이라는 많은 양의 사진을 할애했다. 독자들은 빠진 부분 없이 해당 나무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잎이나 줄기, 열매, 꽃 등의 사진 크기를 기존 도감보다 두 배 정도 키웠다. 나무를 1미터 앞에서 보는 것과 0.5미터 앞에서 보는 것은 그 정보의 질이나 정확성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더 나아가 실제 크기보다 꿀샘이나 씨방처럼 작은 부분은 실제 크기보다 열 배 이상 확대한 고화질 사진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사실 기존 도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저자가 비싼 렌즈로 직접 무릎을 꿇고 촬영하지 않는 이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번 책에서 나무의 사진을 보면서 눈이 시원해짐을 느낄 것이다.
둘째는 편집이다. 기존의 도감들은 사진은 위에 따로 모아놓고, 설명은 책 하단에 따로 모아놓는 편집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불편한 이유는 사진과 글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헷갈리며 끊임없이 찾아가며 매칭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는 사진과 글을 하나의 몸으로 통합시켰다. 예를 들어 소나무라면 2쪽에 걸쳐서 소나무의 전체 모양과 각 부위의 모습을 찍은 사진 15장으로 빈틈없이 채운다.(배열 원칙은 책 앞의 ‘일러두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부위의 설명은 해당 사진 위에 캡션으로 얹어서 한눈에 직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책이라는 정해진 신국판형의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15장 사진을 실을 때 위치를 지정해서 열매면 열매, 잎이면 잎이 매번 똑같은 위치에서 반복되게 했다. 즉, 독자는 저자가 정해놓은 순서대로 나무의 각 부위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반복해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무 공부도 공부인 만큼 반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반영된 편집이다.
셋째는 설명이다. 저자는 어려운 한자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식물용어들을 최대한 우리말로 풀어쓴 용어로 바꾸었다. 가령 유이화서柔夷花序는 ‘꼬리꽃차례’, 실편實片은 ‘솔방울조각’ 등의 우리말 표현으로 바꿔줌으로써 독자가 읽다가 막히는 일이 없게 했으며, 기존의 한자용어는 옆에 병기하거나 뒤쪽의 용어사전에 실어줌으로써 독자가 과거와 현재의 용어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살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씨앗의 경우 어디가 날개이고, 어디가 씨앗인지, 잎의 숨구멍줄은 무엇인지, 잎의 갈라진 부분, 겨울눈의 위치 등을 모두 화살표로 명료하게 짚어줌으로써 독자가 헷갈리지 않게 최대한 배려했다.
각 종별 15장 사진의 배열 원칙
00 종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 사진.
01 꽃차례花序 전체 모습.
02 홑성꽃單性花일 때 암꽃의 모습.
03 홑성꽃일 때 수꽃의 모습.
04 암술이나 수술, 꽃받침 등 종의 특징을 나타내는 꽃의 특정 부분을 확대.
05 잎 표면(위)과 잎 뒷면.
06 잎자루葉柄나 턱잎托葉의 모습.
07 겹잎複葉을 이루는 작은 잎小葉 하나 또는 홑잎單葉 하나.
08 잎차례葉序, 작은 잎이 모두 모여 이루는 전체 겹잎의 모습.
09 열매가 달리는 열매차례果序의 전체 모습.
10 열매 하나하나의 모습.
11 씨앗種子.
12 잎의 톱니, 잎맥葉脈, 줄기의 가시, 꽃받침, 겨울눈冬芽 등 그 나무만의 특징적인 모습.
13 햇가지新年枝 또는 어린 가지에 난 털이나 겨울눈.
14 나무껍질樹皮과 함께 나무의 높이 등 형태상의 특징.
수록종과 분류 체계
이 책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나무는 물론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원예종, 선인장과 다육식물까지 총 1500여 종을 수록해 국내 도감 중 가장 많은 수종을 다루고 있다. 특히 원예종 중에서도 야생에서 얼어 죽지 않고 월동하는 나무들을 포함해 공원이나 수목원, 온실 또는 실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들까지 모두 수록하려고 노력했다. 그 가운데는 기존의 나무도감에서 찾아볼 수 없던, 이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종도 더러 있다. 나무는 우선 크게 일반 수종과 다육으로 나눈 다음, 다시 과별로 묶어 배열했다. 같은 과에서도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종끼리 모아 가급적 비교·검토하기 쉽도록 배치했다.
각 나무는 과명을 먼저 적은 뒤 찾아보기 쉽도록 번호를 붙이고, 국명과 이명(괄호 표시), 학명을 묶어서 적었다. 학명과 국명은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따랐으며, 여기에 없는 이름은 북미식물군, 중국식물지FOC, 일본식물지 등을 두루 참고했다.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국가표준식물목록을 기본으로 ‘RSChoi 선인장정원’을 참조해 정리했다.
- 국가표준식물목록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 북미식물군Flora of North America http://www.efloras.org
용어의 사용
글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끔 가능하면 쉬운 우리말로 풀어썼다. 전문용어를 쓸 때는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에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함께 표시했다. 학자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때는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는 용어를 선택했다. 또 한자어 등 다른 이름으로도 자주 쓰이는 말은 제1권 부록에 용어사전을 따로 실어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용어사전의 양이 많아 제2권부터는 싣지 못했다.) 용어사전은 국립수목원의 ‘식물용어사전’과 농촌진흥청의 ‘농업용어사전’, 『우리나라 자원식물』(강병화, 한국학술정보, 2012) 등을 참고했다. 용어사전을 먼저 익힌 뒤 도감을 읽어나가면 시간을 좀 더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립수목원 식물용어사전 http://www.nature.go.kr/
- 농촌진흥청 농업용어사전 http://lib.rda.go.kr/newlib/dictN/dictSearch.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