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진정한 모습은……
마치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참교육자. 진정한 스승의 표상처럼 여겨지던 교육자 쓰보이 세이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장례식장에는 제자들을 비롯해 많은 수의 조문객이 찾아온다. 친자식만큼이나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에게도 열과 성을 다하던 그의 생전 모습을 조문객들은 슬픔을 억누르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완벽한 교육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학생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쓰보이의 딸 하루미, 쓰보이의 제자이자 하루미의 동급생으로, 쓰보이의 가르침 덕에 제대로 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던 사이키, 쓰보이의 동료 교사로 그와 정반대의 교육관을 가지고 있지만 제법 친분을 유지하던 네기시, 쓰보이 옆집에 살면서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주부 고무라, 쓰보이의 제자이자 그가 운영하던 연립주택의 세입자로 학창 시절이나 졸업한 이후나 쓰보이에게 신세를 졌던 아유카와, 역시 연립주택의 세입자로 무명 개그맨인 데라시마 등, 가까웠던 조문객들의 과거 회상을 통해 그가 숨겨왔던 다양한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연의 일치로 치부했던, 혹은 그동안 몰랐던 사소한 연결점이 밝혀지면서, 쓰보이는 이내 교활한 이중인격자, 태연한 사이코패스, 냉혹한 살인마로 변모한다. 한번 뻗어나간 생각의 가지는 확장되어 걷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영락없는 참교육자였던 쓰보이의 지난 모습들이 살인마의 모습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었다고 생각하면, 평소의 한없이 자상했던 모습만큼 충격은 배가된다. 과연 그는 진정 살인마인 것일까?
●한계점을 알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후지사키 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이다.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요양사 자격을 취득하는가 하면,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을 집필해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여 작가 데뷔를 이루어냈다. 『신의 숨겨진 얼굴』이 바로 그 작품이다. 사람의 이미지는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각도로 변화한다. 작가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장례식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일곱 명의 화자의 입을 빌려 고인인 쓰보이 세이조의 이미지를 쌓아 올렸다가 무너뜨리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이제는 운명을 달리해 어떤 주장에도 반박할 수 없는 고인이기에, 조문객들의 주장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한계점을 모르고 내달린다. 이들이 겪은 생생한 추억들은 이중 삼중의 반전을 선사하며 마지막에는 경악할 만한 진상을 쏟아낸다. 복선과 반전의 진수를 선사했던 『살의의 대담』처럼 『신의 숨겨진 얼굴』 역시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복선과, 차근차근 쌓아 올려진 이야기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반전들이 일품이다. 또한 자신의 독특한 이력을 『살의의 대담』에서 십분 활용했던 것처럼, 무명 개그맨으로 등장하는 데라시마 유라는 인물을 통해 실제 무명 개그맨의 일상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인위적인 재미와 희열은 후지사키 쇼를 여타의 미스터리 작가들과 구분시킨다. 작정하고 철저히 흥미 본위의 엔터테인먼트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로서, 『신의 숨겨진 얼굴』과 『살의의 대담』을 통해 후지사키 쇼는 벌써 작품 활동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