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식물, 반려식물로 거듭나다
‘식물멍(식물을 바라보며 생각을 비우는 행위)’이 유행하면서, 인터넷에서는 ‘초보 식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르는 데에서 유래한 단어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가리킨다)’에게 이런저런 실내식물을 추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키우기 쉬운 식물로 꼽히는 작물은 그 조상이 아주 먼 곳의 열대지방에서 서식했던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물들은 어떤 계기로 우리집 안방에서 전자파 차단 식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처럼 이제 소품을 넘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잡은 실내식물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기쁨, 실내식물을 둘러싼 기술의 발전, 실내식물 육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식물들이 더욱 애틋해질지도 모른다.
실내식물의 다양화는 원예 기술의 진화로 인해 가능했고 새로운 식물분자생물학 기술의 영향을 점차 많이 받을 것이다. 가장 신나는 부분은 수직 정원이나 안팎이 모두 식물로 덮인 건물에서 볼 수 있듯이, 실내식물이 단일 표본에서 풍경으로 진화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도시 바이옴의 식물학이다. _37쪽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생명체
이 책은 실내식물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인간의 삶의 터전과 생활방식의 변화, 문화의 발전, 인간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자연과의 공진화, 환경파괴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선명한 삽화로 독자의 시선을 끌며 익숙하고도 낯선 식물을 통해 우리가 실내식물이라고 이름 붙인 존재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한다. 이끼나 조류를 활용하여 건물의 외벽을 덮거나 하수와 공기의 정화에 광합성 조류를 활용하는 등 실내식물은 점차 생활공간 그 자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식물이 지붕과 벽으로, 집이 화분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삶의 터전과 생활방식은 다방면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야생식물의 멸종이나 환경오염, 기후재앙 등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식물을 인류의 반려로 삼아야 할 이유다.
우리는 집안의 창턱이나 상업 양묘장에서 길러지는 식물들을 이용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의 야생 개체군을 재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실내식물은 클론 형태 혹은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되므로, 특정 종이나 품종의 모든 식물이 유전적으로 동일할 수 있고 과도한 선별을 거친 탓에 야생에서의 생존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내식물이 환경보전에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간접적인 경로가 있다. 우리는 실내식물을 사랑하고 그것은 야생의 생물다양성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이다. _193쪽
실내식물의 역사부터 전망까지
저자는 첫 문장에서 이 책이 ‘실내식물에 관한 “탐험서”’라고 밝히며, 실내식물의 역사가 우리의 생활방식이 변해온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론에서는 오늘날 실내식물의 입지와 실내식물 시장의 규모에 대해 소개하며, 실내식물이 지난 몇백 년간 지역적인 비주류 작물에서 세계적인 수출입품으로 거듭났음을 짚는다. 첫번째 장에서는 ‘이국적’인 열대식물이 세계 곳곳의 실내환경으로 그 서식지를 넓혀나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에서는 지금의 실내식물을 있게 한 육종가들의 연구와 기술의 발전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식물을 실내로 들임으로써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내식물은 인간에게 화학적,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선조의 유산이나 친구의 선물, 나아가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4장에 등장하는 워디언 케이스는 빅토리아시대에 큰 인기를 끈 유리 장식품의 연장선 위에 있는 발명품으로, 인류가 실내에 작은 생태계의 싹을 틔우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고 오늘날 식물을 활용한 실내조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5장에서는 식물과 인류의 공진화를 다룬다. 저자는 유전학과 건축학의 절묘한 만남을 통해 독자가 앞으로의 인류와 식물의 모습을 더욱 유기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무분별한 채집과 육종, 수출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종과 생태계 파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이 책의 결론부에서 앞으로 실내식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우려해야 할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이 방대하고도 집약적인 탐험서를 마무리한다.
식물 생산은 과거에는 한 지역의 단일 양묘장에서 모종이나 꺾꽂이묘를 시장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값싼 노동력과 따뜻한 생육환경을 따라 이동하는 글로벌 생산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세계화의 경제적 기회를 지속가능성, 형평성,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 분야의 탄소 배출 허용량에 맞춰 시급히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_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