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일으키는
곽곽 선생의 짜릿한 모험 활극
이 작품은 환상의 제국을 그려내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빚어내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곽경훈 작가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가상의 나라 쥬와 와 카락을 배경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암울한 현실에서 무엇을 위해 피바람을 일으키고 꿈꾸는 이상사회가 무엇인지 고뇌하는 한 인물의 모험 이야기를 담아낸다. 첫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가의 풍부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밀도 높게 촘촘히 짜인 이야기는 왕의 밀정으로 태어나 밀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암행총관 곽곽 선생의 박진감 넘치는 짜릿한 모험 활극의 매력을 전한다.
또한 작가는 디테일한 인물 묘사를 통해 다층적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낸다. 부조리한 제도와 사회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보여주는 서사는 곽곽 선생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피바람을 일으키고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바뀌지 않는 암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닌 곽곽 선생이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곽곽 선생이라 들어보았는가?
그게 날세.”
보통 남자보다 머리 하나쯤 큰 키에 어깨가 벌어진 탄탄한 체격을 지녔고 특히 쌀 한 섬을 가볍게 지탱할 만큼 허벅지가 튼실했다. 찢어진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콧날은 오뚝했고 입술은 얇았으며 피부는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또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괴물. 겉으로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듯해도 정교하게 계산된 함정을 숨겨놓는 주도면밀한 인물. 그가 바로 쥬의 암행총관 곽곽 선생이었다.
왜 그는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일 수밖에 없는가
곽곽 선생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아버지 곽현이 왕의 목숨을 살려주고 하사받은 암행총관의 직위와 철권은 그의 장자 곽곽 선생에게도 이어졌다. 그렇게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왕의 사냥개로 살다가 왕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암행총관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고 암행총관의 임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왕정복고를 이루고 권력을 잡은 위선자로 가득한 백색당을 처단하는 것이 곽곽 선생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열교를 믿는 백색당은 내수교를 믿는 곽곽 선생을 싫어했고 한때 과두제로 나라를 다스렸던 흑색당의 평현 곽씨 자체를 경계했다. 곽곽 선생은 암행총관으로 백색당의 일탈을 처벌하고 부패를 척결할수록 국왕의 힘과 권위도 커졌다. 백색당의 우두머리는 국왕이었으며 그들이 내세우는 신념의 본질과도 같아 곽곽 선생이 백색당을 처단할수록 백색당 정권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도 곽곽 선생은 부조리한 사회를 변혁하고자 피바람을 일으키며 통쾌하고 짜릿한 모험을 펼친다.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 이야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이루어진 쥬. 흑색당의 과두제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를 이룬 백색당이 통치하는 나라. 신분제도가 엄격했으며 농업을 근본으로 삼아 쇄국정책으로 문호를 폐쇄한 나라. 국왕을 대신하여 대리청정하고 있는 왕세자는 백색당 구파를 몰아내고 신파와 협력하여 권력 장악을 꿈꾼다. 그리하여 색목인을 이용하여 새로운 군대를 육성하고자 은산군을 수장으로 한 사절단은 곽곽 선생을 필두로 조근, 칼잡이 후야와 함께 길을 떠난다.
암도에 도착한 사절단 일행은 인신매매 조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와 거래되는 쥬의 백성들을 목격하고 쥬의 안전과 백성들을 위해 은밀히 상군부의 상군과 혈교의 주교를 만나 거래한다. 곽곽 선생은 고민 끝에 상군을 선택하지만 괴물의 눈빛을 띤 상군을 알현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왜 상군을 선택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