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나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아무래도 펑펑 운 것 같았지요.
계단을 달려 내려가니 엄마가 나를 꼬옥 안으며 말했습니다.
“듀크가 아팠다는 거, 알지?”
듀크가 누구냐면, 크고 멋지고 웃기고 완벽한 우리 집 슈퍼고양이예요.
우리 모두 그런 듀크를 슈퍼사랑해요. 그런데 오늘 아침, 듀크가 보이지 않아요.
“엄마... 듀크 어딨어?”
“듀크는... 떠났어.”
우리 듀크가 대체 어디로 갔다는 걸까요?
듀크, 어딨어? 죽음의 뒤를 쫓아 떠나는 여행
이 책을 쓴 에밀리 보레는 네 살배기 아들에게 반려묘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함께 해 오고 있는 파트너 뱅상과 함께 두 번째 그림책을 만들었다.
잠에서 깬 아이는 울고 있는 엄마를 보며 오늘이 여느 날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불길한 예감으로 ‘듀크가 어디 갔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시선을 피하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듀크의 죽음 언저리를 빙빙 도는 대화를 나누며 엄마와 아이는 듀크의 뒤를 따라나선다. 하늘 위로 또 땅속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도무지 가늠할 수도, 도착할 수도 없는 세계로.
상실을 그대로 마주하고 충분히 슬퍼할 때 가능한 가장 현명한 애도
아이는 듀크가 구름 너머로, 아니면 땅속으로,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이 손을 붙잡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내달리고, 점프하고, 쉼 없이 말을 쏟아내던 엄마는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냐’는 아이의 외침에 그제야 멈추어 선다. 그리고 “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차라리 이야기를 지어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던 스스로의 마음과 마주한다. 엄마의 고백을 가만히 듣던 아이는 문득 자기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듀크가 어디서 출발해, 어디를 지나서, 결국 어디에 당도했는지. 애써 외면했던 죽음과 상실의 세계를 직면하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 여행의 종착지는 먼 곳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 우리 마음속이었다는 것을. 언제고 꺼내어 감각할 수 있는, 몸과 마음에 남은 서로에 대한 기억과 감촉. 뒤쫓았던 미지의 길은 사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사랑의 자국이라고.
죽음에 대해 돌려 말하거나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히 그린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가장 현명한 애도의 방식을 산뜻하게 전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죽음과 사랑하는 존재의 부재를 이겨 낼 방법은 오직 하나,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사랑을 되새기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영원히 함께라는 것, 곁을 맴도는 낙엽과 같이
그림 작가 뱅상은 주로 일간지에 만평을 실어 온 자신의 주특기를 그림책이라는 장르 안으로 옮겨 와 독특한 표현을 펼친다.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스위스 프랑스어권 최고의 만화책에 시상되는 상인 ‘2023 스위스 들레몽 베데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장된 캐리커처 스타일의 그림은 마치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앞에서 종종 웃음을 터뜨리거나 분노하거나 무력해지는 우리의 감정선과 닮았다. 뱅상의 만화적인 동작 묘사와 과감한 구도의 그림은 언뜻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컷 분할과 줌인을 활용해 순간순간의 섬세한 감정의 레이어를 고스란히 포착한다. 또 인물들을 제외하고 흑백으로 처리된 세계는 손바닥 뒤집듯 맞닿아 있는 죽음과 삶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겹쳐 보여 준다. 아침 내내 가족들 곁을 찬찬히 맴돌고 있던 낙엽처럼, 듀크는 여전히 그곳에 있으며, 영원히 함께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