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가 꿈인 어리숙한 아빠와
영악하고 버릇없는 초등학생 아들이 펼치는
마츠모토 타이요식 하드보일드 동화!
현대 사회는 ‘꿈’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 즉 자신의 가능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 시대다. 아울러 ‘공부’만이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나 다름없는 세상이 되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타입인 모범생 아들 시게오는 ‘꿈’을 잃어버리고 모든 것을 ‘이성’으로만 판단하기를 강요당하는 현대인의 전형. 반면에 ‘중요한 것은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하나오는 현대인들에게 잊혀왔던 ‘꿈에 대한 향수’를 되돌려주려 한다.
영악하고 버릇없는 초등학생 아들 시게오가 나이 서른에 프로야구 선수가 꿈인 어리숙한 아빠 하나오와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그리고 마음의 변화. 마츠모토 타이요는 가장 대중적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에서도 그의 작품 세계에 있어 공통적인 주제,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을 잊지 않고 심어놓았다. 아들 같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같은 아들이 등장하는 이 평범하지 않은 동화야말로 아들 시게오의 말버릇처럼 ‘하드보일드’한 동화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부터 『원피스』 오다 에이치로까지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
마츠모토 타이요는 『Sunny』 『핑퐁』 등 섬세하고 개성 있는 필치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독창적이고 흡입력 있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만화가다. 이로 인해 ‘만화가들의 만화가’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만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가이기도 하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여러 차례 마츠모토 타이요에게 ‘천재’ 만화가라 존경을 표한 바 있고, 봉준호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그를 좋아하는 만화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츠모토 타이요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는 만화 독자와 예술가를 막론하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하나오』에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전 작품에 흐르고 있는 주제인 이면성, 그리고 연속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인 이면성은 대립이 아닌 상존을 위한 요소다. 등장인물인 하나오―시게오 부자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작품의 도입부에서는 이 상존 관계, 즉 균형이 붕괴하지만 종극에는 그 균형이 복귀―서로를 인정하고 살아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맺어진다. 아이의 성장, 그리고 어른의 성장을 동시에 그려낸 수작 『하나오』. 마츠모토 타이요 입문작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 추천의 말
컷마다 구석구석 웅크리며 키득대는 그의 농담을 찾다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동화가 되고 그림은 부담 없는 낙서가 된다. 아들이 있는 아버지들의 로망… 그것은 피를 나눈 수컷끼리의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이며,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일 따위를 애초부터 거부했던 피터팬의 흔적이기도 하다.
진화하지 않는 아버지 하나오와, 진화하고 있는 아들 시게오의 ‘살냄새 폴폴 나는 낙서화.’
_강도하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