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조남현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한국 현대문학사상 탐구』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 현대소설 연구』 『한국 현대문학사상 연구』 『한국 현대소설유형론 연구』 『한국 현대문학사상 논구』 등 한국소설연구에서 주목할 성과를 보여온 저자의 이 책은 최근 이삼 년간 발표한 글들 가운데서 학술논문의 성격이 강한 것을 추려 묶은 것이다. "다수의 일반독자들보다는 소수의 동학들로부터 반응을 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조남현 교수의 『한국 현대문학사상 탐구』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한국 근대소설의 근원을 찾는 작업으로, 「한국 근대소설 형성과정과 작가의 초상」「한국 현대소설의 현실 대응방법」 등이 이에 속한다. 해방 이전 한국문학의 영역확대를 위해 박승극이란 문인을 재조명했으며 해방 이후 한국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준 실존주의의 수용양상도 살펴보았다.
또 근현대소설에 사용된 한국어 어휘에 대한 고찰에 힘을 기울였다. 채만식, 현진건, 한설야, 염상섭, 이문구 등 국어 사용능력이 남다른 작가의 작품을 꼼꼼히 분석하여 이들이 사용한 국어 어휘들을 정리·분석했다.
다음으로는 오늘의 한국소설과 그 연구·교육을 둘러싼 문제에 관한 진지한 접근이다. 한국문학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여 위기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도는 문학계를 점검하였고, 순수·참여 논쟁과 대중소설 문제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문제제기는 우리 소설교육의 현실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소설교육의 정향(定向)과 대중소설의 문제」에서 일생에 걸친 독서의 길을 잡아주어야 할 학교에서의 소설교육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가, 무엇이 문제이며 걸림돌인가를 짚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소설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지만 어떠한 소설을 교육시켜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통일된 의견을 모으기가 결코 쉽지 않다. 구체적인 소설 독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어떠한 소설을 뽑아서 읽히느냐가 선결과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소설교육을 받은 내용과 수준에 머물고 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에 (……) 쉬운 소설, 재미있는 소설, 저급의 소설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면 소설교육의 증심을 고전교육에 두는 태도는 소설교육의 이상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교육의 정향(定向)과 대중소설의 문제」 중에서
또한 저자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한국 현대문학 연구가 처한 위상을 가늠한다. 양/질, 한국/현대/소설, 학문/비평, 분석/해석, 문학이론/철학이론, 기초 확립/선별 직핍, 과학자/이데올로그, 실증주의 필수론/선택론이라는, 한국 현대문학 연구에서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시 한번 연구자들의 자세를 일깨우고 있다.
이 책에 대하여
해설비평과 대입비평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오늘의 평단 풍토에서 학구적인 비평 내지 문학연구의 위상을 견지하고 있는 저자의 한국소설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심이 역연하다. 근대소설의 형성·외국문학의 수용·소설연구방법문제와 표현미학·원형·북한소설론 등 그의 시선은 다양하고 현란하다. 방법론보다는 실증적 고찰에 더 역점을 두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진지한 한국소설연구작업에서 거둔 값진 이삭줍기로 평가된다. 이재선(문학평론가·서강대 교수)
본 저서는 한국 현대소설이 안고 있는 쟁점들을 날카로운 시점으로 파헤쳐 그 지향처를 밝혀낸 비평의 진단서(診斷書)이다. 여기에는 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 사상적 배경, 월북 작가문제, 문학 위기 대처 방안, 문학어로서 국어에 대한 인식 등 우리 학계와 평단이 풀어야 할 숙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학자로서의 성실성과 비평가로서의 통찰력, 이 두 가지를 겸비한 저자는 자료에 대한 철저한 검증, 치밀한 작품 분석, 투철한 문학사 의식을 한가지로 아울어 근래에 보기 힘든 이 같은 노작을 펴내었다. 오세영(시인·서울대 교수)
중진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조남현 교수는 작가의 언어와 의식세계의 상관관계, 대중문학과 문학교육, 그리고 외국이론 수용 문제 등 문학계의 중요한 현안들을 다룬 책을 펴냄으로써 한국 현대문학사상 연구를 위한 폭넓고 새로운 길을 열었다. 문학의 위기 의식과, 문학이 어떻게 현실과 이념에 대응해왔는가에 대한 조교수의 독창적 안목과 탁월한 성찰은 이 방황의 시대에 길 잃은 문학인들을 위한 든든한 안내성좌가 된다. 진실이 흐려지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 책을 읽는 즐거움도 바로 거기에 있다. 김성곤(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문학의 위기 의식과, 문학이 어떻게 현실과 이념에 대응해왔는가에 대한 조남현교수의 독창적 안목과 탁월한 성찰은 이 방황의 시대에 길 잃은 문학인들을 위한 든든한 안내성좌가 된다. 진실이 흐려지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 책을 읽는 즐거움도 바로 거기에 있다. 김성곤(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