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류보선씨(군산대 국문과 교수)의 『경이로운 차이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등단한 지 10여 년 만에 처음 내는 평론집이다.
나의 제일 중요한 관심사는 차이의 의미를 발견하고 차이를 발견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존재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책의 제목을 경이로운 차이들이라고 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나에게 차이의 경이로움을 알려준 작가, 작품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 한계를 고백하는 고해성사이기도 하다. 또한 앞으로는 같아 보이는 사이의 차이와 달라 보이는 것의 동질성을 밝혀내고 더 나아가 어떤 개념 혹은 계보의 형성 장면에 입회하겠다는 출사표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나의 영혼을. 즉 여러 개의 나로 분열된 그 상태를. ―책머리에 중에서
저자는 문학의 죽음이라는 풍문(風聞)이 가져다준 절망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주변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부터라고 고백하면서, 거대담론에 가려 보이지 않았거나 들리지 않았던 "미세한 표정과 중얼거림들, 힘겨운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또, 권위주의적 담론과 개인의 삶, 중심부와 주변부, 남성과 여성,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의미화하는 것은 기존의 진리체계를 전복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경이로운 차이들』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희망과 절망의 이상한 가역반응은 90년대 문학에 대한 주제론이다.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두 개의 성장과 그 의미―『외딴방』과 『새의 선물』」은 제47회 현대문학상 평론 부문 수상작으로, 거대담론의 몰락이 성장소설의 새로운 가능성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있다.
제2부 전환기적 현실과 작가의 운명은 작가론으로 박상우, 한창훈, 성석제, 채영주, 양귀자 등 90년대의 문제적 작가들에 대한 면밀한 접근을 시도하였다.
제3부 세기말의 서사 풍경은 우리 소설의 현장에서 발표 당시의 작품을 생생하게 읽어낸 작품론 및 작품에 대한 리뷰이다.
제4부 차이의 발견, 혹은 한국문학의 원천은 남다른 한국근대사로 인한 한국 근대문학사의 특수성에 대해 고민한 자취이다.
이 책에 대하여
류보선의 비평은 만연스럽다. 작품을 읽어내는 방식이 우회적이어서 마치 밖으로부터 감싸안는 듯하다. 이 우회는 풍부한 그의 문학사적 안목을 따를 때도 있고 리얼리즘이라는 방법론의 천착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통과제의로 인해 어느덧 그의 비평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맥락 속에 놓이거나, 작품의 시야를 넘어서는 철학적 지평을 제공하기도 한다. -서경석(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출발점을 지나자마자 그것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류보선은 아니다. 그는 출발점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 속한다. 그에게 비평이란 한없이 주춤거리고 또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더듬더듬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궁극적으로 시간과의 대결이다. 류보선 비평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이 대화하는 모색의 장이라면 그것은 대부분 이 여정 덕분이다. 마침내 그는 시간의 승리자가 되었다. -신수정(문학평론가)
「두 개의 성장과 그 의미」가 당대의 문학을 유연하게 읽으면서 문학과 현실 전체에 대한 조망을 잃지 아니하려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노력은 모범적인 것이다. -김우창(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현대문학상 심사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