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랑 받는 마녀 이야기의 매력
오즈의 마법사 이후로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의 대결은 계속돼 왔다. 그만큼 마녀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싫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야기 원단이다. 늘 그렇듯 착한 마녀는 예쁜 얼굴에 아이들 사랑을 거머쥐고 나쁜 마녀를 골탕먹인다. 반면에 심술궂은 마녀는 고약하게 생긴 데다(가끔은 덤으로 사마귀가 붙는다) 아이들 미움을 독차지하고 착한 마녀가 휘두르는 지팡이에 번번이 무릎을 꿇는다. 뻔하다면 뻔하고 시시하다면 시시한 이야기이다. 그래도 수리수리 마하수리 하나로 호박이 황금 마차로 변하고 고기 비늘이 두 다리로 쭉 뻗는데 누가 마법의 매력을 거부할 수 있을까? 먹기 싫은 반찬을 사탕으로, 듣기 싫은 잔소리를 달콤한 칭찬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꿈만으로도 아이들은 마법을 사랑한다. 현실을 뒤엎고 행복한 환상의 세계로 이끌 수 있는 마법, 아이들 모두 마녀가 휘두르는 지팡이에 쏙 빨려들고 마는 이유다. 그래서 마법은 늘 사랑 받는 소재가 아닐까?
『호호 마녀와 낄낄 마녀』도 예외는 아니다. 자, 그럼 호호 마녀 앨리스와 낄낄 마녀 그레타는 어떤 마법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이 책만의 특별한 매력은 바로 부메랑 마법
옛날 옛날로 시작하는 『호호 마녀와 낄낄 마녀』는 마녀 이야기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짠하고 나타나 구해 주는 착한 마녀가 있는가 하면 눈만 뜨면 남을 골려줄 생각으로 가득 찬 못된 마녀가 있다. 고깔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지팡이를 휘두르는 고전적인 모습까지 여느 마녀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앨리스와 그레타에겐 특별한 주문이 있다. 바로 부메랑 마법! 네가 외운 주문 네가 부린 마술은 곧바로 너에게 돌아간다! 주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은 결국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철학이 담긴 듯한 근엄한 목소리다. 결국엔 그레타가 앨리스에게 당하는 것도 바로 이 부메랑 마법 때문이다.
그럼 왜 그레타는 앨리스에게 당해야 하는 걸까? 앨리스와 그레타는 같은 마법학교에서 똑같은 주문, 똑같은 저주, 똑같은 묘약 제조법을 배웠지만 정작 마법을 어디에 쓸 건지 만큼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앨리스는 강아지를 잃어버린 아이에게 강아지를 찾아주고 파도를 일으켜 모래사장에서 꼼짝 못 하는 배를 실어 나르는 친절한 마법사다. 반면 그레타는 축구 시합을 하는 운동장에 나타나 축구공을 몽땅 사라지게 하고 파도를 일으켜 아이들이 기껏 쌓아올린 모래성을 무너뜨린다. 한마디로 그레타가 못된 짓을 벌일 궁리만 한 대가다.
이 특별한 부메랑 마법은 마지막 반전을 선물한다. 그레타가 끈적끈적한 솜사탕 속에 앨리스를 가둬 버리려던 주문이 결국엔 그레타를 묶어 버린다. 제가 친 덫에 자기가 걸린 셈이다. 솜사탕 세례를 받고 머리카락이 메두사처럼 변해서 불평하는 그레타의 얼굴은 그래서 더욱 고소하게 느껴진다.
두 마녀의 상반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한 삽화가의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앨리스와 그레타의 빗자루 주행법은 순전히 삽화가의 유머감각에서 나왔다. 앨리스가 빗자루 위에 똑바로 올라탄 반면 그레타는 빗자루에 거꾸로 매달려 공중을 휘젓고 다닌다. 행동 묘사뿐만 아니라 빛으로도 앨리스의 밝은 세계와 그레타의 세계를 표현해 놓았다. 앨리스가 좋아하는 분홍빛과 그레타가 좋아하는 초록빛은 두 마녀의 배경 화면이다. 마법을 소재로 환상적이고 풍부한 색감의 삽화, 선과 악의 대결을 깔끔하게 그려 낸 재미있는 스토리는 여름 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린이 시드 무어
조지아 대학에서 시각 예술을 전공하고 신문, 잡지, 연극 및 전시 포스터, 광고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광고협회의 에디 광고상을 여러 번 받았으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레타의 복수』 『앨리스와 그레타의 색깔 마법』『보름달 안에 뭐가 들었지? 』등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이수은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늘 궁금한 것이 많아 어머니를 무척 귀찮게 했답니다. 여러 가지 물고기와 북극곰이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하고, 언젠가는 돌고래와 고구마와 참새와 별이 나오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