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듯 투자하라!
일본의 10년 불황을 이겨낸 화제의 펀드매니저
사와카미의 농경형 장기투자법
“파생금융상품이나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자를 ‘수렵형 투자’라고 한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기투자는 ‘농경형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장기투자는 수렵형 투자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시간의 에너지와 소박한 수고가 쌓여 몇 번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사와카미 사장은 장기투자를 농사에 비유합니다. 파생금융상품이나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자를 ‘수렵형 투자’로, 장기투자는 ‘농경형 투자’로 표현합니다. 장기투자에는 수렵형 투자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좋은 씨를 뿌려 잘 가꾸어 꽃이 피고 결실을 맺을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 속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
이제는 장기투자다 - 시장의 침체가 투자의 기회
이 책에서 저자는 경기 불황과 주가 폭락이 투자 기회임을 강조하면서 주식시장이 침체되어 있을 때 장기투자가 얼마나 효과적인 투자법인지를 1982년부터 2000년까지 15배의 상승을 경험한 미국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쌍둥이 적자의 절망적 경제 상태’ ‘괴멸하는 제조업’ ‘거대한 이류국가’ 등으로 표현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던 미국 경제가 회복 기조에 들어선 것이 1992년부터. 그런데 경제회복기라 할 수 있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의 주가 상승폭은 3.4배에 불과했다. 그러면 1982년부터 2000년까지의 15배 상승은 어떻게 된 것일까? 놀랍게도 침체에 허덕이던 1982년에서 1992년까지 10년간 4.4배의 상승을 보였다. (4.4*3.4=14.96, 다우지수 공업주 30 기준)
장기적 경기 침체와 어두운 경제 전망 속에서도 묵묵하게 장기투자를 했던 개인과 기관투자가가 있었기 때문에 15배의 상승이 가능했던 것이다. 장기투자자들이 없었다면 주가의 하락과 시장의 침체는 더욱 심했을 것이고, 미국 경제의 화려한 부활도 반쪽에 그쳤을지 모른다. 이렇게 장기투자는 개인의 장기적 재산 형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장기투자
저자는 이렇게 옥석이 마구잡이로 팔리고 있을 때 옥에 해당되는 기업을 싸게 사서 느긋하게 결실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야 말로 투자자 개인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장기투자를 ‘농경형 투자’에 비유하면서 농사짓듯 투자하라고 한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아 비로소 가을에 결실을 맞이한다. 태양의 은혜를 거슬러서는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겨울에 씨를 뿌려도 싹은 트지 않는다. 봄에 씨를 뿌려도 장마 전에 열매를 거두는 일은 없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즉 농작물이 자라는 데 자연의 혜택을 흡수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투자수익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하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축적된 시간이 커다란 결실로 되돌아온다는 믿음과 씨를 뿌리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이 점을 깊이 새기고 경제의 큰 흐름을 꾸준히 파악한다면 어려운 이론을 몰라도 편안하고 느긋하게 장기투자를 즐길 수 있다.
장기투자 이렇게 하라
그러면 장기투자는 어떻게 할까? 저자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불황에 산다 : 끝나지 않는 불황은 없다. 미국의 장기투자자들은 불황 속에서 주식을 사들여 15배 상승의 열매를 땄다.
- 기업의 열렬한 후원자가 된다 : 꿈과 비전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
- 자신의 투자 리듬을 지킨다 : 시세를 의식해 자신의 투자 관점을 잃어서는 안 된다.
- 주가가 폭락할 때 산다 : 폭락할 때 살 수 있는가는 장기투자의 리트머스지이다.
- 하나의 현상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 주가에 반영될 변화를 찾는다.
- 상상력을 발휘해서 미래의 흐름을 예측한다 : 성공 투자를 위해서는 추(推, 상상력)와 론(論, 논리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 종목을 보는 2·3·5 법칙 : 리서치의 20%는 관심 회사의 분석, 30%는 회사가 처한 사업 환경의 점검, 그리고 나머지 50%는 그 회사가 어떻게 장기 항해를 할 것인가를 추론하는 데 할애한다.
- 대차대조표의 변화는 투자 아이디어의 보고 : 자금 효율을 중심으로 변화를 살핀다.
첨단기술주 장기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 : 꼭 사고 싶다면 무리 없는 자금 범위에서 게임하는 느낌으로 사라.
- 장기투자의 숨은 주역, 중후장대형 시황 관련주 : 장기투자의 기본 대상은 개별 기업이지만, 업종 투자의 색채가 강한 시황 관련주도 적절한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면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10년이 넘는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일본 경제, 그리고 불황을 이겨내고 이제 그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한 일본의 장기투자.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일본의 경험 속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투자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의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기업에 ‘투자’한다기보다는 주식을 ‘매매’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자신을 진정한 ‘투자자’로 인식하고 투자 대상을 찾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기적 성장과 이익 증대가 기대되는 기업을 발굴하고 초기 단계에 매수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보유하는 장기투자는 투자자 개인의 재산 형성을 도울 뿐만 아니라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국가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투자는 투자자에게 즐거운 도전이라 할 것이다.
책속으로
기관투자가 같은 전문가들이 사와카미 펀드를 꼼꼼히 분석한다면 ‘뭐야, 운용에 특별한 것도 없잖아’ 하며 내버릴지도 모른다. 보통 기관투자가의 운용이란 ‘기업 실적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한 다음 시세 동향을 적절히 파악하여 기민하게 매매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매우 멋진 이미지이다.
그런데 사와카미 펀드는 오로지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시세 폭락 때나 불황의 한가운데에서 싼 물건을 살 뿐이다. 매수한 주식이 때마침 상승을 해도 차익 실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은 기관투자가답게 임기응변하는 운용의 묘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도 소용없다. 아무리 봐도 둔하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매수를 계속할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비교해보면 사와카미 펀드의 성적은 평균 이상의 수준에 올라 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맛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데 어째서 괜찮은 성적이 나오는 것일까?
실은 이것이 바로 장기투자의 진수이다. 게으른 운용으로 보일지 몰라도 무딘 칼로 두들겨 부수는 위력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매사는 생각하기 나름이어서 연 10%의 성적을 7년간 유지하면 운용 자산은 두 배가 된다. 7년에 두 배가 되는 운용이 가능하다면 연 10%의 성적이 되는 셈이다. 매년 10%의 성적을 올리겠다고 혈안이 되기보다 ‘7년 동안 두 배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 정신 건강에도 좋고 7년에 두 배라면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라고 느껴진다.
6년에 두 배라면 연 12%로 운용한 셈이 된다. 이것이 장기투자 최대의 강점이다. 장기투자자들은 느긋하고 편안하게 투자를 계속한다. 본인에게는 실현 가능성 높은 목표를 향해 조깅이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다. 결코 긴장감으로 얼굴이 일그러질 만한 투자를 하고 있는 기분은 아니다.
그야말로 농경이나 원예와 같은 감각이다. 가을이 되면 익을 것은 익고 개화의 때가 오면 꽃은 핀다. 농부는 그렇게 믿고 못자리를 만들어 씨를 뿌린다. 결코 허둥대는 일 없이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해둔다. 해마다 운용 성적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남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장래 가치를 발견하여 신속하게 사둔다. 다음은 남들이 가치를 깨닫고 몰려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꽤 올랐다고 생각될 때 팔아서 열매를 수확한다.
장기투자자에 의한 자연스런 매수와 신속한 이익 실현 행동이 시세의 상승과 하락의 계기를 만드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장기투자자는 경제의 커다란 흐름을 예측하고 미리 행동에 나선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결과적으로는 주가의 바닥 부근에서 사서 천장 가까이에서 팔게 되는 일이 많다.
한편 일본의 기관투자가는 빨간 신호등도 다같이 건너면 두렵지 않다는 식의 덩달이 운용이 대부분이므로 자기의 의사와 판단에 따른 행동이 좀처럼 불가능하다. 그러니 항상 ‘경기의 바닥 진입을 확인해야 한다’ ‘실적 회복을 확인하고 나서’ 운운하며 매수를 주저한다. 그러는 사이 상승 시세가 시작되고 만다.
그리고 일단 강한 상승 시세가 확인되면, 이번에는 위험 따위는 염두에도 두지 않고 마구잡이로 매수를 한다. 그럴 때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10년, 20년은 유지된다”는 식으로 자기의 매수를 정당화하는 발언만 연발하곤 한다. 물론 팔 때의 일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사고 사고 또 사서 시세의 꼭대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폭락 시세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팔아치우느라 우왕좌왕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