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 이기라는 말 대신
‘눈감고’ 견디라는 말 대신
이 책은 넓은 가슴을 가지라고 말한다.
너의 가슴을 확장하라.
그리고 가장 먼 곳을 품어 걸음을 내딛는
이 세상 단 한 사람이 되라.
한 낡은 농가의 서재에서 낯선 고서 한 권을 발견한 새 집주인은 학자들의 힘을 빌려서 난해한 글자들로 뒤덮인 이 책을 번역해낸다.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진정한 나침반이 될 『양치기의 책』은 그렇게 세상으로 나온다.
알 수 없는 시간 위에 놓인 머나먼 나라에서 펼쳐지는 이 한 편의 이야기는 “눈에는 눈”을 외치는 잔혹한 도덕률이 다스리는 세상을 거부하는 양치기 조슈아의 길고 험난한 여행을 보여준다. 어느 날 꿈속에서 들려왔던 나지막한 목소리에 이끌려 그는 마침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로 맘을 먹는다.
종이란 신분을 벗어난 몸이 된 상냥하고 따뜻한 처녀 엘리자벳이 그의 길에 함께하겠다고 하자, 새 신을 신고 걷는 법을 배워야 하는 어린 소년 데이빗과 함께 따르고, 이제 그들은 든든한 셋이 된다. “기적의 시대”를 불러 오기 위한 세 사람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여행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거대한 내륙 해’ 가까이에 있다는 수수께끼의 동굴을 찾아가는 길에 셋은 이야기꾼과 약재상, 그리고 눈 먼 노인과 낯선 남자를 비롯한 기이한 인물들을 차례로 만난다. 그들은 제각기 자신들만의 중요한 교훈을 전하며 이들을 한걸음씩 목적지로 이끌어 간다. 마침내 동굴에 다다른 조슈아의 눈앞에는 오랜 세월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비밀을 구해내기 위한 목숨을 건 모험이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은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비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때로 한 폭의 밀레를 보듯 소박하고 친숙한 그림들을 지나고, 때로는 대형 스크린을 헤엄치며 그들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동안 내가 경험한 모든 감동과 모험은 이제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이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어느 노교수의 집에서 신비로운 양피지 뭉치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 액자 형식의 소설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시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조화롭고 새로운 삶의 이치에 대한 고뇌와 해답, 지혜를 찾는 여행자와 그의 과거 돌아보기, 도움을 주는 현자들, 그리고… 깨달음.『양치기의 책』에 등장하는 양치기 조슈아를 따라다니며 만나는 세상은 ‘울렁거림’의 연속이다. 조슈아가 살아가는 신비로운 시공간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으로 그려지지만 그 안의 인간 세상은 왠지 조금 각박하다. 원칙적인 법을 따르고, 자신의 양심과 감정을 외면하는 사람들,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이 해결하겠지 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규율을 넘어선 무엇.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뒤로 미뤄놓거나 감추고 산다.
이에 새로운 세상의 도착을 꿈꾸는 양치기 조슈아는 아득한 초원으로 ‘새 길’을 찾아 떠난다. 그 안에서 동행을 만나고, 깨달음을 주는 현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말한다. ‘새 길’을 찾아 떠난 사람이 조슈아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러나 조슈아는 ‘새 길’을 찾는 여행을 끝까지 계속한다. 그리고… 신비스러운 양피지 뭉치에 적혀진 조슈아의 여행(모험) 속에는 우리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진리가 숨어 있었다.
“더 평화롭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모두의 사소한 실천으로부터이다. 그것이 하늘의 뜻. 너의 소명이다”
내 자신의 눈으로만 보고, 진정 내가 가진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조슈아의 이야기는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우리 자신의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멀고 먼 여행 끝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이 명약관화한 깨달음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은 재밌고 흥미진진한 우화가 꽁꽁 얼어붙었던 감정을 녹이고 마음속에 울림통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다 양피지 뭉치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책의 이야기처럼 무심결에 집어든『양치기의 책』은, 파올료 코엘료의 추천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앞으로 삶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청소년들에게도 생의 방향이 될 만한 따스하고도 지혜로운 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