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각 권 13장, 총 13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완결되는 흥미로운 시리즈입니다. 지금까지의 아동문학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캐릭터와 감성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단숨에 사로잡아 왔지요. 현란한 마법을 쓰거나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지 않고도 ‘해리 포터’의 인기를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지금껏 본 적 없는 그 새로움, 그 신선한 재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위험한 대결’은 온갖 마법과 트릭이 넘치는 여느 장르 문학과는 그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작가가 직접 개입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고 그 안에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풀어 놓습니다. 그러면 각각의 캐릭터들은 특유의 독특한 대사와 분위기를 쏟아 내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요. 그렇게 배경과 캐릭터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잘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을 만들어 내고 독자가 그 안에 푹 빠져 있을 즈음엔, 다시 작가가 나타나 이야기에서 한 걸음 떨어지라는 권유를 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읽다 보면, 마치 정말 실존하는 작가가 관찰하고 기록한 ‘실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대개의 장르 문학은 재미는 있지만 그 재미를 위한 장치들 탓에 독자는 그것이 허구의 이야기라는 걸 뚜렷이 인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험한 대결’은 이런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지금 어딘가에서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신문이나 잡지 연재 기사로 받아서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위험한 대결’이 긴 호흡으로 13권까지 이어지면서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요?
또한 ‘위험한 대결’ 시리즈에는 고유의 독특한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대개의 장르 문학이 절대악에 맞서면서 선에 대한 무한 긍정에 집중하는 반면, ‘위험한 대결’ 시리즈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 대해 상대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졸지에 고아가 된 보들레어 삼남매는 갖가지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유산을 노리는 올라프 백작에게 벗어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합니다. 이러한 모험의 과정 안에서 삼남매는 자기도 모르게 점점 이른바 나쁜 짓, 올라프 백작이나 저지를 법한 방화며 살인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지요. 그러는 사이 세 아이는 끊임없이 행동하기 전에 요구되는 선택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면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은 세상에서 악에 맞서기 위해 악을 저지르는 것이 올바른지 말입니다.
무엇이 하기에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일은 비단 당장 모험을 펼쳐야 하는 보들레어 아이들만의 몫은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부딪치는 현대 사회에서 선악의 구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더불어 아이를 건강한 어른으로 키워 줄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삶 속에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세상의 가치를 판단하게 하는 데 앞서 끊임없는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은 보들레어 삼남매의 여정 속에서 그 답을 찾아나가게 됩니다.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를 설레게 했던 ‘위험한 대결’ 시리즈. 마침내 국내에서도 13권 출간을 끝으로 완간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눈으로 작품의 매력을 직접 확인해 주세요!
10권 중심 내용
올라프 백작에게 서니를 빼앗긴 바이올렛과 클로스는 서니를 되찾기 위해 V.F.D. 본부로 향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바로 그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는 두 사람, 과연 보들레어 삼남매는 다시 한자리에 모일까?